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뇌물수수·직권남용 등 혐의 2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2.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자녀 입시 비리 등 혐의로 2심에서도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사실상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당초 조 전 장관과 선거 연합을 고려했던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손절론까지 등장하는 등 속내가 복잡한 모습이다. 민주당과 연합하지 않을 경우 독자 창당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오후 항소심 선고 공판 이후 입장문을 통해 "오는 4월 10일은 민주주의 퇴행과 대한민국의 후진국화를 막는 시작이 돼야 한다"며 "오직 그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출마 의사를 밝히진 않았지만, 정치권에선 조 전 장관이 사실상 4월 총선에서 전면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해석한다. 그동안 신당 창당 의사를 드러낸 그는 최근에는 정책 싱크탱크인 리셋코리아행동의 출범을 주도하면서 정치 행보를 재개했다.
우선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야권 통합형 비례정당인 민주개혁선거대연합에 참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반反 윤석열 기치 아래 결집해 야권의 의석 수를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통합형 비례정당 기자회견문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지지 의사를 드러낸 바 있다.
당초 민주당도 조국 신당의 야권 통합 비례정당 참여를 고려했다. 조 전 장관의 지지층은 민주당의 지지층과 겹치는 데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진보 진영의 고정 팬덤도 있어 연합할 경우 총선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날 항소심에서 조 전 장관에게 실형이 선고되면서 민주당 내에선 선거 연합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미 민주당은 지난 2019년 조국 사태로 공정성에 치명타를 입은 바 있다. 그런네도 유죄 판결을 받은 조 전 장관과 다시 손을 잡는다면 총선 국면에서 중도층과 2030세대 등의 표심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비슷하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 선거 연합에 조국 신당이 참여한다면 비도덕적·부도덕적인 것을 같이 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총선에서 저희국민의힘에게 플러스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도 가능성 자체는 열려있지만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손절론도 감지된다.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조 전 장관의 지지층이 상당수지만 통합 정당 참여는 다른 문제"라며 "무당층을 놓치는 문제뿐만 아니라 통합 정당에 참여하는 다른 군소 정당과 그들의 지지자들까지 설득해야 하는 문제도 있는데 과연 가능할진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민주개혁진보연합 추진단 단장을 맡은 박홍근 전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조국 신당의 참여를 묻는 말에 "창당도 안 돼 있거나 원내 진입도 안 된 곳은 아직 대표성이 보장돼있지 않다"며 "말씀하신 정당들조국 신당 등과는 논의할 계획이 아직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조 전 장관이 민주당 주도의 야권 통합형 비례정당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고정 팬덤에 기반한 독자 창당 가능성도 유력하다고 본다.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해 11월 28~29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조국 신당의 지지도는 11.9%로 집계되기도 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지될 것이 유력한 상황에서 조국 신당이 3%의 지지율만 확보하면 최소 1석은 얻을 수 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국민의당6.79%과 열린민주당5.42%은 각각 3석을 배분받은 바 있다. 조 전 장관이 야권 통합 비례정당과 별개로 움직여도 바람몰이가 이뤄진다면 2석 이상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조 전 장관은 설 연휴 기간 동안 앞으로의 정치 행보를 숙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조 전 장관이 합류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독자 창당을 해도 과거 당에 소속됐던 만큼 그 여파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결국은 당에 미칠 것"이라며 "전반적인 총선의 그림이 달라질지는 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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