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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져보니 아직 죽진 않았어"…탈북자가 찍은 北 끔찍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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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3회 작성일 24-04-29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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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김모씨가 황해남도에서 찍은 영상. 길거리에 한 주민이 죽은 듯 늘어져 있다. 김씨는 촬영 다음 달 가족과 함께 탈북했다. 사진 TBS 캡처

2023년 4월 김모씨가 황해남도에서 찍은 영상. 길거리에 한 주민이 죽은 듯 늘어져 있다. 김씨는 촬영 다음 달 가족과 함께 탈북했다. 사진 TBS 캡처


북한에서 주민이 길거리에서 굶어 죽는 등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 속 참상이 찍힌 영상이 공개됐다.

28일 일본 TBS는 지난해 5월 탈북해 한국으로 온 30대 김모씨와의 단독 인터뷰를 보도했다. 김씨가 탈북하기 전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에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수년간 봉쇄됐던 북한 사회의 상황이 담겨 있었다.


지난해 4월 김씨가 북한 황해남도에서 촬영한 이 영상 속에는 한 남성이 길가에 축 처진 채 길게 누워 있다. 김씨는 근처 가게 주인에게 쓰러진 남성에 관해 물었으나 “어제 오후부터 쓰러져 있어서 만져보니 아직 죽지는 않았다. 굶어서 쓰러져 있는 것 같은데 곧 죽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영상에는 구걸하러 온 한 남성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김씨가 “당신 작업반에도 굶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지 않나”라고 묻자 남성은 “굉장히 많다. 그래도 일하러 나간다. 어쩔 수 없이 나가는 사람도 많다”고 답하고는 한숨을 내쉰 뒤 “죽을 것 같다”고 말한다.


“숨쉬는 공기도 당의 것”…일가족 목조선 타고 탈북 결심

김모씨가 2023년 4월 황해남도에서 찍은 영상. 구걸하는 중인 이 남성은 ″작업반에도 굶는 사람이 많다. 그래도 일하러 나간다″고 말했다. 사진 TBS 캡처

김모씨가 2023년 4월 황해남도에서 찍은 영상. 구걸하는 중인 이 남성은 ″작업반에도 굶는 사람이 많다. 그래도 일하러 나간다″고 말했다. 사진 TBS 캡처


영상을 촬영한 김씨는 지난해 5월 7일 탈북해 한국으로 건너왔다. 중국이나 러시아 등을 통하지 않고 목조선을 타고 연평도 인근 해상까지 내려왔다고 한다. 임신 중인 아내와 어머니, 남동생 가족 등 일가족 9명이 함께했다.

어업에 종사해 온 김씨는 “배를 타고 바다에 나올 때 연평도가 눈앞에 보일 때마다 혼자서라도 탈북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며 “하지만 가족과 흩어지는 고통을 떠안고 싶지 않았고, 가족 모두를 데리고 올 방법을 찾는 데 반년이 걸렸다”고 털어놓았다.

탈북한 이유에 대해 그는 “여기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겠지만, 북한에서는 집 밖으로 한 발짝만 나오면 모든 걸 100% 의심해야지만 살 수 있다”며 “아무 생각 없이 거리를 걷고 있으면 누군가가 호루라기를 불고 무턱대고 붙잡아 신체검사를 하고 트집을 잡는다”고 했다. 청바지를 입었다거나 노동시간에 나돌고 있다는 등의 이유다.

어민이었던 김씨는 목조선을 이용해 일가족 9명이 다함께 연평도를 통해 탈북할 계획을 세웠다. 사진 TBS 캡처

어민이었던 김씨는 목조선을 이용해 일가족 9명이 다함께 연평도를 통해 탈북할 계획을 세웠다. 사진 TBS 캡처


어느 날은 김씨의 집에 단속기관 보안원이 수사 영장을 들고 찾아와서 모아둔 쌀을 가져가려 했다고 한다. 코로나19 동안 북한이 국가주도로 식량전매제를 실시하자 쌀은 암시장에서 거래됐다. 김씨가 “우리 돈으로 산 쌀”이라며 항의하자 보안원은 “이 땅이 네 거냐. 네가 숨쉬는 이 공기도 모두 당의 소유”라고 말했다. 이에 김씨는 “희망을 잃고 탈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고른 건 파도가 높고 달빛이 어두운 흐린 날이었다. 태풍이 다가오고 있어 경비정이 철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도박에 나섰다. 경비정에 발각됐을 때를 대비해 길이 50㎝의 칼과 함께 빈 달걀껍데기에 고춧가루와 모래를 채워 준비했다. 만약의 경우 던져서 시야를 가리기 위한 용도였다.


“매일같이 아사 소식 들려와…고난의 행군보다 힘들었다”

28일 일본 TBS는 지난해 탈북한 30대 김모씨와의 코로나19 동안의 북한 현실에 대한 인터뷰를 보도했다. TBS 캡처

28일 일본 TBS는 지난해 탈북한 30대 김모씨와의 코로나19 동안의 북한 현실에 대한 인터뷰를 보도했다. TBS 캡처


김씨는 코로나19가 창궐한 기간에 대해 “90년대 고난의 행군 때보다 힘들었다. 그때도 곡창지대인 황해도에서는 아사하는 일은 없었다”며 “하지만 코로나19 동안은 매일 ‘누구 아버지가 죽었다, 누구 아이가 죽었다’는 소문이 들려올 정도로 사람이 많이 죽었다”고 했다.

식량부족이 심각해지며 흉악 범죄도 늘었다. 김씨는 “살인이나 강도가 일상다반사였다. 공개처형도 많았다”고 했다. 그는 공개처형을 봤냐는 진행자 질문에 “봤다. 2023년 4월 중순이었다. 대학생이 중년 여성을 죽이고 480만원을 훔쳐 달아나 처형됐다”고 회상했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 등을 봤다는 이유로 처형되는 경우도 잇따랐다. 그는 “2022년 7월 26일이었다. 22살짜리였는데, 남한 음악이나 영화를 친구와 같이 봤다고 총살당했다”며 “처형을 앞쪽에서 봐서 똑똑히 기억한다”라고도 했다.

다만 김씨는 코로나19 기간 김정은 정권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 미안하지만 정치적인 발언은 할 수 없다”며 “최고지도자가 하는 일에 이러쿵저러쿵할 수 있나”라고 되물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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