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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는 자기방어·文은 자화자찬…치적으로 가린 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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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91회 작성일 24-06-01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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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전직 대통령의 ‘회고록 정치’

게티이미지뱅크

전직 대통령들의 이른바 ‘회고록 정치’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18일 내놓은 회고록에서도 변명과 자기합리화가 반복됐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특히 생전에 회고록을 내놓는 경우는 재임 시절에 대한 소회와 자평을 넘어 현실 정치에 관여하려는 의중도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3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전직 대통령의 회고록은 원래 국가기록물 성격을 띠지만 갈수록 ‘정치 서적’처럼 변해가고 있다”며 “반면교사로 삼거나 국익에 도움이 되는 메시지와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 원수로서 수행한 역할과 집권 기간 추진했던 정책을 균형 있게 되짚기보다 자화자찬에 무게가 쏠린다는 것이다.


실제 전직 대통령 회고록은 대중에게 공개될 때마다 숱한 논란을 불러왔다. 노태우 전 대통령 회고록이 대표적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11년 8월 낸 회고록에서 장막 뒤의 불법 정치자금 문제를 다뤄 파장을 일으켰다. 1992년 대선 때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 요청으로 3000억원의 선거자금을 두 차례 제공했다는 것이 골자다.


노 전 대통령이 이런 주장을 펼친 이유는 김영삼정부 당시 불거진 자신의 비자금 사건을 희석시키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는 검찰 수사로 드러난 비자금 보유 배경에 대해 “김영삼 대통령이 당선 후 청와대로 나를 찾아오지 않아 자금을 전달할 수 없었다”며 “거둔 정치자금이 대선을 치르면서 모두 사용될 것으로 봤는데 내가 민자당을 탈당하면서 자금 지원의 공식 창구가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은 돈을 꼭 후임 대통령에게 인계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비록 퇴임하더라도 국가를 위해 유용하게 쓰면 되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했다”고 강변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퇴임 후 2년이 채 안 된 2000년 1월 회고록을 냈다. 전직 대통령들을 싸잡아 비판하며 본인의 치적을 소개하는 데 지면 대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부정부패의 원조”로, 최규하 전 대통령은 “헛된 욕심과 좁은 시야에 갇혀 민주화를 지연시킨 인물”로 평가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박정희에게 탐욕스러운 권력욕만 배웠다”고 묘사했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정보 정치를 통해 나를 견제하는 데만 골몰했다”고 날을 세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낸 회고록에서 2016년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당시 찬성표를 던진 여당 의원들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안 찬성 여당 의원 62명 명단’을 지라시로 접했다”며 “‘친박 무소속 연대’ 소속이었고 이후 친박임을 자처하며 활동해온 3선의 A의원, 2012년 총선 때 지원 유세를 간곡하게 부탁해 곁에서 도왔던 수도권 재선인 B의원등 이었다”이라고 기록했다.


대통령 회고록을 통해 민감한 외교 기밀이 공개된 적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5년 2월 펴낸 회고록에서 재임 중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 요청을 거절한 일화를 꺼냈다. 김 전 위원장이 쌀·비료 등 경제적 지원을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또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김 전 위원장의 의사를 두 번이나 전달하며 남북 정상회담을 주선하려고 했지만 실무회담에서 무산됐다고도 설명했다. 외교 상대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내밀한 논의 사안을 덜컥 공개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전 대통령은 자원외교를 놓고는 자신이 아닌 국무총리실이 총괄 지휘를 맡았다는 주장도 펼쳤다. 당시는 자원외교 사업을 둘러싼 국회 국정조사를 앞둔 시점이라 자기방어 목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법정 문제로까지 비화됐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낸 회고록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가 사자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 재판 중 세상을 떠나 재판은 종결됐다.

전 전 대통령은 “5·18에서 내가 관여한 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계엄군의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지시하거나 실행하기 위한 그 어떤 회의에도 참석할 수 없었고 참석한 일이 없다”며 변명으로 일관했지만, 역설적이게도 회고록 출간을 기점으로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됐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반성할 건 진솔하게 반성하고, 성찰할 건 성찰하는 모습이 바람직하지만 억지로 합리화, 정당화하는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회고록에 정치 개입 의도를 담는다는 분석도 있다. 전직 대통령이 생전에 회고록을 낸 경우는 윤보선·노태우·김영삼·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문 전 대통령이 여섯 번째다.

최 원장은 문 전 대통령 회고록을 “세력 결집의 연장선”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직전 대통령이 현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고 부정하는 내용을 담은 경우는 드물었다”며 “다분히 현실 지향적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의도가 엿보인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퇴임 후 잊히고 싶다던 문 전 대통령의 행보가 아쉽다”고 말했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출간 의도와는 별개로 전직 대통령의 회고록은 종종 여야 공방을 가열시키는 소재가 되기도 한다. 문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 과정을 성과로 자평하면서 “균형 외교에서 역대 최고의 성과를 냈다”고 회고록에 적은 것을 두고 국민의힘은 “문 전 대통령이 써야 할 것은 회고록이 아니라 참회록”이라고 반발했다. 김정숙 여사의 2018년 인도 타지마할 단독 방문을 ‘배우자의 첫 단독외교’로 평가한 것을 놓고도 여야는 날 선 비판을 주고받았다.

최 교수는 “대통령 회고록이 정치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줘야 옳지만, 양당의 적대관계만 증폭시키는 꼴”이라며 “이런 상황이라면 회고록으로서의 의미가 반감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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