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때도 전투복 1분 대기조…대대장은 오늘도 철책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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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강원 고성 최전방 GOP 대대장의 하루 따라가보니…
군사분계선에서 2㎞ 이내 최전방에 있는 우리 군 일반전초GOP에는 휴일이 따로 없다. 북한의 도발은 때를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 연휴도 GOP 근무자들에겐 일상적인 나흘일 뿐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북한이 비무장구역 내 감시소초 복원에 나서고 전례 없는 빈도로 순항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면서 휴전선 철책 인근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졌다. GOP가 뚫리면 북괴가 바로 민간인에게 위해를 가하고 서울로 수 시간 내 진입할 수도 있다. 지난 6일 찾은 강원 고성 동부전선 최전방의 22사단 건봉산대대 GOP에선 이런 긴장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최전방 GOP에는 연휴는커녕 휴일도 없다. 허벅지 높이까지 눈이 쌓인 강원도 고성 휴전선 인근 동부전선에서 6일 건봉산대대 김희섭앞쪽 대대장이 변지수 중대장과 철책을 순찰하고 있다. /육군 그래픽=정인성 김 대대장은 이날 오후 철책을 살피러 나섰다. 순찰로 눈이 무릎까지 푹푹 빠졌다. 김 대대장은 2022년 10월 GOP 전담 대대장으로 부임했다. 전담 대대장 제도가 도입되며 근무 환경은 악화했다. 소대장과 병사는 18주 임무 투입 뒤 6주는 정비 시간을 가지며 경계근무의 긴장을 풀고 휴가도 떠날 수 있다. 하지만 대대장은 임기 내내 초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지난 16개월 동안 김 대대장은 ‘1분 대기조’ 상태였다고 했다. 16개월 동안 휴가를 떠날 때를 제외하면 전투복을 벗은 적이 없다. 취임 이후 술은 한 잔도 마시지 않았다. 그는 “다른 모든 GOP 대대장도 이렇게 근무하고 있다”며 “경계작전은 365일 내내 잘하다가 1분만 실수하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라고 했다. 잠은 대대장실에 딸린 4~5평 남짓한 내실에서 3~4시간 정도 잔다. 상황 발생 시 언제든 지휘통제실로 뛰어가야 한다. GOP 근무병은 위로 휴가를 받아 후방 병사보다 길게 휴가를 가지만 김 대대장은 2박3일 휴가가 가장 길었다고 한다. 내실 관물대에는 전투복 3벌만 걸려 있었다. 16개월 전 가져온 이삿짐 3박스는 여전히 풀지 못하고 있다. GOP 대대장의 4평 침실 - 건봉산대대 김희섭 대대장이 평소 취침을 하는 내실의 모습. /육군 김 대대장의 아내와 세 아들은 경기 안양에서 살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1박2일 휴가를 갈 때만 얼굴을 본다. 아들들과 즐겨 찾았던 대중목욕탕 방문도 GOP 대대장이 된 이후로는 뚝 끊었다. 몸에서 전화기를 떼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GOP대대장 이전에도 전방에서 중대장 및 참모로 근무한 그는 아이들 입학식과 졸업식 12번 중 1번밖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입학식·졸업식이 취소됐던 코로나 때가 차라리 덜 미안했다”고 했다. 그는 “아빠 얼굴 잘 못 보는 가족도 군 복무를 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점심 식사를 병영식당이 닫기 직전인 12시 50분에 한다. 병사가 배불리 먹어야 한다는 이유다. 혹한으로 수도관이 얼어붙는 일이 없도록 챙겨야 한다. MZ세대 530명 병사의 ‘멘털 관리’도 중요하다. 김 대대장은 “대대 병사 전원과 오픈카톡방을 통해 수시로 익명으로 소통하고 한 달에 한번은 소원수리를 받는다”고 했다. 그는 요즘 병사들에 대해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를 시켜주면 정말 열심히 하고 똑똑하다”며 “전입 신병들에게 ‘여기서 우리가 경계근무에 실패하면 너희 부모님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하면 눈빛들이 변한다”고 했다. 건봉산대대에 위문방문은 아주 드물다고 했다. 서울에서 4~5시간 거리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김 대대장은 “지난해 연말 한 교회에서 병력들에게 삼겹살 파티를 해줬다”며 “감사한 마음에 사비를 털어 대대 로고가 박힌 수건을 마련해 선물해 드렸다”고 했다. 이번 설에는 부대 운영비에 사비를 보태 전 등 명절 음식을 병력과 만들어 먹고 합동 차례를 지낼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오후 제설 작전을 지휘하고 야간에는 오후 11시부터 철책 순찰을 진행한 뒤 7일 새벽 2시쯤 잠자리에 들었다. 국민들이 아시안컵 4강 요르단전 TV중계를 볼 때 그는 눈 내린 전선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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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고성/양지호 기자 yang.jiho@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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