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워싱턴 겨냥 신형 ICBM 도발…사상 최장 86분 비행종합3보 > 정치기사 | politics

서울=뉴스1 박응진 허고운 기자 = 북한이 미국 대선을 닷새 앞둔 31일 동해상으로 고체연료 추진체계를 적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7시 10분쯤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 이 탄도미사일은 고각高角·비행거리를 줄이기 위해 발사 각도를 의도적으로 높이는 것으로 발사돼 약 1000㎞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합참은 전했다.

일본 정부는 이 미사일이 약 86분을 비행해 최장 비행기록을 세웠으며,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인 홋카이도 오쿠시리섬 서쪽 약 300㎞ 지점에 낙하한 것으로 분석했다. 정점 고도는 약 7000㎞로 파악됐다. 이전 북한 ICBM의 최장 비행기록은 지난해 7월 12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발사한 고체연료 추진체계 기반의 ICBM 화성-18형으로 당시 약 74분을 비행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무기 개발을 위해서 더 멀리, 더 높이 쏘기 위한 시험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번 ICBM은 화성-18형이 아니라, 탄두 중량을 늘린 고체추진 신형 ICBM으로 보인다. 고체연료는 액체연료보다 은밀성·신속성 면에서 뛰어나다. 이는 북한이 지난달 9일 공개한 12축 바퀴좌·우 12개씩 24개의 바퀴의 신형 이동식발사대TEL에서 발사됐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이날 쏘아올린 ICBM의 명칭과 제원 등을 금명간 공개 보도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등 지도부의 현지 지도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이날 여러 목표물에 각각 하나의 탄두가 떨어지는 방식MIRV의 다탄두 탄도미사일 시험을 했을 수도 있다고 보지만, 합참은 그 가능성이 적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지난 23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김 총비서가 전략미사일 기지의 지하시설에서 ICBM 화성-18형 추정 미사일을 둘러보는 모습을 공개하며 "핵무력의 철저한 대응태세"를 갖추겠다고 하는 등 미국을 상대로 핵타격 위협 수위를 점차 높여왔다.

이에 따라 한미 군 당국은 미국 대선을 전후로 북한이 ICBM을 발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평양 일대를 중심으로 북한군 동향을 추적·감시해 왔다. 이날 ICBM 발사 직후엔 한미일 3국의 관련 경보정보를 실시간 공유했다.

현재 북한의 ICBM은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비행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2017년부터 액체연료 추진체계 적용 ICBM 화성-14·15·17형을 비롯해 고체연료 추진체계 적용 ICBM 화성-18형을 수차례 시험발사 했다.

북한의 이번 ICBM 발사는 미 대선 판도에 영향을 줘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치적 지형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이 실장은 북한의 이번 ICBM 발사가 "현재 미국 대선이 임박해 있는 시점에서 북한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며 "현 상황을 탈피하기 위한 이벤트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를 위한 ICBM 정상각도30~45도 발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 입장에서 사실상 공격행위로 간주할 수 있는 정상각도 발사가 아니라 고각 발사를 택한 것은 러시아 파병으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수위가 높아진 상황에서 나름대로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은 지난달 18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여러 발을 발사한 이후 43일 만이다. ICBM 발사는 작년 12월 18일 이후 약 10개월 만으로, 올해 들어선 처음이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는 북한의 모든 탄도미사일 및 그 기술을 이용한 비행체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

합참은 "이번 북한의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중대한 도발 행위"라며 "우리 군은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 하에 북한의 다양한 활동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미 국방장관은 미측 전략자산 전개 하에 연합훈련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대응방안을 강력하게 시행해 한미동맹의 대응의지를 현시하기로 했다고 합참은 덧붙였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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