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초저출생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간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주택 4396호를 공급한다. 이후로는 매년 신혼부부의 10%에 공공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신혼부부의 가장 큰 고민인 ‘주거’ 부담을 덜어 국가적 과제인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자는 취지다.
신혼부부가 임대주택에 입주해 아이를 1명 낳으면 최장 20년까지 계약을 연장해주고, 2명 이상 낳으면 종국에는 싼 가격에 주택을 살 수 있는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었다.
기존에는 자녀 수가 많아야 공공주택 입주가 유리했지만, 아이가 없는 신혼부부도 공공주택에 입주할 수 있게 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9일 시청 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저출생 대응 신혼부부 주택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오 시장은 2007년 ‘시프트’로 알려진 장기전세주택을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도입했는데, 이를 확대해 ‘장기전세주택 시즌2’와 ‘신혼부부 안심주택’을 새롭게 도입한다.
‘장기전세주택2’는 자녀 출산 시 거주 기간을 최장 20년까지 연장해주고, 자녀 2명 이상 출산 시 우선 매수 청구권을 부여한다.
무자녀 신혼부부의 경우 10년 거주를 보장하고, 아이를 출산하면 추가 10년을 보장한다. 2명을 낳으면 살던 집을 20년 뒤 시세보다 10% 저렴하게 매수할 수 있도록 한다. 3명 출산 시에는 시세보다 20% 저렴하게 매수할 수 있고, 자녀 수가 많아지면 더 넓은 평수의 집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브리핑에서 “장기전세주택 거주자들이 다른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분들에 비해 출산율이 높고, 자녀수가 많다는 통계 수치를 봤다”며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번 신혼부부 주택 확대방안을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7년 이내 신혼부부, 예비부부 신청 대상
입주 대상은 무주택 세대원으로 모집 공고일 기준 혼인신고일로부터 7년 이내 신혼부부나 6개월 이내 혼인신고가 예정된 예비부부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소득 기준은 전용면적 60㎡ 이하 신청 대상은 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 120% 이하맞벌이 180%, 전용면적 60㎡ 초과는 150% 이하맞벌이 200%로 낮췄다. 다만 소유 부동산 2억1550만원 이하, 자동차 3708만원 이하 기준은 충족해야 한다. 재계약 시 산정되는 소득 기준도 20%p 완화해 소득 증가에 따른 퇴거 위험을 줄인다.
맞벌이 가구에 대한 소득기준 완화와 자녀 출산 시 거주기간 연장은 국토교통부의 승인 사항으로 현재 협의 중이다.
장기전세주택2는 올해 말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단지인 ‘올림픽파크포레온’ 300호를 우선 공급한다. 입주자 모집은 7월 중 시행한다.
이후 ‘구룡마을’, ‘성뒤마을’ 등 공공부지를 활용하고, 재건축 사업장의 기부채납 등을 통해 2026년까지 총 2396호를 공급할 예정이다. 재건축 단지 중에서는 내년 상반기 ‘자양1’ 177호, 하반기 ‘미성크로바’ 76호, ‘잠실진주’ 109호 등을 우선 공급한다.
역세권 신혼부부 안심주택 2000호 공급
역세권 내 ‘신혼부부 안심주택’도 3년간 총 2000호를 공급한다. 신혼부부가 출퇴근이나 생활 편의시설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역세권 350m 이내, 간선도로변 50m 이내에 주택을 건립할 예정이다. 냉장고, 세탁기, 인덕션, 에어컨 등 고급형 빌트인 가전도 들어간다.
70%는 민간·공공임대주택으로 30%는 분양주택으로 공급하고, 민간임대주택은 주변 시세의 70~85%, 공공임대주택은 주변 시세의 50% 수준으로 한다. 출산 시에는 우선 양도권과 매수 청구권을 준다.
민간 사업자에게는 청년안심주택과 동일하게 용도지역 상향, 용적률·건폐율 완화, 분양분을 제외한 취득세·재산세·종부세 등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준다. 각종 심의를 통합·간소화해 통상 12개월 이상 걸리는 인허가 기간을 6개월 이내로 대폭 단축한다.
용도지역도 법적 상한용적률 최대로 부여한다. 현행 민간분양 200%인 ‘2종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 ’으로 상향해 상한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끌어올린다. 기본용적률 400%에서 늘어난 용적률 100%의 절반은 공공임대로 공급한다.
시는 2026년 이후에는 매년 4000호씩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한해 결혼하는 신혼부부가 3만6000쌍인 점을 감안하면 약 10%에게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주택을 공급하는 셈이다.
오 시장은 “서울시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본다는 각오로 신혼부부 주택 확대 방안을 내놓게 됐다”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 아이를 낳기만 하면 사회가 함께 키우는 시스템을 정착하고, 필요한 자원을 최우선으로 투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