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운동 매진" 외친 임종석, 5년 만에 "통일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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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선언 6주년 기념사 발언 논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9일 “통일 하지 말자.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자”고 말했다. 통일 자체가 아닌 ‘한반도 평화’로 목표를 바꾸자는 취지의 주장인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작년 말 밝힌 ‘반反통일 2국가 선언’에 보조를 맞추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지낸 임 전 실장은 2019년 11월 정계 은퇴 선언을 하면서 “통일 운동에 매진하겠다”고 했었다.
임 전 실장은 이날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념사에서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했다. 임 전 실장은 “단단히 평화를 구축하고 이후의 한반도 미래는 후대 세대에게 맡기자”면서 “더 이상 당위와 관성으로 통일을 이야기하지 말자”고 말했다. 민주당 등 야권의 핵심 과제였던 ‘평화통일론’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임 전 실장은 “객관적인 한반도의 현실에 맞게 모든 것을 재정비하자”며,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한 헌법 3조 개정과 국가보안법 폐지, 통일부 정리 등도 제안했다. 임 전 실장은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해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한다’고 한 헌법 전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 수립·추진’을 규정한 헌법 4조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임 전 실장은 김정은의 ‘2국가론’에 대해 “기존의 대남 노선에 대한 근본적 변화이며, 연방제 통일론 등을 폐기한 것으로 해석한다”면서 “이런 변화된 조건들이 반영되지 않은 통일 논의는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입장이 바뀌었으니 그에 따라 우리의 접근도 바꿔야 한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졌다.
정치권에선 평생 ‘통일’을 정체성으로 내세웠던 임 전 실장이 입장을 바꾼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임 전 실장은 ‘조국의 자주·평화 통일’을 발족선언문에 명시한 전대협 의장 출신이다. 그는 1989년 전대협 3기 의장으로 ‘임수경 방북’을 주도하면서 “7000만 겨레 살아 숨 쉬는 조국 통일의 염원을 누가 가로막을 수 있느냐”고 했다. 이런 이력을 바탕으로 정치권에 발탁된 그는 2004년 열린우리당 의원으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17대 국회는 통일 대비 국회가 돼야 한다”고 했다. 2015년 총선 서울 은평을 출마 선언 때는 “은평을을 통일의 전진기지로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준비 실무를 책임진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문 명칭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이었다. 그는 청와대를 떠난 후에는 유력한 통일부 장관 후보로 거론됐다. 2019년 정계 은퇴 선언에서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다시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 싶다. 서울과 평양을 잇는 신뢰의 다리를 놓고 싶다”고 했다.
그랬던 임 전 실장이 ‘통일 포기론’을 들고나오자 김정은의 입장 변화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김정은의 ‘적대적 2국가론’ 선언 외의 아무런 상황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느닷없이 통일을 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은 결국 북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 친북 단체인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 본부와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는 지난 2월 김정은의 2국가론에 맞춰 해산 등 조직 재편 작업에 착수했다.
임 전 실장은 본지 통화에서 “재결합이 전제된 관계가 갈등을 더 일으키고 대화를 막고 있다는 생각을 오래 해왔다”며 “김정은의 주장과는 맥락이 다르다.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층과 강연 등을 통해 대화를 이어왔다면서 “우리 국민들 안에도 통일 거부감이 많다. 통일을 할지 말지도 미래 세대가 나중에 결정할 문제라고 본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은 북한이 ‘2국가론’을 행동으로 옮겨나가는 데 대해 “적대적으로 나오는 것은 유감이지만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며 “말 그대로 변화이지 우리에게 더 큰 피해가 오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대남 기구들을 폐지했고,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을 철거했다. 평양의 지하철역 ‘통일역’에서도 ‘통일’ 두 글자를 삭제해, ‘역’으로만 표기된 지하철 노선도가 공개됐다. 다음 달 7일 열리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 회의에서도 ‘통일 지우기 개헌’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임 전 실장에 이어 발언을 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나선 데 따라 기존의 평화담론과 통일담론도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대화가 재개될 경우 북한은 지난 정부 때와 달리 완전한 비핵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미 간 보다 긴밀한 협상 전략의 공유와 공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민주당 강령 정책 토론 과정에서도 소수 의견으로 ‘1민족·2국가론’이연희 의원이 제기된 바 있지만, 임 전 실장의 주장은 민주당과의 교감에서 나온 것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3년 1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에 대해 “더 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라고 선언하면서 북한의 대남對南 정책 기조로 자리 잡았다. 김정은 선언 이후 북한은 김일성·김정일 때부터 내려온 민족 개념에 기반한 ‘조국 통일’ 원칙을 폐기하고, 대남 사업 부문 기구를 정리하는 등 김정은 지침을 이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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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화 기자 peace@chosun.com 주희연 기자 joo@chosun.com
임 전 실장은 이날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념사에서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했다. 임 전 실장은 “단단히 평화를 구축하고 이후의 한반도 미래는 후대 세대에게 맡기자”면서 “더 이상 당위와 관성으로 통일을 이야기하지 말자”고 말했다. 민주당 등 야권의 핵심 과제였던 ‘평화통일론’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임 전 실장은 “객관적인 한반도의 현실에 맞게 모든 것을 재정비하자”며,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한 헌법 3조 개정과 국가보안법 폐지, 통일부 정리 등도 제안했다. 임 전 실장은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해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한다’고 한 헌법 전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 수립·추진’을 규정한 헌법 4조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래픽=백형선
정치권에선 평생 ‘통일’을 정체성으로 내세웠던 임 전 실장이 입장을 바꾼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임 전 실장은 ‘조국의 자주·평화 통일’을 발족선언문에 명시한 전대협 의장 출신이다. 그는 1989년 전대협 3기 의장으로 ‘임수경 방북’을 주도하면서 “7000만 겨레 살아 숨 쉬는 조국 통일의 염원을 누가 가로막을 수 있느냐”고 했다. 이런 이력을 바탕으로 정치권에 발탁된 그는 2004년 열린우리당 의원으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17대 국회는 통일 대비 국회가 돼야 한다”고 했다. 2015년 총선 서울 은평을 출마 선언 때는 “은평을을 통일의 전진기지로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준비 실무를 책임진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문 명칭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이었다. 그는 청와대를 떠난 후에는 유력한 통일부 장관 후보로 거론됐다. 2019년 정계 은퇴 선언에서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다시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 싶다. 서울과 평양을 잇는 신뢰의 다리를 놓고 싶다”고 했다.
그랬던 임 전 실장이 ‘통일 포기론’을 들고나오자 김정은의 입장 변화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김정은의 ‘적대적 2국가론’ 선언 외의 아무런 상황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느닷없이 통일을 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은 결국 북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 친북 단체인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 본부와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는 지난 2월 김정은의 2국가론에 맞춰 해산 등 조직 재편 작업에 착수했다.
임 전 실장은 본지 통화에서 “재결합이 전제된 관계가 갈등을 더 일으키고 대화를 막고 있다는 생각을 오래 해왔다”며 “김정은의 주장과는 맥락이 다르다.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층과 강연 등을 통해 대화를 이어왔다면서 “우리 국민들 안에도 통일 거부감이 많다. 통일을 할지 말지도 미래 세대가 나중에 결정할 문제라고 본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은 북한이 ‘2국가론’을 행동으로 옮겨나가는 데 대해 “적대적으로 나오는 것은 유감이지만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며 “말 그대로 변화이지 우리에게 더 큰 피해가 오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9·19 6주년 기념 행사서 건배하는 文 - 19일 오후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 평양 공동선언 6주년 기념 행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가 우원식문 전 대통령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 국회의장,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김동연 경기지사 등과 건배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임 전 실장에 이어 발언을 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나선 데 따라 기존의 평화담론과 통일담론도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대화가 재개될 경우 북한은 지난 정부 때와 달리 완전한 비핵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미 간 보다 긴밀한 협상 전략의 공유와 공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민주당 강령 정책 토론 과정에서도 소수 의견으로 ‘1민족·2국가론’이연희 의원이 제기된 바 있지만, 임 전 실장의 주장은 민주당과의 교감에서 나온 것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3년 1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에 대해 “더 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라고 선언하면서 북한의 대남對南 정책 기조로 자리 잡았다. 김정은 선언 이후 북한은 김일성·김정일 때부터 내려온 민족 개념에 기반한 ‘조국 통일’ 원칙을 폐기하고, 대남 사업 부문 기구를 정리하는 등 김정은 지침을 이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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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화 기자 peace@chosun.com 주희연 기자 jo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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