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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산모와의 약속 못 깬다" 분만병원 140곳, 파업 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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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81회 작성일 24-06-13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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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병의원협회 “분만은 필수의료
산모들은 약자… 최대한 배려해야”
협회 지침 없어도 휴진하지 않기로

12일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예진산부인과에서 이 병원 원장인 오상윤 대한분만병의원협회 사무총장이 아기를 돌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출신인 그는 본지 인터뷰에서 협회에 소속된 분만 병원들이 오는 18일 대한의사협회 총파업전면 휴진 날에도 정상 진료할 것이라고 했다. /장련성 기자

12일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예진산부인과에서 이 병원 원장인 오상윤 대한분만병의원협회 사무총장이 아기를 돌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출신인 그는 본지 인터뷰에서 협회에 소속된 분만 병원들이 오는 18일 대한의사협회 총파업전면 휴진 날에도 정상 진료할 것이라고 했다. /장련성 기자

오상윤53 대한분만병의원협회 사무총장은 12일 본지 인터뷰에서 “분만을 하는 산과産科 의사들은 산모와의 약속을 깰 수 없다”며 “분만 병원은 오는 18일 대한의사협회의협 차원의 총파업전면 휴진 날에도 정상 진료한다”고 말했다. 대한분만병의원협회에는 태어나는 아기를 받고 임산부를 진료하는 전국 분만 병·의원 140여곳이 속해 있다. 오 사무총장도 경기 시흥에서 산부인과 전문의 5명과 함께 분만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 병원에선 한 달에 약 60명의 아기가 태어난다.

협회 차원의 지침은 내리지 않지만 오 사무총장 등 임원들은 집단 휴진에 동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오는 18일 휴진하겠다고 밝힌 대학 병원들도 응급실, 중환자실과 분만실은 정상 운영한다. 오 사무총장은 “산모는 약자”라며 “지침을 내리지 않아도 휴진하는 분만 병원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도 의대 교수들의 집단 휴진 움직임이 확산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오는 17일부터 응급실 등을 제외한 모든 진료과의 무기한 휴진을 예고한 데 이어 연세의대·세브란스병원 교수들도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전체 휴진에 들어간다고 이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등을 수련 병원으로 둔 울산의대를 비롯해 성균관의대, 가톨릭의대 교수들도 의협의 18일 당일 전면 휴진에 동참하기로 했다. 이곳들에선 개별 의대·병원 차원의 추가 휴진 여부도 논의 중이다. 전북대·동아대 등 상당수 지방 의대에서도 교수들이 휴진 관련 투표를 진행했다.


전국 40개 의대 교수협의회가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이날 정기총회를 열고 18일 휴진 동참 여부를 포함한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오 사무총장은 “대학 병원 교수들은 전공의 없이 오래 버티기 위해 하루 쉬는 것이지만 산모는 약자라 최대한 배려해야 한다”며 “대학 병원도 총파업 날 분만실은 휴진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상황에서 동네 분만 병원이 휴진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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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윤 분만병의원협회 사무총장은 이날 본지에 “전국 분만 병원 대부분은 진료를 할 것”이라며 “산모는 갑자기 양수가 터지거나, 진통이 생기거나,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 사무총장은 오는 18일 의협 주도의 전면 휴진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이유에 대해 “분만 병원 의사들은 응급 산모 때문에 24시간 전화기를 붙잡고 산다”며 “산모와 아기를 위해 우리는 휴진할 수 없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18일에 전국 분만 병원 모두 정상 진료하나.

“휴진하는 분만 병원은 없을 것이다. 대학 병원 교수들도 분만실은 휴진 안 한다고 발표한 상황에서 동네 병·의원이 어떻게 휴진을 하겠나. 산모를 볼모로 휴진을 내세울 이유는 없다. 의협이나 각 시·도의사회에서도 분만 병원 휴진을 강요하지 않는다.”

-일부 의사는 진료 일정을 바꿔 휴진한다는데.

“그러면 산모들이 불편해진다. 산과 의사들은 산모 일정까지 바꿔가면서 휴진에 참여하지 않는다. 제왕절개나 유도 분만 수술은 한 달 전부터 잡는다. ‘총파업에 참여해야 된다’며 약속을 취소할 수 없다. 아기를 낳아야 하는 주수가 정해져 있어 미루거나 당기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런 결정을 어떻게 하게 됐나.

“최근 이틀 동안 협회 임원 13명이 온라인 회의를 통해 결정했다. ‘우리가 분만을 접을 수는 없다’ ‘분만 같은 필수 의료는 18일에도 휴진 없이 다 해야 한다’ 등의 이야기가 오갔다. 여의도에서 하는 총궐기 대회에는 그날 원래 쉬는 사람만 자발적으로 가기로 했다.”

-2000년·2020년 총파업 때는 어떻게 했나.

“그때도 분만 병원은 휴진 안 했다. 2000년대에는 산모 응급실 뺑뺑이가 없었다. 지금은 1년에 100명 정도가 응급실을 찾지 못해 구급차에서 아기를 낳는다. 산과 의사가 적어서 그렇다. 응급실 뺑뺑이가 없던 2000년에도 안 한 휴진을 분만 병원이 부족한 2024년에 어떻게 하겠나.”

-의대 증원이 산과에도 도움 되지 않나.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1년에 100명 정도 배출되는데 이 중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산과 의사를 하는 사람은 3명 정도다. 나머지는 미용, 성형, 일반 부인과 개원을 하거나 난임 분야를 선택한다. 산과 의사들이 창살 없는 감옥 생활을 하는데 증원을 한다고 한들 몇 명이나 더 오겠나.”

-산과 의사 부족은 어떻게 해결하나.

“소송 부담을 줄여주면 된다. 의사가 최선을 다해도 산모나 아기가 잘못될 수 있다. 그럴 땐 정부가 책임을 져줘야 한다. 분만 수가도 올려야 한다. 미용, 난임이라는 선택지가 있는데 손해 봐가며 산과에 올 사람은 없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크게 도움 안 된다. 그건 형사처벌 특례법이고 민사소송의 부담이 아직 남아있다. 신생아 뇌성마비 손해배상 소송에 걸리면 15억원을 배상해야 한다. 분만 수가가 55만원이다. 소송 걸리면 폐업하고 신용불량자 신고해야 한다. 지방의 많은 분만 병원들은 그런 식으로 문을 닫았다.”

-개원의에 대한 진료 명령을 어떻게 보나.

“응급 상황이 아닌 진료라면 휴진 여부는 의사 개인의 판단에 맡겨야 된다. 의사들은 공무원이 아니다. 자영업자다. 자영업자들이 휴진을 하겠다는데 진료 명령을 내리는 게 과연 민주주의인가. 비민주적인 부분에 대해서 의사들은 저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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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민 기자 at_h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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