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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등산도 하는데 훈련쯤이야"…병력 비상에 시니어 아미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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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05회 작성일 24-02-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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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아미 윤승모·권재홍 공동대표 인터뷰
5070 중심 누구나 가입 가능한 민간 예비군
"저출생 위기에 인구수 많은 장노년층 동원"
"훈련 무리?…20대보다 체력 좋은 60대 많아"

#지난해 11월 3일 서울 서초구의 한 예비군 훈련소에 머리가 하얗게 센 노병 19명이 나타났다. 군복을 갖춰 입은 평균 연령 63세 병사들은 엉금엉금 포복하며 시가지 모의 전투를 벌이고,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사격 훈련을 받았다. 진땀을 흘리면서도 개운한 표정이었다.

저출생으로 병력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시니어 아미Senior Army·55~75세 병력 동원가 급부상하고 있다. 신체 건강한 장노년층을 모집해 훈련을 하고 유사시 병력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다. 지난해 6월 국내에는 세계 최초 장노년 민간 예비군 단체 시니어아미가 설립됐다. 시니어 아미가 병력자원 감소 대안으로 거론되면서 여성 징병제, 민간 병사제 등과 함께 사회적 논의가 시작됐다. 7일 윤승모61·권재홍65 시니어아미 공동대표를 만나 구체적 계획을 들어봤다.

"2040년 병력 36만까지 급감...시니어가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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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재입대라는 대중의 오해와 달리 시니어아미는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민간 예비군 단체다. 지난해 6월 창설 이후 7개월 만에 1,500여 명이 모였다. 매일 50~60명이 신규 가입을 신청한다. 장노년층 중심이지만, 가입에 나이·성별 조건은 없다. 실제 최연소 가입자는 28세, 최고령 가입자는 82세이고, 회원의 5%는 여성이다.

이들은 나라가 부르면 우리는 헌신한다는 기치 아래 자체 훈련을 한다. 스스로 예비 병력화하고 유사시 참전을 목표로 한다. 가입자들이 자율적으로 내는 연회비로 운영된다. 윤 대표는 "재입대는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예비 병력을 자체 관리하다 유사시에 훈련·건강 상태 등의 기록을 국방부에 넘기고 적재적소에 동원되는 걸 목표로 한다"고 소개했다.

유례없는 민간 예비군 단체를 왜 만들었을까. 두 대표는 위기의식을 꼽았다. 이들은 "병력 공급이 안 되면 북한 등 외국에서 침략 기회를 노릴 수 있다"며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1억5,000만 인구를 가진 러시아도 예비역 30만 명을 동원 못 해 쩔쩔매는 걸 보면서 만약 전쟁이 나면 우리나라는 큰일 났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국방백서에 따르면 우리 군의 평시 병력은 2012년 총 63만9,000명에서 2018년 59만9,000명으로 5만 명 급감, 2022년엔 50만 명 아래로 다시 10만 명이 줄었다. 전망은 더 암울하다. 2021년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등재된 논문은 2040년 일반 병사 규모는 16만~17만 명총 병력 36만~37만 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두 대표는 "연령 인구가 많은 장노년층이 나서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르신이라고 대접받을 생각만 말고 손주들을 위해 뭐라도 하자. 장노년층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고, 다른 사람들이 함께 해결책을 고민해볼 계기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단체 설립 전 사전 조사도 치밀하게 했다. 국내 55~75세 남성 690만 명 중 1%만 자원해도 7만 명 가까운 예비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 여론도 우호적이었다. 50~75세 성인 남녀 700명에게 국가안보위기 발생 시 동원예비군으로 다시 복무하겠느냐고 물은 결과 찬성이 57.3%였다. 동원예비군 복무 등록 운동 참여 의사를 묻자 61.4%가 참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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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보다 등산 잘하는 60대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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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아미는 지난해 11월 첫 단체 입영훈련을 했다. 57세부터 75세까지 총 19명의 훈련병이 사격훈련과 시가지 전투 등을 체험했다. 지난달엔 선착순 100명을 받아 신년 교례를 겸한 행군대회를 열었다. 15시간 만에 접수가 마감될 만큼 인기가 높았다.

참가자 대부분 직업 군인 출신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환경미화원과 사무직, 교직원 등 직업은 다양하다. 교장으로 은퇴한 민기홍78씨는 1월 행군 당시 분대장을 자처했다. 윤 대표는 "민씨가 평소 체력 관리를 열심히 하니 믿고 맡겨 달래서 봤는데, 얼마나 운동을 하는지 종아리 근육이 젊은 사람처럼 딴딴하더라"라며 "행군 정도는 거뜬했다"고 전했다.

신체 나이를 무시할 수는 없을 터. 병력으로 활용하기엔 무리라는 일각의 우려에 윤 대표는 "요즘의 시니어를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단호하게 맞받았다. 그는 "지금 전국의 산에 가보면 20대보다 빨리 온 산을 뛰어다니는 60대들이 천지다"라며 "매일 등산도 하는데 1년에 훈련 몇 번을 왜 못 받겠나"라고 반문했다.

실제 훈련 뒤엔 힘들다는 하소연 대신 뿌듯하다는 후기가 많다고 했다. 제대한 남성들은 수십 년 만에 다시 하는 훈련에 "감회가 새롭다", "마음도 건강해진다"는 반응이 많다. 처음 훈련을 한 여성들도 "도움될 만한 좋은 경험", "뭔가 할 수 있다는 게 뿌듯하다"라며 의지를 다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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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부대? "정파적 행동 배격"

장성 출신도 이곳에선 똑같은 병사다. 문성철 예비역 준장은 이력을 밝히지 않은 채 함께 행군하다 동료들과 대화를 하다 뒤늦게 정체가 밝혀졌다. 윤 대표는 "장성 출신임에도 일반 병사와 같이 훈련에 임했다"며 "사회에서 갖고 있던 직위를 떼고 원점에서, 함께 헌신하는 시니어아미 정신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아직은 설립 초기라 부족한 점이 많다. 두 대표는 올해 가입자 건강 상태와 훈련 내역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지방 조직도 만들고, 연 1회 이상 정기 훈련도 준비 중이다. 섣부른 편견은 사절이다. 윤 대표는 "태극기 부대화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들어 시니어아미 헌장에 정파적 행동을 배격한다는 지침을 포함시켰다"고 했다.

시니어 아미의 성공 여부를 예단하긴 이르다. 두 대표는 "저출생은 모든 국민에게 닥친 문제이고, 우리가 고심해서 내놓은 해결책이 시니어아미다"라며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조용히 실천하다 보면 효과가 나타날 거라고 생각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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