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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칼럼] 조선이 트럼프를 선호한다고?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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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7회 작성일 24-09-09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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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박빙’ 미국 대선이 다가오면서 차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북 인식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해리스는 조선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독재자”, “폭군”이라고 칭하면서 “비위를 맞추지 않겠다”고 했고, 트럼프는 “핵무기를 가진 나라 지도자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을 일”이라며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다. 세계 최강국이자 한반도 문제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외교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그 상대인 조선은 미국에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2019년이 지나면서 대미 관계 정상화의 미련을 접은 상태이다. 또 ‘가난하고 고립된 핵개발국’에서 ‘가난과 고립에서 탈피하는 핵보유국’이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압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었던 과거와는 양상이 판이하게 달라졌다는 뜻이다. 우리가 차기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못지않게 조선의 선택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이다.

미국 대선과 관련해 현재까지 조선에서 나온 입장은 두 개가 있다. 하나는 7월 23일 조선중앙통신이 트럼프를 향해 “공은 공이고 사는 사”라며 “미국은 조미 대결사의 득과 실에 대해 고민해보고 옳은 선택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논평한 것이다. 이는 김정은이 2018#x301c;2019년에 쌓았던 트럼프와의 개인적인 유대가 북미관계를 새롭게 바꿀 수 있는 “신비로운 힘”이라고 여긴 것에 대한 오판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또 하나는 8월 4일에 나온 김정은의 발언이다. 그는 평양에서 진행된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 인계인수식 연설에서 “대화도 대결도 우리의 선택으로 될 수 있지만, 우리가 보다 철저히 준비되어있어야 할 것은 대결”이라고 말했다. 또 “대화를 하든 대결을 하든 강력한 군사력 보유는 주권국가가 한시도 놓치지 말고 또 단 한걸음도 양보하지 말아야 할 의무이며 권리”라고 덧붙였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미국이 결코 몇 년 동안 집권하고 물러나는 어느 한 행정부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후손들도 대를 이어 상대하게 될 적대적 국가”라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김정은이 대화를 언급한 것은 2021년 6월 노동당 전원회의 이후 4년 2개월만이었다.

그렇다면 평양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누구를 선호할까? 대다수 사람들은 트럼프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그리 간단치 않다. 조선이 전략적 목표의 방점을 어디에 둘 것이냐를 먼저 짚어봐야 한다. 조선이 핵무력을 위시한 “강력한 군사력 보유”에 방점을 찍는다면 트럼프보단 해리스가 더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 근거는 바이든 행정부 3년간 조선의 핵 능력이 2배 정도 늘어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바이든 행정부가 취임한 2021년 1월에 조선이 40#x301c;50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이 가운데 실제로 몇 개의 핵무기를 제조했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반면 3년이 지난 2024년 1월에는 5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면서 여기에 핵물질 보유량을 추가하면 최대 90개의 핵무기를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북핵 능력의 확대와 고도화는 북미대화 ‘제로’와 궤를 같이 한다. 아직 4개월 정도 임기가 남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1990년대 이래 조선과 한 차례도 대화를 하지 못안한 채 백악관을 떠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해리스 집권시 대북정책도 동맹·억제력·미사일방어체제MD 강화에 치중한 바이든의 정책을 답습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이 핵 능력 강화에 우선순위를 둘 경우 트럼프보다 해리스 집권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분석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다. 또 전략적 동맹 관계를 수립한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에도 더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물론 조선이 트럼프의 재집권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들도 있다. ‘트럼프 2.0’ 시대에 예상되는 한미동맹과 사실상의 동맹으로 치닫고 있는 한미일 군사협력의 균열이 대표적이다. 또 트럼프가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고 군비통제와 군축 협상을 제안하면서 긴장완화와 관계 개선을 도모할 가능성도 있는데, 조선은 이를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굳힐 수 있는 기회로 간주할 수 있다. 이는 조선이 핵 능력 강화보다는 안보 수요를 낮춰 경제발전에 유리한 대외 환경 조성에 방점을 둔다면, 트럼프를 선호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정리하자면, 조선이 누구를 선호한다기보다는 누가 되더라도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대화도 대결도 우리의 선택”이라는 김정은의 발언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갑을관계’가 분명했던 과거의 북미관계에 종지부를 찍고, ‘나도 갑이다’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도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대북 강경책 및 한미일 동맹에 ‘다 걸기’를 계속할 경우, 해리스가 되면 ‘북핵의 폭주’를, 트럼프가 되면 ‘한국의 왕따’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난처함을 예방하려면, 미국 대선에서 누가 되더라도 양자든, 다자든 조선과의 대화 재개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압도적인 힘의 과시”를 자제하고 대북 전단 금지 및 확성기 방송 중단에 있다.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wooksik@gmai.com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워싱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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