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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력이 된 검찰의 야당 탄압…공화제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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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36회 작성일 24-07-14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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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7월10일현지시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가 열리는 미국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전용기인 공군 1호기 편으로 도착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화제는 더불어 사는 사회의 핵심적 정치 철학이다. 로마 공화정은 독재로 나라를 다스리는 왕정이 아니라 집정관, 원로원, 민회가 서로 세력 균형을 이루며 상호 협력하여 나라를 이끌어가는 정치 체제였다. 로마 공화정의 유산은 이후 프랑스 혁명과 미국의 독립혁명 당시 입법, 행정, 사법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체제를 수립하는 기본 틀로 자리 잡게 되었다.”

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이 7월10일치 중앙일보에 기고한 칼럼 ‘제헌절과 민주공화제’의 내용 일부입니다.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1948년 헌법부터 한번도 바뀐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독재가 끝난 1987년 6월 항쟁 이후입니다. 입법부와 사법부에 대한 대통령의 장악력이 서서히 약해졌습니다. 1988년 13대 총선 결과 여소야대가 되면서 국회가 정치의 중심 무대로 떠올랐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군 출신들을 배제하고 그 자리를 검사 출신들로 대체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의 처조카이자 경북고 후배로, 검사였던 박철언 의원은 ‘6공의 황태자’로 불렸습니다. 정해창 청와대 비서실장, 서동권 국가안전기획부장은 경북고 출신 검사들이었습니다. 6공화국에서 검찰의 도약은 눈부셨습니다. 5공화국까지 통치의 핵심 기관이었던 안기부, 보안사, 경찰을 밀어내고, 검찰이 그 자리에 올라섰습니다. 검찰은 ‘공안정국’을 주도했습니다. ‘범죄와의 전쟁’을 수행했습니다. ‘검찰 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등장했습니다.

마침내 정치권력 집어삼켜

6공화국에서 힘을 기른 검찰은 정치권력과 서서히 ‘맞짱’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대통령 재임 기간에는 대통령과 주변 사람들의 범죄 혐의를 수집해 두었다가, 임기 말이나 퇴임 이후 수사에 나서 감옥에 보내는 방식이었습니다. 겉보기에는 정치권력이 검찰을 동원해서 과거 청산을 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검찰이 정치권력을 때려잡는 상황이 반복됐을 뿐입니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까지 30년 동안 검찰이 한 일이 바로 그것입니다.

정치권력과의 오랜 싸움을 통해 검찰은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괴물로 진화했습니다. 정권은 몇 차례 교체됐지만, 검찰은 교체되지 않았습니다. ‘김영삼 검찰’과 ‘김대중 검찰’은 같은 검찰입니다. ‘문재인 검찰’과 ‘윤석열 검찰’도 같은 검찰입니다. 괴물로 변해가는 검찰에 대해 그동안 수많은 사람이 경고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사후 자서전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스러웠다. 이러한 제도 개혁을 하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 한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퇴임한 후 나와 동지들이 검찰에서 당한 모욕과 박해는 그런 미련한 짓을 한 대가라고 생각한다.”

최재천 전 의원이 2011년에 출판한 ‘위험한 권력―견제받지 않는 사법 관료, 사유화된 검찰 권력’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책 표지에 프레드 로델의 말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부족국가 시대에는 마술사가, 중세에는 성직자가 있었다. 오늘날엔 법률가가 있다. 장사의 요령을 익혀 그 지식을 소중히 이용하는 영악한 무리다. 전문 능력을 곡예적 기술과 융합해 민중의 머리 위로 군림하는 인간들이다.”

최재천 전 의원은 ‘검찰은 우상이다’라는 장에 이렇게 썼습니다.

“본래 검찰 권력도 시민의 것이었다. 그런데도 고시라는 관문을 거친 특별 계급에게 국가 권력은 사유화됐다. 검사는 두려움이다. 시민은 검사라는 친구를 일종의 핵우산으로 생각했다. 학벌주의, 연고주의, 밤문화주의와 검찰의 세속 권력이 자연스럽게 만났다. 검찰은 근대적 검찰 제도가 도입된 지 수십년 만에 세속 권력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새로운 우상이요, 물신이다. 상징 조작을 넘어선 신성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과의 전쟁에서 패배해 서거한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습니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 검찰을 제대로 개혁할 수 있을 것으로 많은 사람이 믿었습니다. 착각이었습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 규탄 촛불집회와 탄핵으로 대통령 자리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을 개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그가 만약 대선을 같이 치른 안철수·유승민·심상정 후보와 함께 입법연대를 구축하고 검찰 개혁에 나섰더라면 성공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그 임무를 검찰에 맡기는 우를 범했습니다. 더구나 검찰의 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검찰주의자를 검찰총장으로 발탁해 검찰 개혁을 맡겼습니다. 심지어 임기 말에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자 윤석열 검찰총장을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감쌌습니다. 그 뒤에 벌어진 장면은 우리가 잘 아는 그대로입니다.

2022년 3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은 행정부 소속 특정직 공무원 집단에 불과한 검찰이 정치권력과의 오랜 싸움에서 승리하고 마침내 정치권력을 통째로 집어삼킨 일대 사건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7월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검사 탄핵소추’ 처벌하겠다는 검찰

따라서 어쩌면 이재명 대표의 운명은 검찰주의자 윤석열 대통령과의 대결에서 패배한 순간 어느 정도 결정됐는지도 모릅니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를 구속하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지난해 2월 체포동의안은 국회에서 부결됐습니다. 지난해 9월 체포동의안은 국회에서 가결됐지만 이번에는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검찰은 체면을 단단히 구겼는데도 괘념치 않았습니다. 구속에는 법원의 영장이 필요해도 기소에는 그런 게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기소독점주의, 기소편의주의 때문입니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를 말 그대로 탈탈 털어서 온갖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벌써 네개의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수사가 진행 중인 다른 혐의로도 추가 기소 가능성이 있습니다.

검찰은 최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측근 세 사람을 위증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이화영 전 부지사 재판에서 위증했다는 것입니다. 검찰은 또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와 한상진 기자를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구속기소를 하면서 함께 기소한 것입니다. ‘검찰 전성시대’, ‘기소 전성시대’ 같습니다.

검찰의 기소로 재판을 받는 사람들은 사력을 다해 방어해야 합니다.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 인생이 끝장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검찰은 재판에서 패배해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남의 눈에 피눈물이 흐르게 하면 최소한 손모가지 하나는 내놓아야 하는 게 세상 이치인데, 검찰은 예외입니다.

뉴턴의 작용-반작용의 법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검찰의 무차별 공격에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도 무차별 역공으로 맞서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연말 민주당이 안동완·손준성·이정섭 검사를 탄핵 소추했을 때만 해도 여론은 민주당에 나쁘지 않았습니다. 탄핵할 만한 검사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화영 전 부지사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고 검찰이 이를 근거로 이재명 대표를 기소하자 민주당은 평정심을 잃었습니다. 이재명 대표를 수사했던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것입니다. 검사들이 벌떼처럼 들고일어났습니다. 여론도 민주당에 등을 돌렸습니다.

그런데 이원석 검찰총장이 한발 더 나갔습니다. 7월5일 출근길에 기자들이 ‘법적 조치를 검토하느냐’고 묻자 “직권남용, 명예훼손, 무고에 해당할 수 있다. 위법한 부분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탄핵 소추한 국회의원들을 수사해서 처벌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7월2일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검사 탄핵안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순식간에 “거봐라. 검찰이 저러니까 검사들을 탄핵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득세했습니다. 이재명 대표도 지난 10일 “검사가 자신의 부정·불법 행위를 스스로 밝혀서 책임지기는커녕, 헌법상 권한에 의해 책임을 묻겠다는 국회를 겁박하는 것은 내란 시도나 마찬가지”라고 가세했습니다.

‘제도적 자제’와는 거리가 먼

걱정입니다. 검찰과 민주당이 지금처럼 강 대 강으로 계속 부닥치면 검찰은 민주당 의원들을 마구잡이로 기소하고, 민주당은 검사들을 마구잡이로 탄핵하는 사태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행정부의 특정직 공무원 집단과 입법부를 장악한 정당이 상대를 말살하려고 죽기 살기로 달려든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공화제가 무너지는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이른바 보수 신문 논객들은 민주당의 입법부 장악과 권한 남용으로 공화제가 무너진다고 주장하고 싶을 것입니다. 물론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잘못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검찰의 책임이 훨씬 더 큰 것 같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이전 어느 시대에도 검찰이 지금처럼 무지막지하게 권력을 휘두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후보가 선출되면 검찰이 다음 대통령도 차지할 기회가 생기는 것입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이 트럼프 대통령 사례를 중심으로 뉴욕타임스에 쓴 칼럼을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으로 펴냈습니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헌법 같은 ‘제도’가 아니라 상호 관용이나 제도적 자제와 같은 ‘규범’이라는 것이 책의 결론입니다.

검찰은 그동안 이재명 대표를 정치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고 범죄자 취급했습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최대한 이용해서 이재명 대표를 제거하려고 했습니다. 제도적 자제라는 규범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국가기관이 세력 균형을 이루며 상호 협력하여 나라를 이끌어가는’ 공화제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정치권력을 통째로 집어삼킨 ‘윤석열 검사’ 때문입니다. 야당을 말살하려는 검찰 때문입니다. 제가 너무 과격한가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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