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희 "민주당의 검사 탄핵, 수사의 정치화 부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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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2년 내내 팽팽하던 더불어민주당과 검찰 사이의 긴장이, 지난 2일 민주당이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서 한순간 고삐가 풀렸다. 민주당은 전례 없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탄핵 조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탄핵소추 대상이 된 검사들을 한명, 한명 국회로 불러들여 ‘감시의 무풍지대’였던 검찰 권력의 비리와 불법을 직접 캐내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이들만 골라낸 ‘속 보이는’ 검사 선별법을 파고들며 집단 반발 태세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5일 출근길에 이번 탄핵이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며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진보적 헌법학자인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한겨레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양쪽의 ‘선 넘는’ 행보가 “정치와 사법이 뒤엉키는” 악순환을 부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 교수는 민주당의 탄핵소추에 대해 “정치권력이 직접 수사를 평가하고 나선다면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우리나라 법치주의의 확립을 위해 절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경고했다. 동시에 이원석 검찰총장의 공개 반발에 대해서는 “방탄 탄핵 등 자신의 정치적 해석까지 덧붙이는 바람에 오히려 검찰을 정치에 집어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한상희 교수와의 일문일답. -민주당의 이번 검사 탄핵을 어떻게 평가하나. “민주당이 ‘오버’한 것이 아닌가 싶다. 검사가 수사 과정에서 비리나 불법을 저질렀다면, 일차적으로 내부 징계·감찰을 하고, 나아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거치고 난 뒤에야 탄핵소추안을 처리하는 게 맞다고 본다. 탄핵소추는 어느 정도 사실관계가 확정되면, 그걸 바탕으로 수사나 재판이 다 끝나고 난 뒤에야 할 일이다.” -순서가 잘못되었다는 것인가. “수사가 이뤄지는 과정 중에 정치권력이 직접 수사를 평가하고 나선다면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수사가 정치화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정치권력에 대한 수사 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다.” -민주당에서는 이제껏 검찰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 감찰이나 징계 등으로 엄정하게 처리한 적이 없다고 한다. “물론 검찰이 정치적 수사를 해온 것은 분명하지만, 그걸 막기 위해서 정치권력이 수사의 내부에 깊숙이 들어가면 또 다른 정치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서 절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탄핵당한 4명이 공교롭게도 모두 이재명 전 대표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거나 지휘했던 검사들이다. “법도 마찬가지지만, 정치는 ‘외관’으로부터 파생되는 국민의 신뢰가 중요하다. 국민이 이번 탄핵이 ‘방탄 탄핵’이라고 의심할만한 여지를 제공했다면 그 부분에 대해 민주당 쪽에서 충실하게 설명해야 한다. ‘의심은 의심이고, 우리는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데서 멈추는 수준이 아니라, 적어도 국민이 그런 의심을 거둘만한 합리적인 사유를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 -이번에 탄핵 소추 대상이 된 검사들이 실제로 탄핵될 가능성이 있을까. “저는 헌법재판소에 가면 4명 전부 기각될 것이라고 본다. 지난해 탄핵소추된 안동완 검사같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하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상황에서도 헌법재판소는 탄핵을 기각했다. 법사위에서 조사한다고는 하지만, ‘수사’의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기 때문에 여전히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가리지는 못할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검찰에 대해서 쉽게 탄핵을 인정할 이유가 없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오직 한 사람을 지키려 하는 방탄탄핵’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검찰총장이 자기조직의 내부자들을 보호하는 건 당연히 직무상의 의무라고 본다. 그렇다고 해서 검찰총장이 ‘방탄 탄핵’을 운운하는 것은, 오히려 검찰 조직 전체를 정치 한가운데 집어 던지는 행태다. ‘수사에 정치가 개입하지 마라, 이게 법치주의다’라는 말만 하면 된다. 자신의 방어논리와 모순되는 말을 하고 있다.” -오늘 출근길에는 탄핵이 직권남용 등 법 위반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만약 탄핵 소추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소추의 주체는 국회의원이 아니고 국회다. 직권남용은 공무원에게 해당하는데, 국회는 공무원이 아니라 국가기관이다. 그래서 직권남용죄가 적용될 여지가 전혀 없다. 검찰총장이라는 사람이 그 법리를 모르면 어떻게 하나.” -검찰총장의 정치적 대응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인가. “사실 이 순간 검찰이 반성해야 하는 시기인 것은 분명하다. 이번 정권 들어와서 일부 검찰의 권력 지향성이 상당히 강하게 드러나고 있는데, 검찰이 스스로 이런 부분에 대해 자정하지 못해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사라지고 말았다. 모든 발단은 검찰에 있는 만큼 검찰이 이런 사단까지 오게끔 한 검사들을 스스로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김건희, 한동훈에 문자 5번 보내…전화도 했지만 안 받아” 국힘, 이제 와서 “한미일 ‘동맹’ 표현은 실수” 사과 ‘채 상병 특검법’ 윤 대통령은 거부권, 야당은 재의결 날짜 센다 푸바오랑 할부지 드디어 만남! 목소리 알아듣고 ‘토끼 귀’ 됐을까 경찰 “호텔 CCTV에 시청역 역주행 부부 다투는 모습 없어” 찜통차 갇힌 2살 딸 구조 안 하고 촬영…“그렇게 번 돈 좋습니까” ‘대변 사건’ 탄핵에 박상용 검사 고소장…“허위사실 명예훼손” 주말 전국 거센 장맛비…남부 습도 높은 35도 폭염 [단독] ‘밑 빠진 독’ 용산 이전비 벌써 640억…예비비 쌈짓돈 쓰듯 도시가스 요금 결국 6.8% 오른다 한겨레>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추천 [확인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오직 한겨레에서 볼 수 있는 보석같은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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