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다 공개땐 정부 위험"…윤상현 "정치 이전에 인간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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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늪에 빠진 토론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를 뽑는 7·23 전당대회의 첫 방송토론회도 비전과 정책 경쟁 대신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 블랙홀로 빠져들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김 여사 논란만 부각하다가 자멸하면 당이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를 것”이란 지적이 쏟아졌다. ● “국정농단 비유 위험” vs “다 공개하면 정부 위험” 9일 오후 100분 동안 진행된 방송 토론회에서 ‘1강’으로 꼽히는 한동훈 후보에게 질문이 집중됐다. 판세 흔들기를 노리는 경쟁 후보들이 “한 후보가 김 여사 사과 의사에 답하지 않은 것에 책임지고 사과해야 한다”고 집중 공세에 나선 것. 한 후보는 문자 논란과 관련해 “여러 경로로 김 여사가 실제로 사과할 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전달받던 상황이었다”며 “그 상황에서 사적인 연락에 응했다면 지금 더 심각한 악몽 상황이 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한 후보는 “사과 주체는 대통령실이다. 대통령실이 사과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너무도 명확했다”고도 했다. 한 후보는 ‘김 여사가 사과 의사가 없었다’고 7차례나 강조했다. 사과를 하지 않은 책임이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에게 있다고 맞받은 것이다. 한 후보는 “당시 상황을 다 공개하면 정부가 위험해진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후보는 “공개된 문자 원문을 보면 사과의 뜻을 명백히 밝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소통을 단절한 건 정치적 판단 미숙”이라며 “자꾸 문자에 답했으면 정부를 위험에 빠뜨렸을 것이라고 하는데 당무개입, 국정농단에 비유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쏘아붙였다. 윤상현 후보도 “김 여사 문자에 관해서 한 후보의 입장이 매번 달라진다”며 “한 후보가 특수부 검사잖나. 피의자가 말을 바꾸면 구속영장 바로 때려버린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 후보는 “제가 말을 바꿨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윤 후보는 “5번의 문자를 보내면 공적으로 따져도 논의해서 답을 드리겠다고 하는게 인간”이라며 “정치란 게 뭔가. 인간 자체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수십년간 모셔왔던 형님이고 형수님이고 넥타이 받고, 반찬 받고 했는데 정치 이전에 인간의 감수성 문제”라고도 했다. 한 후보는 토론회가 끝난 뒤 “갑자기 5개 문자가 나왔다는 건 나를 당 대표 선거에서 떨어뜨릴 목적이다. 대단히 위험하다”고 했다. 김 여사 문제로 한 후보를 비판해온 원희룡 후보는 이날은 정책 토론을 하겠다며 김 여사 문자 논란엔 참전하지 않겠다고 했다.하지만 윤 대통령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에서 “영부인이 대통령실이나 지도부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진심을 담아서 나서야 하는 그 일, 불통되는 일이 없게끔 눈치 안 보고 집안 이야기가 담장 밖으로 안 나가도록 하겠다”며 한 후보를 저격했다. 네 명의 후보는 ‘김 여사가 사과했다면 4·10총선 결과가 달라졌다’라는 질문에 모두 “그렇다”고 입을 모았다. ● 4명 모두 “김 여사 사과했으면 총선 달랐다” 한 후보는 먼저 원 후보가 제기했던 총선 사천私薦 논란을 꺼내며 반박했다. 사천 논란은 원 후보가 페이스북에 “한 후보가 사적으로 공천을 논의한 사람들을 따로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뒤 언론 인터뷰에서 “한 후보가 논의한 사람은 가장 가까운 가족과 인척”이라고 주장하며 불거졌다. 한 후보는 “원 후보는 내가 가족과 공천을 논의했다고 육성 인터뷰했다. 어떤 가족이 어떤 공천을 개입했다는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원 후보는 “정책 비전에 집중하기 위해 일단 언급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한 후보는 “일방적 거짓말이다.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회 뒤 한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원 후보를 겨냥해 “제 처가 공천에 개입했다고 일종의 오물을 뿌려놓고 지금 와서 갑자기 비긴 걸로 하자는 건 대단히 비겁하다. 이것이 구태정치”라고 했다. 두 가지 선택지를 중 하나를 고르는 ‘밸런스 게임’에서 한 후보는 ‘무인도에서 함께 살 정치인’으로 총선 공천 갈등을 겪은 ‘찐윤’진짜 윤석열 이철규 의원과 총선백서특위원장 조정훈 의원 중 이 의원을 꼽으며 “1번이 의원을 선택하면 2번조 의원이 따라올 것 같다”고 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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