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드는 경증환자, 멱살 잡힌 전공의…응급실이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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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개혁, 이제부터가 중요] [8] 응급실 고질병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실 인근에서 한 환자가 응급실 진료를 위해 구급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2월 의대 증원 정책을 발표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응급실 뺑뺑이’ 사태로 중환자가 길에서 사망하는 경우를 막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응급 의료계에서는 “의사 수를 한 해 수만 명 늘려도 근본적 개혁 없이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응급실의 경증 환자 쇄도, 낮은 처치 수가건보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 의료 소송 위험 등 의사들이 응급의학과를 기피하는 근본 원인을 없애지 않으면 의사 수를 늘려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도 해외처럼 환자들의 응급 수준을 구분해 생사 기로에 서 있는 중증 환자만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하고, 나머지 환자는 1·2차 응급 센터로 나누어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러스트=양진경 실제 응급의학과는 돈이 안 되는 진료 과목으로 꼽힌다. 인력과 시설 투자에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수익은 거의 내지 못한다. 응급실 심폐소생술은 수가가 15만원이다. 외국은 200만~250만원 수준인 데 비해 턱없이 적다. 그래픽=양인성 이런 가운데 응급실 경증 환자 쇄도와 ‘앰뷸런스 뺑뺑이’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전공의 이탈 사태 전인 2월 1~5일 전국 응급실을 찾은 경증 환자는 8285명이었다가 사태 직후2월 20~23일에는 80.2% 수준6644명으로 급감했었다. 하지만 지난달 3~7일에는 7387명으로 다시 사태 이전의 89% 수준으로 올라섰다. 우리나라 응급실에 내원하는 경증 환자는 전체 환자의 절반에 달하고, 자동차71.5%를 통해 응급실에 도착하는 환자가 구급차26.9%보다 훨씬 많다. 응급실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저보상 고위험’ 구조를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의사만 늘리면 응급실 뺑뺑이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응급실 의사들의 지적이다. 서울 대형 병원의 응급실 의사는 “응급실에서 의사 멱살을 잡고 소란을 피우는 건 대부분 비응급 환자다. 중증 환자는 소리지를 힘도, 난동 피울 정신도 없다”며 “정부가 경증 환자만 막아줘도 의사들이 중증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지방의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배가 아파도 국내 ‘빅55대 대형 병원’ 응급실에 가려는 경증 환자들의 원성을 사기 싫어 이 문제를 수십 년간 방치해 왔다”고 했다. 그래픽=양인성 의료계 인사들은 “정부는 경중에 따라 응급 환자들이 분산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사이 밀려드는 경증 환자들을 진료하고, ‘왜 수술을 해주지 않느냐’고 멱살을 잡히는 일은 응급실 전공의들이 떠안아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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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오경묵 기자 note@chosun.com 오유진 기자 oujini@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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