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시간…구광모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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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한국 기업인에겐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오동희의 思見]
세계적 과학자 아이작 뉴턴이 우주 운동의 원리를 설명한 저서 프린키피아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 Philosophiæ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에는 두가지 절대 기준점이 있다. 절대공간과 절대 시간이 그것이다. 뉴턴은 이를 기준으로 우주의 운행과 물리법칙을 설명했고 만유인력을 기반으로 우주의 큰 움직임을 설명했다. 그 틀을 깬 것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다. 세상에 절대 시간이나 절대공간은 없으며 시간과 공간도 상대론적 개념이라는 게 그 이론의 핵심이다. 세상 모두에게 시간과 공간은 공평할 줄 알았는데 시간과 공간마저 상대적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 게 아인슈타인의 발견이다. 누구의 시간은 빠르게, 누구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고 하면 쉽게 동의하기 힘들 것이다. 누구의 시간이 더 밀도 있는 시간이라고 말한다면 더더욱 동의가 어렵다. 지구표면에서 나의 손목 위에 있는 시계의 시간과 지구 주변을 도는 GPS 인공위성에 탑재된 시계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이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뉴턴적 사고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시간이나 뉴욕 어느 거리 노숙자의 시간이나 모두 똑같은 24시간이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적 관점에서는 권력이 집중돼 있는 대통령의 시간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서 흐르는 시간의 무게와 속도는 다르다. 수천만명에서 몇억의 인구를 책임지는 대통령이나 수만명에서 수십만명의 종업원과 함께 하는 기업의 총수들의 시간개념은 다르다. 앞서 지난 22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항소심 재판부가 3년여가 걸린 1심과 달리 재판일정을 최대한 빨리 진행해 내년 1월 이전에 2심 선고를 계획한 것은 시간이 금金인 기업인에게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2주에 한번씩 주요 쟁점별로 다루고 11월 25일 최종변론을 하는 일정으로 재판에 속도를 낸다는 게 재판부의 계획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17년 이후 7년간 사법리스크에 발이 묶여 옴짝달싹 못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2심까지 길어질 경우 또 다시 글로벌 경쟁에서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가 컸었다. 법원이 이를 감안해 이 소송의 재판부에 다른 사건을 배정하지 않고 이 재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는 단지 이 회장뿐만 아니라 현재 사법의 울타리 안에 묶여 있는 구광모 LG 그룹 회장 등 다수의 기업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구광모 LG 회장을 상대로 한 상속회복청구 소송은 지난해 2월 28일 구 회장의 양어머니인 김영식 여사와 동생인 구연경 LG복지재단 이사장 등이 소장을 제출한 후 벌써 1년 5개월이 지났는데도 원고가 뚜렷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해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 민사소송법 제199조는 법원으로 하여금 민사사건이 접수된지 5개월 이내에 종국판결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재판지연으로 인한 손실을 줄이자는 취지다. 하지만 그보다 세배 이상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직 재판은 갈피도 못잡고 있다. 지난해 7월 첫 재판에서 변론준비기일을 종결하고 2차례 증인 심문의 변론기일을 보낸 후 다시 비공개로 3차례 변론준비기일만 진행했을 뿐 본격적인 변론은 시작도 못했다. 그 와중에 재판부 인사로 인해 시간은 더 늘어졌다. 이 재판의 경우 쟁점이 복잡한 것도 아니다. 상속인간에 작성한 상속합의서가 합법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상속회복청구의 제척기간이 도과했는지 등을 따지면 된다. 상속과정에서 기망행위가 있었다면 원고가 이를 입증하면 된다. 하지만 이런 시간이 무한정 늘어지고 있다. 재판이 지연되는 동안 법원 밖에서 여론재판만 한창이다. 인화人和의 아이콘이었던 LG는 불화의 이미지로 물들어 가고 있다. 이 재판이 한국의 가부장적 문화에서 피박받는 여인의 투쟁으로 그려진 한 외신의 보도는 소송쟁점과 무관한 장외 여론전의 극치였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LG는 기업이미지 훼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모든 국민은 헌법에 기초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기업인 본연의 역할이 아닌 곳에 시간을 뺏기니 경제 영토를 넓힐 여유가 없다. 결국 국가적 손실이다. 기업에게 불확실성이 길어지는 것만큼 나쁜 악재는 없다. 신속한 재판진행을 통한 빠른 판결이 모두를 위한 최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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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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