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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라인 뺏으려 했다고 단순화할 수 없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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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75회 작성일 24-06-08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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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사죄와 반성 없었단 건 오해와 편견

한일관계, ‘정쟁 불쏘시개’ 될 가능성 있어

한반도에 집중한 文 정부 때 ‘고립무원’

세계 10위권다운 ‘능동적 복합외교’ 필요

’외교 문해력’ 높이기도 중요한 과제


한국과 가장 멀고도 가까운 나라인 일본과의 관계는 양국 사이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늘 불씨를 안고 있다. 윤석열정부의 ‘한일 관계 개선’이 외교 최대 성과로 평가받고 있음에도 라인 사태, 강제동원 제3자 해법,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등 각종 현안들에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복잡하게 얽힌 국민 감정에 대한 고려, 진정한 선진국 도약을 위해 필요한 외교 문해력 높이기 등도 병행돼야 할 과제다.

지난달 30일 제주포럼 현장에서 신각수 전 주일대사를 만나 이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1977년부터 36년간 정통 외교관의 길을 밟은 신 전 차관은 외교통상부 일본 과장, 차관·장관 보좌관, 일본 대사, 1·2차관 등을 역임한 ‘일본 전문가’다. 한일 관계 증진을 목적으로 설립된 세토포럼의 이사장을 10여년 맡은 바 있다. 다음은 신 전 주일대사와의 일문일답.

신각수 전 주일대사가 지난 5월 30일 제주포럼이 열린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제주포럼 제공
-라인 사태 분석은.

“라인 야후 사태는 일본이 잘못했다. 행정지도는 법에 따라 하는 게 아니지만 사실 법보다 더 강력하다. 주무관청에 잘못 보이면, 각 산업 협회 내에서 혼자 따돌림 당하면 그 기업이 어떻게 되겠나.

라인 야후는 회원만 9600만명으로 일본 국민의 80%에 달하고, 이걸로 행정 행위까지 하는 기관 인프라다. 그런데 그 주식 약 3분의 1을 한국 기업 네이버가 갖고 있고, 기술도 네이버에 의존하고 있다. 더구나 일본 라인의 정보가 2021년 중국에 유출됐으니 더욱 민감해졌다.

개인적으로는 네이버의 대처가 좀 아쉽다. 사이버 보안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해 사고를 막았야 한다. 이것과 함께 겹친 것이 소프트뱅크와 네이버의 합작 관계가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관련해 길을 달리 한 일이다.”

-어떤 일이 있었나.

“원래 네이버는 소프트뱅크의 자본, 네이버의 기술을 합작해 AI 개발을 같이 하려고 했다. 그런데 손정의 소프트뱅크 대표가 생각을 바꿔 혼자 100억달러를 투자해서 독자적으로 하겠다고 하니 계획이 뒤틀어져버렸다. 네이버로선 개발자금이 필요해졌다. 라인 야후 지분 32.25%를 네이버가 갖고 있는데 이를 팔면 대강 10조 정도가 된다. 지분 매각을 해서 AI 개발 자금을 확보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한다.”

-네이버의 대응이 바로 나오지 않았던 것의 배경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정부 역할 부재로 보기는 무리가 있는 건가.

“우리 정부로서는 기업이 밝히기 전에는 자세한 내용을 알 수가 없다. 지금 일이 불거지니까 알게 된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의 기업에 대한 개입은 법에 의한 것 말고는 할 수가 없다. 일본이 우리 기업을 뺏으려 했다고 단순하게 말할 수 없고, 정부 대응이 없었다고 공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야당의 일방적 비난에는 무리가 있다.”

-어쨌든 일본 정부는 개입을 한 것인데.

“지분 구조 개편을 압박한 것은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맞다. 그래서 우리가 나서니까 그제서야 ‘보안을 강화하라는 얘기’라고 말을 바꿨다. 그리고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의 문제 제기에 그 말을 되풀이한 것이고.”

-대통령실에 따르면 라인 야후가 7월1일까지 일본 정부에 제출하는 행정지도 조치보고서에 지분매각이 들어가지 않을 수 있다고 해 지분 매각으로 촉발된 정쟁은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인다. 향후 전망은 어떻게 보나.

“지금 상황에서 네이버는 지분을 계속 유지하면서 보안 조치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내용을 더 넣어서 수습하려 하지 않을까. 어느 정도 진정된 후에는 매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는 1%만 더 취득해도 지배권을 갖게 되기 때문에 굳이 네이버 지분을 많이 안 사려 할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네이버에 도움이 된 건지 손해가 된 건지는 네이버밖에 모른다. 기업의 일급비밀, 운명을 가를 수 있는 사안임을 알아야 한다. 여야가 정쟁으로 키워버리면 결국 의도와 달리 우리 기업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다.”

-한일 간 출입국 간소화 이야기도 계속 나오고 있다.

“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여권을 대체하는 다른 무언가를 도입할 건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솅겐 조약을 가진 유럽처럼 바로 한일 간에도 시행하는 것은 조금 시기상조라는 생각도 든다. 중간 단계로, 출국 시에 상대국 입국 절차까지 한번에 처리해서 공항에 도착하면 바로 빠져나가는 식을 고려할 만 하다. 유럽의 경우 EU 비회원국인 스위스와 프랑스를 오갈 때 이런 식으로 한다.”

-한일 관계와 관련해 국민 감정과 외교·정부 관계자 사이에 여전히 온도차가 느껴진다.

“일본에 대한, 한일 관계에 대한 사실 인식 측면에서 우리의 무지, 오해, 편견이 분명 존재한다. 한편으로는 일본이 과거사에 있어 ‘역사 수정주의’적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본 정부와 사회가 가끔씩 뒤로 갈 때는 우리가 엄격히 대처하면서도 한일 관계가 왜 개선돼야 하는지 국민들에게 정부가 좀 더 치밀하게 설명을 해줘야 한다.”

-무지나 편견의 예시라면 어떤 것이 있나.

“예를 들면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서 반성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10명 중 7∼8명은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건 사실과 다르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는데, 이에 대해 우리 정부의 강력한 항의로 해임되거나 압력에 의해 사임이 이뤄졌다. 1980년대 초 과거사 문제가 대두되면서 교과서에 ‘근린제국 조항’*이라는 것을 두며 개선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근린제국조항近隣諸國條項: 1982년 일본 정부가 내놓은 교과서 검정 기준으로, 근현대사 기술에 있어 아시아 인접 국가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한국 입장에선 충분치 않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식미 지배를 받은 피해자 입장에서 볼 때, 과거사에 대해 우리의 마음을 만족시킬 만한 일본의 사과는 어려울 것이다. 일련의 과정을 돌아보면 1983년 전두환 대통령 방일 때 당시 히로히토 천왕의 만찬사, 1993년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 담화,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 담화, 1998년 김대중-오부치 한일 파트너십 선언, 2010년 간 나오토 총리 담화 등에서 사과 수준은 개선되었고 간 담화의 경우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어느 정도 객관적 반성과 사죄를 했다는 수준까지는 진전되었다. 한일 간 사죄에 관한 문화적 차이도 양측의 기대수준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지난 5월 23일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대법원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기업 배상을 촉구하고 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최근에는 강제동원 문제의 제3자 변제 방식을 놓고 시끄러웠는데.

“강제동원 문제도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는 한국과 수교를 시작한 1951년 이래 식민통치는 합법이었다고 보는 입장이다. 우리는 불법이라고 봤다. 그래서 우리가 배상 청구권으로 20여억 불의 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이후 우리가 이를 청구권으로 바꿨다. 1965년 청구권 및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으로 일괄 청산하면서 최종적으로 1970년대 초에 두 번, 2007년에 한 번 해서 총 세 번에 걸쳐 청구권을 가졌던 우리 국민들에 대한 보상을 한국 정부가 해줬다.

그런데 2012년 김능환 대법관이 민사1부 판결에서 이를 뒤집었다. 그 전까지는 피해자들이 대법원에서 패소했는데, 이때 김 대법관이 파기 환송해버린 것이다. 1965년 협정은 한국과 일본 입장을 절충해 ‘이견이 있음에 합의한agree to disagree’ 것이었다. 우리는 처음부터 무효라는 입장이고, 일본은 나중에 실효했다는 입장이고. 이런 것을 알고 판단하게 되면 우리 정부가 세 번이나 피해자들에게 돈 준 것은 무엇이냐 했을 때 답할 수 있을까.”

-그런 디테일한 내용에 대한 교육이 왜 잘 안되는 건가.

“일본에 대해서는 지식인 사회에서도 얘기하기를 꺼린다. 친일로 몰아버리고, ‘토착 왜구’라고들 하니까. 우리 사회 일각에서 ‘죽창가’ 얘기하는데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죽창가를 부르나. 우리가 일본하고 가까워지자는 건 일본을 위해서 하자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필요하니까 하는 것이다. 전쟁 전과 후의 일본을 구분해야 하고, 한반도에 지정학적 광풍이 몰아치는 국제정세의 급격한 변화를 감안해야 한다.”

-내년이 양국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라 정부가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고 하는데.

“착실히 준비해야 한다. 한일 관계는 아주 민감하고 국민들의 감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정부가 절대 큰소리치거나 약속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노무현 대통령 취임 초기 과거사를 일체 묻지 않겠다고 했다가 국교수립 40주년인 2005년 초 일본이 독도의 날을 제정하면서 한일 관계가 크게 악화됐다. 안 될 것을 쉽게 장담하면 꼭 일이 터진다. 차분하게 고개를 하나하나 넘는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이번에 총선 패배로 여야 대립이 극심한 상태에서 잘못하면 한일 관계가 정쟁의 불쏘시개로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 야당과도 대화해야 하지만 사실 국민들과 많이 소통해야 한다. 우리가 왜 이렇게 가는지를 잘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무엇을 알려야 하나.

“지난번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국빈으로 방미했다. 미국이 아시아 정책을 수행하는 데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일본을 내세웠고, 소위 격자형 네트워킹을 하는 걸 볼 수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과 파트너십을 엮는 것 말이다.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 비공식 안보회의체, 한·미·일, 한·일·필리핀, 한·일·호주, 미·일·호주, 미·일·필리핀 등이 얽힌 격자형 네트워킹에서 미국이 일본을 핵심 파트너로 삼은 것이다.

그런 배경 속에서 우리가 앞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까지 대비해 동북아에서 북핵 위협을 억제하면서도 중국의 공세적 외교안보 정책에도 대응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일본과 잘 손잡고 미국을 이 지역에 계속 연계해야 한다. 미국 역시 신고립주의로 흐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그게 필요하다. 그래야 중국과 힘의 균형이 이뤄진다.

우리 국력이 올라갔으니 괜찮을 거라는 생각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지금은 가치와 이해를 같이 하는 나라들과의 네트워킹이 매우 중요해졌다. 한일 관계가 좋아지면 일본이 만든 네트워크에 우리가 참여할 수도 있고, 우리의 네트워킹에 일본을 끌어들일 수도 있는 것이다.”

제19회 제주포럼이 열린 지난달 30일 ‘한국 외교안보통일 전략의 지향점과 과제’ 세션에 신각수 전 외교통상부 차관왼쪽부터, 박철희 국립외교원장, 김천식 통일연구원장,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이 참석하고 있다. 제주포럼 제공
-현재로서는 그 설명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보는지.

“국민들에게 잘 설명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왜 이런 외교 정책이 나오는지, 왜 우리가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는지, 왜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는지 그것이 갖는 함의를 국민들이 잘 알아서 소위 ‘외교 문해력diplomacy literacy’이 올라가야 한다. 세계 10대 강국 중 하나이면서도 우리 국민의 외교 문해력은 낮은 편에 속한다.”

-우리의 외교 문해력이 어떤 수준인가.

“피해 의식이 많고, 다소 감정적이고 이성적인 계산이 부족하다. 언론과 국민을 포함한 우리 사회가 그런 경향이 있다. 우리를 제외한 대부분 강대국들은 제국을 경영했던 경험이 있다. 외교를 못하면 제국 경영이 안 된다. 근데 우리는 제국 경영을 당했던 나라다. 그러다가 갑자기 4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경제 발전과 민주화, 정보화, 세계화 흐름에 올라탔다.

아주 초고속 성장을 했지만 ‘불균형 성장’을 한 셈이다. 속도는 빨랐으되 쌓인 것이 적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같은 분야는 세계적 순위이지만 사회의식 수준 같은 것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한일 관계에서 ‘굴종 외교’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국내 정치 논쟁화된 부분으로 보나.

“그런 측면이 없지 않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일본에 굴종할 것이 무엇이 있나. 한·미 관계가 좋아짐에 있어 한·일 관계 개선이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모를 때나 가능한 얘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미·일 3각 협력 체제의 복원을 굉장히 중시하는 사람이다. 윤 대통령이 어려운 한일 관계의 뒤엉킨 매듭을 풀고, 과감히 개선해 버린 것에 상당히 감명을 받았다. 예전엔 확장 억지에 대해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던 미국이 ‘워싱턴 선언’ 등으로 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달라진 배경이다.

한일 관계가 좋아지면서 중국도 우리에게 마음대로 못 한다. 한·미·일 협력체제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한반도에 집중했던 전 정부 때 한·미 동맹이 원만하지 않고 한·일 관계가 나쁘니 그야말로 고립무원이었다. 세계 10위권에 진입한 우리 위상에 걸맞은 외교로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와 국익을 확보해 나가는 능동적 복합외교를 추구해 가야 한다.”


제주=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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