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앞다퉈 건국전쟁 관람 인증샷…이승만 띄우기 나선 까닭
페이지 정보
본문
13일 오후 서울 종로 CGV 피카디리1958 극장. 국민의힘 소속 최재형·정경희 의원, 구자룡·박은식 비상대책위원 등이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을 보기 위해 모였다. 제작자 김덕영 감독이 함께하는 ‘영화 번개’ 자리였다. 이날 극장에 모인 여당 정치인들은 김 감독과 영화를 감상하고 제작 의도와 뒷이야기, 이 전 대통령의 업적 등을 전해들었다. 13일 국민의힘 구자룡왼쪽·박은식오른쪽 비대위원이 김덕영 감독가운데와 영화 여권에 ‘건국전쟁’ 관람 열풍이 불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를 비롯한 여권 주류가 4·10 총선을 앞두고 이 전 대통령 재조명에 집중하면서 예비후보들도 경쟁적으로 영화 감상 인증에 뛰어들었다. 설 연휴 동안 정진석·안철수·박수영·김미애·김영식 의원 등 현역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등 총선 출마자들이 앞다퉈 페이스북에 영화 후기를 공유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 서울 여의도에서 영화를 본 뒤 “한·미상호방위조약과 농지개혁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오게 되는 데 굉장히 결정적인, 중요한 결정을 적시에, 제대로 하신 분”이라고 이 전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이승만 재평가’는 보수 진영의 주요 화두였다. 취임식 때부터 자유주의를 강조해온 윤석열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의 업적이 저평가됐다”며 역사 바로세우기 필요성을 강조했고, 2017년 만들어졌지만 6년간 부지가 없어 떠돈 이 전 대통령 동상은 지난해 경북 칠곡에 자리를 잡았다. 이승만 기념관 건립 움직임도 속도를 내면서 정부는 예산 460억원을 배정했고, 각계각층의 기부 행렬도 이어졌다. 윤 대통령 역시 개인 명의로 500만원을 기부했다. 이번 설 연휴에는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역사를 올바르게 알 수 있는 기회”라는 취지로 영화 개봉을 언급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와 정치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이런 흐름 속에서 여당이 ‘건국전쟁’ 띄우기에 나선 건 4·10 총선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통화에서 “친일파 논란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역사를 통한 여론 프레임 형성은 민주당 등 야권의 전유물이었다”며 “이번 영화 보기 열풍은 여권도 대항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국·번영·안보 등 정통 보수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나아가 적통 보수의 레거시유산를 확실하게 세우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문화 헤게모니패권에 정치 헤게모니를 더해서 야권에 맞선 역결집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9일 제3지대가 전격 통합해 개혁신당이 만들어진 것도 여권의 결집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그동안 이준석 전 대표가 이끌던 통합 전의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이라고 강조해왔지만 통합 이후 여권에선 “이 전 대표가 야권에 투신했다”고 규정하는 시각이 적잖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준석 전 대표가 이끌던 기존 개혁신당은 ‘보수의 대안 정당’으로 역할할 위험이 있었지만 갑작스런 통합을 통해 우리 입장에선 보수 진영 표 분산 위험이 줄어들었다”며 “국민의힘이 유일 보수 정당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보수-2진보’ 정당 경쟁 구도를 한층 부각하는 게 국민의힘 입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선거 전략이란 얘기다. 그런 차원에서 보수 진영을 결집시킬 카드로 ‘건국전쟁’이 유용하다는 평가가 여권 내에서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영화관에서 영화 ‘건국전쟁’ 열풍을 한동훈 위원장이 띄운 ‘운동권 청산’ 프레임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영화 도입부에 북쪽은 어둡고, 남쪽만 환하게 불이 켜진 한반도 위성사진이 나오는데, 20~30대가 이용하는 인터넷 게시판 등에선 “우리도 북한처럼 됐으면 어쩔 뻔 했나”, “지금이 다행스럽고 감사하다” 등의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여권 인사는 통화에서 “운동권 인사 중 상당수는 여전히 ‘종북 성향’을 보이고 있지 않느냐”며 “운동권 정치인에 대한 반감을 자연스럽게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나친 여론몰이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영화 제작에 관여한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는 과거 강단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의 일종”이라고 발언해 기소된 전력이 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굴곡진 한국 현대사는 진보든 보수든 한쪽으로 통합될 수 있는 역사가 아니다”며 “정치적 의도가 더해지면 역사 왜곡이 쉬워질 수 있는 만큼 균형을 갖고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화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J-Hot] ▶ 왼손 없는 중졸의 화가…이건희가 주문한 그림은 ▶ 61세 톰 크루즈…"25세 연하 억만장자 女와 열애" ▶ 축구감독만 바꾸면 될까? 진짜 스파이 따로 있다 ▶ 머리 좋은데 공부 안 한다? 십중팔구 이 말 문제다 ▶ 정태영 "말도 못 꺼냈다"…스위프트 내한 못한 이유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심새롬 saerom@joongang.co.kr |
관련링크
- 이전글조국 신당 창당 선언…"검찰독재 조기 종식" 24.02.14
- 다음글[단독] 의자 앉아 열흘 쪽잠 잔 함장…출동수당은 하루 9000원 [서... 24.02.14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