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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 내건 폴란드의 몽니…잭팟 FA-50 수출 둘러싼 잡음[문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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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6회 작성일 24-10-2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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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정권 교체 이후 적폐청산 감사 추진
"무기 계약에 포함 안 됐고 납기도 지연될 것"
미국산 무기 구입은 폴란드-미국 직접 해결할 문제
폴란드 문제 제기에 정부는 KAI에 대응 지시
"폴란드도 방산 육성에 큰 도움… 끌려다녀선 안 돼"

편집자주

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적폐청산 내건 폴란드의 몽니…잭팟 FA-50 수출 둘러싼 잡음[문지방]

지난 2022년 7월 우리 정부는 K방산이 잭팟을 터뜨렸다고 떠들썩하게 자랑했습니다. 폴란드와 역대 최대 규모인 124억 달러약 17조 원에 달하는 무기 수출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안에 체결될 것으로 기대되는 2차 계약의 목표 금액은 약 300억 달러약 41조 원로 1차 계약의 2배가 넘습니다.

이 중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국산 초음속 경전투기 FA-50 48대도 포함돼 있습니다. 폴란드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노후 기종인 MiG-29를 공여하면서, 신속하게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갭필러GF부터 도입했습니다. 당초 한국 공군에 납품될 예정이었던 12대를 폴란드에 우선 수출하기로 하면서, 계약 1년 3개월 만인 올해 1월 인도를 완료했습니다. 남은 폴란드 맞춤형 개량 모델인 PL버전 36대는 2028년까지 납품할 예정입니다. 참고로 GF모델은 대당 5,830만 달러, 성능을 개선한 PL모델은 대당 6,380만 달러에 계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GF는 12대 약 7억 달러약 9,587억 원, PL 36대는 약 23억 달러약 3조1,500억 원 수준으로 합계 수출액은 4조 원이 넘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폴란드 현지에서 FA-50을 둘러싼 잡음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란드 정권이 8년 만에 교체되면서 적폐청산을 선언했는데, 여기에 전 정권에서 체결한 K방산 도입 계약도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부터 현지 언론을 중심으로 "전투용에 적합하지 않다"며 무용론이 불거지기 시작하더니, GF모델 12대 중 절반가량이 장비 불량으로 가동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터져 나왔습니다. 급기야 체자리 톰치크 폴란드 국방부 차관은 지난달 12일 "FA-50의 구매 결정이 며칠 만에 몹시 빨리 이뤄졌고, 폴란드와 폴란드군의 이익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며 감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장착할 무기가 계약에 포함되지 않았고 △PL버전도 9개월가량 인도가 늦춰질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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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시장 진출의 교두보이자 K방산의 큰손인 폴란드가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으면서 우리 정부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습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폴란드의 감사 착수 추진 발표 이튿날인 13일 강구영 KAI 사장을 불러 "실적이 매우 저조하다"고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이날 만남에 대해 KAI 측은 "질책보단 당부의 자리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이후 KAI는 21일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하고, 25일 항공기 수출담당 임원을 현지에 급파했습니다. 급한 불인 가동률부터 끌어올리고, 폴란드 측과 원활한 소통을 통해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FA-50 수출과 관련된 지적은 국내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지난 8일 열린 국방부에 대한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가 원천 기술에 대해 미국 록히드 마틴사 등과 제대로 협조가 안 된 상태에서 성과 위주로 수출하다보니 문제가 터지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의원은 이어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최근 방한한 폴란드 국방차관이 어떤 요구를 했느냐"고 물었고, 김 장관은 "폴란드 차관이 충분히 양해를 했고, 여러 가지 후속 조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겠다라고 양해를 하고 갔다"고 답했습니다. 폴란드 측이 김 장관에게 정확히 어떤 요구를 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폴란드 측 관계자가 방위사업청에 "미국산 무기 도입이 원활히 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에서 도와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처럼 복잡한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폴란드 현지에서는 ①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해 최대한 신속하게 전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②8년 만의 정권 교체로 적폐청산을 진행 중입니다. 또 하나 덧붙이자면 ③지난해 폴란드의 국내총생산GDP은 6,335.6억 달러로 우리나라1만8,394억 달러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이들이 총 58조 원을 K방산에 썼다는 건 우리가 외국 무기 도입에 170조 원가량을 쓴 것과 비슷한 지출인 셈입니다.

FA-50에 대해 제기되는 문제는 ①장비 불량으로 가동률이 떨어진다 ②무장이 없어 전투용으로 적합하지 않다 ③무기가 계약에 포함돼 있지 않다 ④납품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는 정도로 정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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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따져 볼 건 과연 폴란드의 주장대로 FA-50 계약이 문제가 많고, KAI는 폴란드의 요구 조건을 모두 들어줘야 하는지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국내 무기 전문가와 방산업체들의 말을 종합했을 때 통상적인 전투기의 수출 계약 관행에 비춰보면 전적으로 KAI에 책임이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먼저 가동률이 낮다는 지적에 대해선 우리 공군도 가동률 75%를 목표로 운용하고 있으며, 장비 불량 문제는 폴란드의 통관 절차 문제로 인해 일부 부품 수급이 지연된 탓이 크다는 게 방사청의 설명입니다. 폴란드의 문제 제기 이후 파견된 인력이 부품을 직접 공수해갔고 현재는 9~11대가 운용 중입니다.

무장이 없어 전투용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은 애초에 폴란드의 FA-50 도입 목적을 보면 억지에 가깝습니다. 수출 계약 체결 당시 안현호 KAI 사장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폴란드 공군이 FA-50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F-16과의 유사성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폴란드 역시 경전투기인 FA-50보다는 F-16을 주력 전투기로 사용할 계획입니다. 다만 전력 보강을 위해서 70대 넘는 전투기를 도입해야 하는데, 가격과 도입 시기를 고려해 보면 저렴하고 빠르게 확보가 가능한 FA-50이 더 매력적이었던 것이죠. 두 기종 간 유사성이 높기 때문에 조종사와 항공 기술자들이 적응하기도 수월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폴란드는 FA-50의 전투력도 최고 레벨로 갖추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추가적으로 미국 무기인 AIM-9X사이드와인더·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와 AIM-120암람·능동 유도형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하려고 계획했습니다. 다만 국산 전투기와 미국산 무기를 패키지로 계약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갤럭시폰에 애플 카메라 모듈을 장착해 달라는 요구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래서 무기 계약은 폴란드가 직접 미국과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기종에 장착하기 위한 무기 수출을 승인한 전례가 없다는 것입니다. 법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죠. 이런 이유로 우리 공군이 운용하는 FA-50에도 미국산 무장이 달려 있지 않습니다.

폴란드는 미국의 최우방국인 우리에게 압박을 넣어 도움을 얻어내려는 속셈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억지를 부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KAI의 역할은 폴란드가 미국과 무기 구매 계약을 체결하면 FA-50에 해당 무기와 레이더, 각종 시스템을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해 주는 것입니다. KAI는 "계약상 사이드와인더의 통합 작업은 명시돼 있고, 상대적으로 훨씬 복잡한 암람의 통합은 연구study해 준다고만 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이 통합 비용 역시 폴란드가 부담해야 하고요.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폴란드도 미국 무기를 도입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런 내용은 이미 다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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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 지연 우려가 발생하는 부분은 폴란드가 원하는 최신 버전의 GPS 관성항법장치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았죠. KAI가 납품 지연의 원인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이 장비 역시 폴란드가 먼저 미국에 사용 승인을 얻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폴란드의 주장에 대해 KAI가 책임져야 할, 혹은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은 없습니다. 오히려 폴란드가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해, 그것도 이미 미국의 무기 수출 시스템을 알고 있으면서 억지 트집을 잡으면서 우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사무국장은 "향후 계약 물량은 폴란드 현지 생산분이 많기 때문에 이번 K방산 도입은 폴란드 방산 육성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우리에게 폴란드는 굉장히 중요한 고객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정부가 너무 그들에게 끌려다니며 우리 기업을 쥐어짤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튀르키예가 우리에게 K-2전차와 K-9자주포 기술을 사 갔는데, 지금 그들이 만드는 전차와 자주포가 우리의 잠재적 시장인 중앙아시아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처럼 폴란드 역시 현지 생산을 통한 기술 이전으로 글로벌 방산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K방산 도입의 궁극적 목적인 만큼 우리가 저자세로 나갈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대규모 방산 계약을 체결할 때 대통령실, 국방부, 방사청, 외교부 등 정부 관련 부처와 기업들이 원팀이 돼서 이룬 쾌거라고 치켜세웠습니다. 그런데 계약 이후 불거진 문제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구매국의 눈치만 살피며 원팀을 깨뜨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 보입니다. 다만 지난 방사청 국감에서 지적된 KAI의 허술한 계약 문제, 정권에 따라 바뀌는 사장이 인사권을 행사하면서 업무 지속성과 전문성이 미흡하다는 지적 등에 대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입니다. 이제 막 날개를 펴려는 K방산이 이번 폴란드발 잡음을 계기로 톡톡한 효과의 예방주사를 맞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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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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