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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북한만 비핵화 고집…일방주의 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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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33회 작성일 24-05-28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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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가운데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오른쪽,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7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27일 제9차 3국 정상회의 ‘공동선언’에서 “우리는 역내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했다”고 밝혔다. “각각 재강조”라는 표현은, ‘한반도 비핵화’가 공동의 목표라는 데 합의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는 2019년 12월24일 중국 청두에서 열린 8차 3국 정상회의 문서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을 명시한 데 비춰 명백한 후퇴다. 왜, 누구 탓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한반도 비핵화’ 목표는 실종된 것일까?



아무도 ‘한반도 비핵화’를 말하지 않았다 27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북한 비핵화”라고 했고, 리 총리는 “한반도 문제”라고 했다. 3국 정상 모두 언론에 공개된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핵 문제’와 관련한 결정적 장면이다.




한·일 정상이 언급한 “북한 비핵화”는 국제적으로 합의된 개념이 아니다. 북한을 포함한 관련 당사국의 합의 문서인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 2018년 남북 정상의 4·27 판문점 선언과 북·미 정상의 6·12 공동성명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공동의 목표로 명시돼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결의에도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가 명시돼 있다. ‘북한만 비핵화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북한 비핵화론은 이런 국제 합의에서 이탈한 일방주의라는 점에서 퇴행이다.



리 총리가 밝힌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이란 북핵을 포함한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북-미 적대 등 동북아의 ‘냉전 유제’도 해소해야 한다는 전략이다. 중국 정부의 공식 방침이거니와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 ‘평화체제 협상’ 등을 명시한 9·19 공동성명 등 국제 합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중국 쪽이 전과 달리 ‘한반도 비핵화’란 표현을 피하며 모호한 전략을 구사하는 현실은 문제적이다.



북한은 왜 반발할까? 사정이 이런데도 북한은 27일 저녁 “누구든지 비핵화 설교는 난폭한 내정간섭”이라는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내어 3국 정상 선언에 공개 반발했다. 정부 당국자는 28일 “중국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이라 풀이했다.



‘중국은 북한 편’이라는 세간의 고정관념과 달리, 핵 문제와 관련한 북·중의 견해는 사뭇 다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절대로 핵을 포기할 수 없다”며 “핵보유국으로서 핵무기 발전을 고도화한다”는 문구를 헌법 58조로 신설한 반면, 중국은 ‘협상 재개와 정치적 해결’을 주문처럼 되뇐다. 예컨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미국의 한반도 긴장 고조 반대”와 함께 “북한과 관련국의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리 총리가 3국 정상회의에서 거듭 강조한 “관련 측의 자제 유지”의 실질 내용인데, 김 위원장은 이를 ‘중국의 이중행동’으로 간주하는 셈이다.



희망의 불씨를 살리려면 ‘한반도 비핵화’를 공동 목표로 재설정하려면, 윤 대통령의 태도·전략 변화가 급선무다.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는 “3국 정상이 한반도·동북아의 평화·안정·번영이 공동 이익·책임임을 재확인하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노력 지속을 다짐한 건 성과”라면서도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을 받지 못할 정도로 취약한 공통 기반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원로 인사는 “윤 대통령이 일방주의에서 벗어나,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한 동북아 냉전구조의 해체라는 포괄적 해법을 제시한 기존 국제 합의의 정신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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