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아닌 대선 치렀나…여당 사라진 22대 국회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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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연구·주도에는 손 놓은 국민의힘
與, 당 대표 선출·원 구성 협상도 벅찬가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강은구 기자 22대 국회에서 여당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정책 이슈를 선점하지 못하고 야당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이 171석의 의석수를 지렛대로 삼아 활발한 의정 활동을 펼치는 것과 대조되면서, 여아가 바뀐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연구 손 놓은 與…연금개혁도 민주당이 주도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간 의원실이 주최한 세미나나 포럼 등 행사 16건 중 14건을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주최했다.
민주당이 주최한 세미나는 국민 건강부터 최저임금, 지속가능한 도시, 상병傷病, 청소년 문제 해결, 의료개혁, 범죄 수사, 유보통합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세미나는 윤재옥 의원실이 진행한 처분적 법률의 문제점 토론회와 김성원 의원실이 주최한 한-카자흐스탄 협력 세미나 두 건에 그쳤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인 지난달 30일로 기간을 늘리면, 이미 열렸거나 예정된 국회 세미나 총 38건 중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이 주최한 행사가 29건에 달한다.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행사는 여야 공동 주최 4건을 포함해 9건뿐이다. 22대 국회에서 최대의 개혁 과제로 꼽히는 연금 개혁 관련 논의마저 민주당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개원 직후부터 연금 개혁을 22대 국회서 시급한 현안으로 꼽으며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그는 지난 5일에도 "달력으로 보면 21대 국회, 22대 국회가 구분되지만, 정치권의 책임은 아무 관련이 없다. 국회가 연금개혁을 신속히 추진해야 하는 이유"라며 "여당은 공론화위가 도출한 결론에도 불구하고 연금개혁의 합의를 끝내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수 개혁이 실질적으로 합의됐다는 이 대표 주장의 사실 여부를 떠나, 중요한 개혁 논의를 정부·여당이 아닌 야당이 주도하고 여당은 끌려다니는 듯한 모습에 대해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소장파 모임인 첫목회가 주최한 초청강연에서 연금개혁, 국민의힘이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유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당의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꼽히는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의힘이 연금 구조개혁을 내년 말까지 해야 2026년 지방선거에 나가서도 우리가 국민 앞에 머리를 들 수 있다"며 해당 이슈를 국민의힘이 주도해나갈 것을 당부했다. 윤 전 의원은 전날 국민의힘 소장파 모임인 첫목회 세미나에서 국민의힘이 21대 국회 마지막에 민주당이 제안한 연금 개혁안을 처리하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하며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구조개혁은 저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려면 그전이 대표가 제안하기 전부터 말했어야 한다. 갑자기 그게 중요해진다? 그러면 언론으로부터 저 당은 총선 참패하고도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선택하는 기본적인 정당 기능을 아직도 회복 못했구나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윤 전 의원은 정부·여당에서 민주당의 제안에 반대만 할 뿐 정부안을 내놓지 않고 있는 태도도 지적했다. 그는 "새 국회가 시작됐으니 이구조개혁 방식 중 무엇을 할지를 지금 빨리 정해야 한다"며 "첫 단계로 정부안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 책임을 진 정부 여당이 이재명 대표에게 질질 끌려다니면 안 된다"며 "이 대표의 포퓰리즘에 끌려다니는 이유는 지난 2년간 윤석열 정부가 비겁하게도 연금개혁에 대한 정부의 단일안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22대 국회도 개점휴업 가능성…與 부담 늘어난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7일 오전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상황은 원 구성 협상을 하는 여당에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2대 국회가 공전을 이어갈수록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정부·여당을 향한 부정적 시선도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여야는 국회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장직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171석의 거대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의석수를 무기로 주요 상임위 독식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여야가 각각 나눠 맡고, 운영위는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이 맡는다는 국회 관례를 내세우고 있지만, 개점휴업 상황이 길어지면 이런 주장의 타당성과 관계없이 여론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이 정책 이슈 선점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는 데는 △여소야대 의석으로 강경한 민주당을 상대로 원 구성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점 외에도 △새 당 대표를 뽑기 위한 전당대회를 준비하야 하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이에 대해 "총선에서 참패한 여소야대의 맛을 보고 있는 것 같다"며 "국정 운영에 무한한 책임을 지지만, 권한은 그만큼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정책을 내고 토론하는 데에도 일부 브레이크가 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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