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감기 걸려도 응급실…예전으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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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갈등] 경증 환자가 다시 중증의 5배
지난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실 대기실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섞여 있다. 이날 환자 가운데는 복통이나 감기 증세 등 응급실 아닌 외래 진료가 가능해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정해민 기자 29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실의 보행 환자 전용 입구엔 이렇게 쓰인 입간판이 서 있었다. 주로 경증 환자들이 들어오는 곳이다. 바로 옆 10평약 33㎡ 남짓한 대기실엔 환자와 보호자 20여 명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한 30대 여성은 대기실 의자에 누운 채 누군가와 통화를 하면서 웃기도 했다. 그는 “사흘 전부터 배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려서 왔다”고 말했다. 응급실 의사가 그에게 다가와 “CT컴퓨터 단층 촬영를 찍어보자”며 응급실 내부로 데리고 갔다. 한 60대 남성은 열흘 전부터 감기 기운이 있어 응급실을 찾았다고 했다. 독감과 코로나 검사를 마친 그를 의사가 응급실 안으로 들여보냈다. 그래픽=김의균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하기 직전인 지난 2월 1~5일 전국 400여 곳 응급실을 찾은 일평균 경증 환자 수는 8285명이었다. 경증 환자가 중증 환자1469명의 5.6배였다. 전공의가 동시 이탈한 2월 20일부터 23일까지 응급실의 일평균 경증 환자는 6644명으로 이탈 전보다 20% 급감했다. 응급실을 24시간 지키던 전공의들이 빠져나가면서 경증 환자들 사이에서 “응급실에 가도 대기만 하고 치료는 못 받는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았다. 3월 말에는 경증 환자가 6000명대 초반을 기록하면서 중증 환자의 4.7배 수준으로 낮아지기도 했다. 의료 파행 사태를 계기로 경증 환자들의 불필요한 이용이 줄면서 응급실이 예상치 않게 ‘중환자 대응’이라는 본연의 기능으로 돌아갈 조짐까지 엿보였다. 그러나 4월 둘째 주부터 응급실 경증 환자는 다시 6000명대 후반으로 올라갔다. 이어 이달 초엔 전공의 이탈 후 처음으로 7000명을 넘어섰다. 지난 20~24일에는 응급실 경증 환자가 중증 환자의 5.2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현재 응급실 상황은 전공의 이탈 전으로 거의 돌아갔다고 할 수 있다. 의사들은 거리로 - 30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 주최로 열린 촛불집회에서 임현택앞줄 가운데 의협 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정부를 향해 의대 증원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부산 해운대, 대구 동성로,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앞, 전주 전북도청 앞, 대전 보라매공원 등 전국 6곳에서 의사들이 참여한 대한민국 정부 한국 의료 사망선고 촛불 집회가 열렸다. /고운호 기자 문제는 응급실로 몰려드는 경증 환자 때문에 정작 응급·중환자 치료를 못 하거나 늦게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응급 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에서 숨지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가 다시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응급실에서 경증 환자 99명을 겪고 나서야 위급한 중환자 1명을 진료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경증 환자의 응급실 쏠림을 막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게 의사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서울성모병원의 한 교수는 “응급실로 온 경증 환자는 실손 보험 적용을 해주지 않거나, 본인 부담금을 대폭 올리면 곧바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정부가 경증 환자들 눈치를 보느라 수십 년간 손을 놓고 있다”고 했다. 해외에선 체계적으로 경증 환자의 응급실 이용을 억제한다. 일본의 응급실은 1·2·3차 응급 센터로 나뉘어 있고 경증 환자는 3차 응급 센터는 이용할 수 없다. 프랑스도 응급실을 중환자를 담당하는 대형 병원 응급실SAU, 특정 장기를 다루는 전문 병원 응급실POSU, 경미한 환자 담당 병원 응급실UPA로 구분해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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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조백건 기자 loogun@chosun.com 정해민 기자 at_ham@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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