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방북] 국제질서 변화 속 반미연대 견인기 자처…위험한 의기투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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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우리가 다극화된 세계 추동"…그들만의 리그 만들어 제재 무력화 시도
푸틴 "불가분리적인 안전구조" 강조…전방위적 군사협력 가속화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한과 러시아가 24년 만에 이뤄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방북을 계기로 국제적 반미 블록 핵심축을 자처하며 서방 제재·압박에 대한 돌파구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9일 푸틴 대통령의 전날 평양 도착 사실을 보도하며 "북러 간 친선관계가 국제적 정의와 평화, 안전을 수호하고 다극화된 새 세계 건설을 추동하는 강력한 전략적 보루로, 견인기로 부상되고 있는 중대한 시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일극 체제가 아닌, 다극화된 세계를 건설하는 데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취지다. 러시아도 북한과의 반미 연대를 눈에 띄게 강조하고 있다. 스푸트니크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북러 정상회담에서 "러시아는 수십년간 미국과 그 위성국의 패권적, 제국주의 정책에 맞서 싸우고 있다"며 "양국간 소통은 평등과 상호 이익에 관한 존중을 기반으로 한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의 전날 노동신문 기고는 강도 높은 대미 비난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기도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통상적으로는 상대국가를 향한 이야기여야 하는데 대미 메시지가 많았다"며 "러시아가 하고 싶은 말, 러시아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타스통신 보도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이번 북러 회담에서 국제문제 의제를 논의하는 데 특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북러가 평등과 주권 존중, 내정 불개입 원칙에 기초한 다극화된 세계 건설을 옹호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북러 정상의 비공식 대화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러시아는 자신들이 꾀하는 다극화 세계의 중요 파트너이자 어엿한 일원으로 북한을 끌어들이고, 북한도 이에 적극 부응하면서 핵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 왕따에서 벗어나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푸틴이 지향하는 대전략은 다극화 질서"라며 "미국의 패권 약화에 따라 러시아가 세력권을 확보하고 발언권을 갖는 세계를 지향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로부터 이탈해 러시아와 협력하려는 국가들을 규합하는 데 북한을 끌어들이고 파트너로 함께 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러가 체결할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역시 이런 인식에 맞춰 양국관계를 근본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내용이 될 전망이다. 이는 결국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 속에서도 북한이 충분히 생존할 수 있는 그들만의 리그를 만드는 것이어서 사실상 제재를 무력화하는 효과가 있다. 푸틴 대통령의 노동신문 기고에서 가장 시선을 끈 것도 "우리는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호상 결제체계를 발전시키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 조치들을 공동으로 반대해나갈 것"이라는 대목이었다. 달러 등 서방 통화 체계를 통하지 않고 루블화 등을 통해 무기거래, 근로자 파견 등 대북제재에 위배되는 북러 간 거래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됐다. 현재 시행되는 미국의 대북 독자 금융제재가 위력을 갖는 이유는 사실상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힘입은 면이 크다. "유라시아에서 평등하고 불가분리적인 안전구조를 건설해 나갈 것"이라는 푸틴 대통령의 언급도 의미심장하다. 북러의 안보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인식에 따라 군사 분야에서 전방위적 협력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양국이 그만큼 안보적 이해관계를 함께한다는 의미여서, 당장 군사동맹 수준으로 가지는 않더라도 커다란 협력 잠재력을 남겨두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kimhyo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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