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선택-세번째권력 공동창당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3.12.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총선을 3개월여 앞두고 위기에 몰린 집권여당 국민의힘을 이끌게 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첫 번째 과제는 이준석 전 대표가 될 전망이다. 오는 27일 탈당을 예고한 이 전 대표를 한 전 장관이 끌어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 전 장관이 26일 비대위원장직을 맡으면 첫 당내 현안으로 이 전 대표 탈당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이 전 대표는 27일 예정대로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곧바로 창당준비위원회 등 신당 창당을 위한 실무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가 온라인을 통해 구축한 창당발기인 성격의 연락망에는 6만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한 전 장관이 취임 후 이 전 대표를 만나 잔류를 요청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영남권 중진 의원은 "신당의 성공 여부와 별개로 국민의힘에 상당히 안 좋은 효과가 오는 건 틀림없다"면서 "총선 승부처인 수도권이나 민심이 좋지 않은 부산·울산·경남PK 지역에서 신당이 가져갈 표가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내에선 한 전 장관과 이 전 대표의 만남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못 박은 시기27일가 하루밖에 안 남았는데 한 전 장관은 내일 오전에 취임한다"며 "비대위원 인선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하루 안에 이 전 대표를 만나라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한 전 장관은 성탄절 연휴 기간 비대위원 인선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는 최근 CBS라디오에서 "한 전 장관과 만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기대가 없다"고 회의적으로 전망했다. 한 전 장관으로부터 만나자는 요청은 아직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 전 장관이 이 전 대표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의미있는 제안을 해야 신당을 중단할 명분이 생기는데, 이 전 대표가 회군할 명분을 만들어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정치권은 분석했다.
이처럼 한동훈 비대위 출범과 탈당 기한이 맞물리면서 이 전 대표의 입지도 좁아지는 모양새다. 이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천아용인에서도 이기인 경기도의회 의원만 신당에 합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신당 합류에 선을 그었고,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과 허은아 의원도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슈가 이준석 신당에서 한동훈 비대위로 옮겨간 데다, 비윤윤석열계의 세력화 움직임이 가시화하지 않고 있어 창당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신당에서 각 지역구에 후보를 내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현역 의원들의 동반 탈당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어 분석의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 총선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된 현역이나 올드보이OB들의 신당 합류 여부가 변수가 될 수 있다. 한동훈 비대위가 세대교체의 일환으로 중진을 대거 컷오프할 경우 이준석 신당이 이들 중 일부를 흡수해 몸집을 불릴 수 있다는 취지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동훈 비대위가 세대교체를 가속화하는 과정에서 기존 정치인들이 대거 밀려나면 이준석 신당의 파괴력을 키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 전 대표의 창당 움직임은 국민의힘에 양면성을 갖고 있다"며 "당의 혁신·쇄신을 가속화하는 메기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신당의 파급력을 낮추기 위해 영남 물갈이를 주저하거나 공천 경선을 최대한 늦추는 역메기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중진들이 낙천하더라도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이 전 대표의 신당에 합류하기보다는 지역 내 탄탄한 지지 기반을 토대로 무소속 출마할 것이란 반론도 있다. 21대 총선에서도 컷오프 대상자였던 홍준표 대구시장과 권성동·윤상현· 김태호 의원은 무소속으로 당선된 후 복당한 바 있다.
이 전 대표가 일단 신당을 만든 후 총선 직전 보수 대통합 가능성도 거론된다. 장성호 전 건국대 행정대학원장은 최근 MBC라디오에서 "탈당 후 MZ세대를 규합한 다음에 이 몫을 가지고 4월 총선 직전 흡수 합당 등 다시 보수 대연합을 하는 모습으로 정치적인 노선이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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