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국힘 비대위원장 수락 한동훈 화법의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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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말 2아웃 투스트라이크에 배트 휘둘러라?... 잘못된 비유, 국민 문법부터 익혀야
[신정섭 기자]
2023년 12월, 대한민국 정치사는 16세기말로 되돌아갔다. 지난 20일 국민의힘 원로들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자며 1592년에 일어난 임진왜란을 소환했다. 유흥수 상임고문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마지막에 등판했다. 그때 배 12척이 남았는데도 그걸 이끌고 승리했다"라며 "지금 우리 당 상황이 배 12척 남은 상황과 같다"고 말했다. 한동훈을 이순신 장군에 비유하면서 아껴 쓰면 안 된다는 논리를 편 것이다. 한동훈이 이순신이라는 국민의힘 언론이 이를 앞다투어 보도하면서 한동훈 장관은 졸지에 이순신 장군이 되었다. 이보다 더 잘못된 비유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한동훈이 이순신이면 윤석열 대통령은 곧바로 무능한 왕 선조로 자리매김하며, 윤석열 정권 심판을 벼르는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은 난데없이 왜구가 되기 때문이다. 단순명쾌한 수사修辭는 당장은 파괴력을 얻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치명적인 패착이 될 수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물러난 지 단 8일 만에, 엘리트 한동훈 검사가 집권 여당의 비대위원장이 되었다. 입당도 하지 않은 각료가 곧바로 여당의 비대위원장으로 직행한 사례는 대한민국 정치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여당 정치인들은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이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한동훈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말 잘하는 한동훈의 잘못된 비유 그렇게 추대된 한동훈이 첫출발 자리에서 잘못된 비유를 사용했다. 그는 21일 법무부 장관 이임식이 끝나고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9회말, 투아웃에 투스트라이크면 원하는 공이 안 들어와도,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애매하더라도 후회 없이 휘둘러야 한다"고 답했다. 자신을 패색이 짙은 팀을 구해 낼 타자에 비유한 건데, 이렇게 잘못 짚은 걸 보면 야구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정치를 얕잡아 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야구를 좋아하니까 본인도 야구 경기에 빗대 말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미리 준비한 답변일 가능성이 적지 않았을 텐데도 적절한 비유와는 거리가 멀었다. 정치를 야구 경기에 빗댄 것 자체가 무리지만, 타당성을 인정한다 해도 9회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좋은 타자는 배트를 섣불리 휘둘러서는 안 된다. 자칫 헛스윙 삼진을 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상대 팀 마무리 투수가 제구가 안 돼 흔들리고 있어 선구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론조사마다 엎치락뒤치락 정당 지지율에 차이가 있고, 더불어민주당이 앞서는 흐름이라 해도 기껏 5대4 정도다. 그렇다면 9회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 쓰리볼에서 주자가 2루에 나가 있는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안타를 치면 동점이고, 홈런을 날리면 역전승이지만, 삼진으로 물러나면 돌이킬 수 없는 석패가 되는 것이다. 5천만이 쓰는 국민 문법부터 익혀야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대전을 방문했을 때 "여의도에서 300명만 공유하는 화법이나 문법이 있다면 그건 여의도 문법이라기보다는 여의도 사투리 아닌가요?"라고 반문하며 "나는 나머지 5천만 명이 쓰는 문법을 쓰겠다"고 말한 바 있다. 스마트한 이미지와 화려한 반문反問 화법 덕분에 구국의 영웅으로 대접받으며 일약 집권 여당의 비대위원장 자리에 앉게 되었으나, 정작 본인은 아직 국민 문법조차 익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장관 시절 야당의 공격을 물리치는 데 효과적이었던 돌려차기 화법이 여당 비대위원장이 되어서도 그대로 통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다섯 왕조에 걸쳐 열 한 명의 임금을 섬겼던 중국 당대의 정치가 풍도馮道의 처세관을 배워야 한다. 아래 두 구절을 가슴에 새길 필요가 있다. 정치는 말장난이 아니다. 구시화지문口是禍之門 :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다! 설시참신도舌是斬身刀 :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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