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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수가에…없던 병원 빚이 18년 새 어마어마하게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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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23회 작성일 24-07-01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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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개혁, 이제부터가 중요]
[5] 열악한 지역 의료 살려야
정의철 진주 제일병원장

진주제일병원 북적… 전라도 환자까지 줄 서 - 지난 28일 오전 경남 진주제일병원이 환자와 보호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병상 260개를 갖고 있는 중형 병원인 이곳에 경남뿐 아니라 전남, 경북 지역 환자들도 찾아온다. /김동환 기자

진주제일병원 북적… 전라도 환자까지 줄 서 - 지난 28일 오전 경남 진주제일병원이 환자와 보호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병상 260개를 갖고 있는 중형 병원인 이곳에 경남뿐 아니라 전남, 경북 지역 환자들도 찾아온다. /김동환 기자

지난 28일 오전 9시 경남 진주시 제일병원. 진료과 앞 대기실마다 환자 30여 명이 앉아 있었다. 이곳은 병상 수가 260개인 중형 병원이지만 전문의 66명이 하루 1200건에 달하는 외래 진료를 보고 있다.

1981년에 문을 연 진주 제일병원은 전국구 병원이다. 경남뿐 아니라 경북이나 전라도에 사는 환자들도 온다. 6월 한 달간 외래 진료 2만8392건 중 경남이 아닌 다른 지역 환자가 393건이었다. 근처에 갈 만한 병원이 없어 시·도 경계를 넘어 진주까지 찾아오는 것이다. 전남 여수에 사는 화상 환자 김모67씨도 차로 100㎞를 달려 이 병원에 왔다. 지난 5월엔 전남 광양에 사는 한 초등학생이 맹장 수술을 받으려고 제일병원 응급실까지 온 적도 있다. 이날 병원에서 만난 관절염 환자 김모68씨도 아픈 무릎을 끌고 두 달에 한 번 검사받으러 경남 함안에서 40분간 직접 운전해서 왔다고 했다. 그는 “우리 동네 병원은 무릎 아프다고 하면 주사만 놔주고 별 도움도 안 되더라”면서 “집 근처에도 이런 병원이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그래픽=김하경

그래픽=김하경

타 지역 환자들로 북적이는 진주 제일병원 대기실은 열악한 지방 의료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정의철63 진주 제일병원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지역 병원들은 낮은 수가건강보험이 병원에 주는 돈를 감당하지 못해 응급실 운영을 줄이거나 비필수 분야 위주로 돌아선다”며 “의사 수를 늘려도 수가 문제와 의료 사고 부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지역 의료는 살아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라도에서도 찾아오는 이유가 뭔가.

“다양한 병을 치료할 수 있는 2차 병원중형 병원이 부족한 지역이 많기 때문이다. 낮은 수가 때문에 필수 의료 분야를 진료하는 중형 병원이 사라졌다. 전남대병원 같은 대형 병원에선 그런 환자를 다 소화할 수 없으니 여기까지 오는 것이다.”

-지역 의료가 언제부터 무너졌나.

“필수 의료를 담당하는 지역 병원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사라졌다. 진주만 해도 10여 년 전엔 외과 등 필수 의료 전문의가 원장을 맡고, 24시간 응급 수술을 하는 중형 병원이 많았다. 낮은 수가로 버틸 수 없게 되자 결국은 비급여로 돈을 벌 수 있고 의료 사고 부담이 적은 정형외과나 건강 검진 병원으로 바뀌었다.”

지난 28일 정의철 진주제일병원장이 인천 영종도 하얏트호텔에서 지역의료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전기병 기자

지난 28일 정의철 진주제일병원장이 인천 영종도 하얏트호텔에서 지역의료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전기병 기자

-지역 의료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젊은 의사들이 다 수도권으로 간다. 의사를 데려오려면 월급을 많이 줘야 한다. 그런데 지역은 인구도 줄어드니 환자도 줄었다. 병원 입장에서는 다른 분야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응급실을 운영하려면 응급의학과 의사, 마취과 의사, 간호사가 모두 대기해야 하고 그만큼 당직비를 줘야 한다. 그걸 부담할 수 있는 지역 병원이 거의 없다.”

-지역 의료를 살리는 방법은.

“필수 의료 수가를 올리지 않고는 방법이 없다. MZ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 의사들은 ‘필수 의료는 무서워서 못 하겠다’고 한다. 사고 나면 환자 생명이 잘못되지 않나. 그런데 돈은 안 된다. 우리 병원에서 간·담도 수술을 4명이 10시간 하는데, 건당 수가는 400만원이 안 된다. 이런 걸 누가 하려고 하겠나.”

-제일병원은 어떻게 필수 의료를 유지하고 있나.

“2006년 부친이 병원을 물려줄 당시 병원 빚이 없었다. 지금은 어마어마한 빚이 있다. 그럼에도 필수 의료를 지키는 건 부친이 필수 의료를 지키는 데 지역 중형 병원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늘 강조하셨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박리다매’로 많은 환자를 보면서 버티고 있지만, 앞으로 수가가 오르지 않으면 우리 병원도 곧 한계다.”

-정부는 지역 필수 의료에 일정 기간 근무하는 의사에게 금전적으로 보상을 해주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실효성이 없다. 보상 때문에 온 의사들은 의무 복무 기간이 끝나면 떠날 가능성이 높다. 새 의사가 빈자리를 채운다 해도 지역에서 실력 있는 의사들은 떠난다는 뜻이다. 초보 의사를 지역에 묶어 놓는다고 환자들이 지역 병원을 찾지 않을 것이다.”

-지역 의사를 늘릴 다른 방법이 있나.

“의사 양성 과정이 ‘투 트랙’으로 이뤄져야 한다. 전공의를 뽑을 때 대학 병원에서 수련받을 인원과 지역 중형 병원으로 갈 인원을 정해두고 따로 뽑자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는 지역 의사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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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민 기자 at_h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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