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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36년간 두차례뿐…우린 못 받나 미래세대 불신 키워[10문10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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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84회 작성일 24-06-0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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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문10답 - 수렁 빠진 국민연금 개혁

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40%

이대로 두면 31년 뒤 기금 고갈

21대 국회 ‘더내고 더받기’ 좌초

DJ·盧 소득대체율 등 겨우 손봐

당정, 22대서 구조개혁까지 추진

첨예한 이해관계·선거 등 난관

유럽 대다수, 수령시점 늦추는중


재정 맞춰 보험료율 등 자동조정


국민연금 개혁이 21대 국회에서도 좌초됐다. 초고령화와 저출생 현상으로 인구구조가 악화되면서 ‘연금개혁을 늦출 수 없다’는 공감대는 형성했지만, 개혁 방향성에 대한 여야 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탓이다. 22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이 최우선 과제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도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임기 내 국회와 소통하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 반드시 연금개혁을 해야 하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개혁은 껄끄러운 국정 과제다. 대다수 정부는 인기 없는 정책인 연금개혁에 실패했다. 저출생·초고령화로 악화되는 인구구조와 재정 여건 등을 생각하면 연금개혁에 남아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3년 후인 2027년부터 보험료 수입보다 급여 지출이 더 많은 수지 적자가 발생한다. 최근 시계가 빨라진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궁금증을 문답으로 살펴봤다.

1. 국민연금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은 정부가 운영하는 공적연금으로 전체 가입자 수는 2200만 명이다. 2022년 말 기준 국민연금 수급자는 531만 명이다. 국민연금의 목표는 국민이 경제활동을 할 때 납부한 보험료를 토대로 나이가 들거나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으로 사망 또는 장애를 입어 소득이 없을 경우 본인이나 유족에게 연금을 지급해 기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내는 돈인 보험료율은 현재 9%다. 이는 가입자가 소득 대비 납부하는 보험료 비율로 근로자 1인 이상 고용 사업장의 경우 직원 월급에서 4.5%가 공제되고 회사 측이 4.5%를 더해 총 9%를 매월 납부한다. 자영업자나 프리랜서 등 지역가입자는 가입자 본인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은 올해 기준 42%다. 가입자가 보험료를 납부한 기간 동안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을 말한다. 제도 도입 당시 70%였지만 단계적으로 40%로 하향됐다. 수급 개시 연령은 63세다. 도입 당시에는 60세 이상을 수급 연령으로 했지만, 1998년 1차 연금개혁을 통해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65세로 높이기로 했다.

2. 21대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이 좌초됐는데, 주요 쟁점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쟁점은 소득대체율이다. 여야는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인상하는 안에는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 상향률을 두고는 맞섰다. 당초 국민의힘은 ‘보험료율 13%에 소득대체율 43%’, 더불어민주당은 ‘보험료율 13%에 소득대체율 45%’를 주장했었다. 이후 국민의힘 측이 “구조개혁 논의를 전제로 소득대체율 44%까지 가능하다”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해당 안을 수용하겠다면서도, 재정안정 대책 등에 대해선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아 여야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모수개혁만으로는 근본적인 연금개혁이 이뤄질 수 없으며, 21대 국회 종료가 임박해 물리적 시간도 부족한 만큼 22대 국회에서 개혁 논의를 재논의하자고 밝혔다.

3. 국민연금 개혁 왜 해야 하나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의 제5차 재정추계에 따르면 현재 국민연금 구조로는 오는 2041년부터 적자로 돌아서고 2055년이면 국민연금 기금은 소진된다. 약 30년 후면 기금이 줄어드는 것인데, 올해 직장에 취직해 연금을 넣는 경우는 정년 이후 연금을 받아보기도 전에 기금 소진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이 같은 기금 고갈은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동이 큰 원인이며, 한동안 지속될 문제여서 국민연금 개혁의 가장 큰 당위로 작용한다. 국민연금 도입 시기에는 합계출산율이 1.55명이었지만, 현재는 0.7명대로 추락했다. 미래 국민연금을 내는 인구가 급감한 것인데, 이에 비해 평균 수명은 크게 상승해 도입 당시 70세에서 지난해 기준 83세로 상승했다. 미래 세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수급 시기 논의가 동시에 진행돼야 하는 이유다.

4. 미래 세대는 국민연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는데

국민연금 공론화 과정에 참여한 시민대표단은 미래 연금 지급의 안정성을 위한 국민연금 지급보증의무 명시에 92.1%가 찬성했다. 관련 설문 문항에 대한 답변 중 가장 높은 찬성률이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국민연금을 내고 미래에 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젊은 세대에선 미래 수급 불투명성으로 인해 제도 폐지 목소리도 큰데, 지급보증을 명문화하면 기금 고갈 우려를 낮출 수 있다. 다만 지급보증 명문화에 따른 국가 재정 부담은 피할 수 없다. 정부가 법으로 지급보증을 약속한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연금 지급액이 부족할 경우 정부 재원이 투입된다. 국민연금 또한 기금이 부족할 경우 국가 재정으로 충당하게 된다.

5. 국민연금 과거 개혁 사례는

36년 전 도입된 국민연금은 내는 돈에 비해 많이 받는 구조로 설계됐다. 개혁은 단 두 차례뿐이었다. 1차 연금개혁을 했던 김대중 정부는 1998년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낮추고 연금 받는 나이를 60세에서 65세로 늦췄다. 2차 연금개혁을 했던 노무현 정부는 보험료율을 9%에서 15.9%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60%에서 50%로 내리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는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안인 만큼 당시 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했다. 결국 보험료율은 유지한 채 2007년 소득대체율만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40%로 하향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2018년 기금 고갈 논란이 커지자 ‘더 내고 더 받는’ 개편안이 추진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무산됐다. 국민연금 개혁이 어려운 이유는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큰 만큼 인기 없는 개혁 과제이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로 가처분소득이 줄어들고 저출생으로 세 부담이 커진다면 저항 심리는 더 커질 수 있다.

6. 앞으로 국민연금 개혁은 어떻게 되나

김·노 정부 등 역대 정부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연금개혁은 대표적인 비인기 정책이다.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보험료율 인상에는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을 두고 대립한 탓에 연금개혁은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 22대 국회가 시작하면 다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 구성 등 전체 과정을 다시 밟아야 한다. 22대 국회에서는 연금개혁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으로 선거 정국이 이어지면 표밭을 의식한 정치권이 보험료율 인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당의 주장대로 구조개혁을 병행한다면 개혁 논의도 빠르게 진전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구조개혁은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각종 직역연금과의 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모수개혁보다 손대기가 까다롭다. 이에 전문가들은 모수개혁도 구조개혁의 일환이자 첫 출발점인 만큼 모수개혁을 먼저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7.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의 차이점은

모수개혁은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의무 가입 상한, 연금 수급 연령 등 재정 변수들을 조정하는 것이다. 최근 여야가 조율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45% 안’은 모수개혁의 일환이다. 주요 모수母數인 보험료율은 1998년 이후 26년째 9%로 동결돼 있다.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의 모수개혁은 단 두 차례만 이뤄져 소득대체율과 연금 수급 연령만 조정된 상태다. 구조개혁은 기초연금과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각종 직역연금 등과 연계해 연금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모수개혁만으론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어 여당이 지난해 제안했다. 하지만 구조개혁은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과제인 만큼 사회적 합의가 더 까다로워 구조개혁을 시도하다가 모수개혁마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8. 구조개혁 실현 가능성은

여당은 보험료율 등 수치를 조정하는 모수개혁과 동시에 여러 직역연금과 연계하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적자가 심각한 공무원·사학·군인연금 등 직역연금을 통합해 국민연금과 하나의 틀 안에서 관리하도록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2년 9월 내놓은 ‘한국 연금제도 검토보고서’에서 “공적연금 제도 간 기준을 일원화해 직역 간 불평등을 해소하고 행정비용을 절감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구조개혁은 모수개혁에 비해 공무원, 군인, 교수 등 직역 단체의 반발이 거셀 수 있고 이해관계도 첨예하게 맞설 수 있다. 또 연금 체계란 큰 틀 안에서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모수개혁보다는 과정이 까다로울 것으로 예측된다.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하는 부분도 많고, 이에 따라 물리적 시간도 더 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9. 해외 연금 선진국들은 연금 운용을 어떻게 하고 있나

20∼30년 전 저출생 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선진국들은 연금개혁에 일찌감치 착수했다. 연금 선진국의 개혁 방안은 비슷하다. 대다수 유럽 국가들은 연금 수령 시점을 늦추고 있다. 연금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령자의 은퇴 시기와 수급 개시 연령을 함께 늦추는 것이다. 지난해 프랑스는 연금 수령이 가능한 법정 은퇴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늦추는 연금개혁을 단행했다. 70%에 달하는 국민 여론의 반대에도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는 밀어붙였다. 독일 역시 2001년과 2004년 개혁을 통해 연급 수급 연령을 상향한 바 있다. 독일은 65세인 정년을 2029년까지 67세로 연장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핀란드는 은퇴 시기를 63∼68세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늦게 은퇴할수록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일본은 2022년 4월부터 기존 65세인 정년을 70세로 늘렸다.

10. 연금 선진국의 개혁 성공 비결은

연금 선진국들은 모수개혁 외에도 ‘자동 안전화 장치’로 연금개혁의 정치 변수를 줄여왔다. 연금개혁이 힘들기는 연금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정권의 명운이 뒤바뀌었고, 사회적 갈등도 분출됐다. 극심한 진통 끝에 만든 것이 자동 안전화 장치다. 이는 인구구조, 경제지표, 연금재정수지 등에 따라 보험료율과 지급액, 수급 연령 등 모수가 자동으로 조정되는 제도다. 작동 원리는 설계 방식에 따라 다르다. 1999년 가장 먼저 도입한 스웨덴은 기대여명이 늘어나면 연금 수령 시기가 늦춰지도록 조절했다. 독일은 연금 가입자 수가 감소하면 지급액도 자동으로 줄어든다. 국민연금의 모태인 일본의 후생연금도 출산율과 노동시장 상황에 따라 연금 지급액을 조정하는 ‘거시경제 슬라이드’를 2004년 도입했다. 자동 안정화 장치는 현재 OECD 회원국 중 70%가 운용 중이다. 자동 안전화 장치의 골자는 정치적 판단을 배제한 것이다. 연금 작동 원리에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지 않아 정부 성향과 상관없이 연금개혁은 규칙적으로 이행된다. 여러 정권에 걸쳐 개혁 논의만 반복하면서 정치·사회적 비용이 소모되는 것도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권도경·정철순·유민우·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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