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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앞다퉈 건국전쟁 관람 인증샷…이승만 띄우기 나선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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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41회 작성일 24-02-1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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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 종로 CGV 피카디리1958 극장. 국민의힘 소속 최재형·정경희 의원, 구자룡·박은식 비상대책위원 등이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을 보기 위해 모였다. 제작자 김덕영 감독이 함께하는 ‘영화 번개’ 자리였다. 이날 극장에 모인 여당 정치인들은 김 감독과 영화를 감상하고 제작 의도와 뒷이야기, 이 전 대통령의 업적 등을 전해들었다.

13일 국민의힘 구자룡왼쪽·박은식오른쪽 비대위원이 김덕영 감독가운데와 영화 건국전쟁을 함께 관람한 뒤 찍은 기념사진. 이들은 이날 ″세계 10위권 나라 중 건국 대통령을 기리지 않는 나라는 없다″, ″여야를 떠나 건국 대통령을 예우해야 나라에 자부심과 애착심이 생긴다″ 등의 대화를 나눴다. 비대위원 제공

13일 국민의힘 구자룡왼쪽·박은식오른쪽 비대위원이 김덕영 감독가운데와 영화


여권에 ‘건국전쟁’ 관람 열풍이 불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를 비롯한 여권 주류가 4·10 총선을 앞두고 이 전 대통령 재조명에 집중하면서 예비후보들도 경쟁적으로 영화 감상 인증에 뛰어들었다. 설 연휴 동안 정진석·안철수·박수영·김미애·김영식 의원 등 현역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등 총선 출마자들이 앞다퉈 페이스북에 영화 후기를 공유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 서울 여의도에서 영화를 본 뒤 “한·미상호방위조약과 농지개혁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오게 되는 데 굉장히 결정적인, 중요한 결정을 적시에, 제대로 하신 분”이라고 이 전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이승만 재평가’는 보수 진영의 주요 화두였다. 취임식 때부터 자유주의를 강조해온 윤석열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의 업적이 저평가됐다”며 역사 바로세우기 필요성을 강조했고, 2017년 만들어졌지만 6년간 부지가 없어 떠돈 이 전 대통령 동상은 지난해 경북 칠곡에 자리를 잡았다. 이승만 기념관 건립 움직임도 속도를 내면서 정부는 예산 460억원을 배정했고, 각계각층의 기부 행렬도 이어졌다. 윤 대통령 역시 개인 명의로 500만원을 기부했다. 이번 설 연휴에는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역사를 올바르게 알 수 있는 기회”라는 취지로 영화 개봉을 언급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와 정치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누적 관객 수 32만명을 돌파하며 예상 밖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12일 서울 시내 영화관 매표기. 연합뉴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와 정치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이런 흐름 속에서 여당이 ‘건국전쟁’ 띄우기에 나선 건 4·10 총선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통화에서 “친일파 논란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역사를 통한 여론 프레임 형성은 민주당 등 야권의 전유물이었다”며 “이번 영화 보기 열풍은 여권도 대항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국·번영·안보 등 정통 보수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나아가 적통 보수의 레거시유산를 확실하게 세우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문화 헤게모니패권에 정치 헤게모니를 더해서 야권에 맞선 역결집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9일 제3지대가 전격 통합해 개혁신당이 만들어진 것도 여권의 결집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그동안 이준석 전 대표가 이끌던 통합 전의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이라고 강조해왔지만 통합 이후 여권에선 “이 전 대표가 야권에 투신했다”고 규정하는 시각이 적잖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준석 전 대표가 이끌던 기존 개혁신당은 ‘보수의 대안 정당’으로 역할할 위험이 있었지만 갑작스런 통합을 통해 우리 입장에선 보수 진영 표 분산 위험이 줄어들었다”며 “국민의힘이 유일 보수 정당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보수-2진보’ 정당 경쟁 구도를 한층 부각하는 게 국민의힘 입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선거 전략이란 얘기다. 그런 차원에서 보수 진영을 결집시킬 카드로 ‘건국전쟁’이 유용하다는 평가가 여권 내에서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영화관에서 영화 건국전쟁 관람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영화관에서 영화


‘건국전쟁’ 열풍을 한동훈 위원장이 띄운 ‘운동권 청산’ 프레임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영화 도입부에 북쪽은 어둡고, 남쪽만 환하게 불이 켜진 한반도 위성사진이 나오는데, 20~30대가 이용하는 인터넷 게시판 등에선 “우리도 북한처럼 됐으면 어쩔 뻔 했나”, “지금이 다행스럽고 감사하다” 등의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여권 인사는 통화에서 “운동권 인사 중 상당수는 여전히 ‘종북 성향’을 보이고 있지 않느냐”며 “운동권 정치인에 대한 반감을 자연스럽게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나친 여론몰이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영화 제작에 관여한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는 과거 강단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의 일종”이라고 발언해 기소된 전력이 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굴곡진 한국 현대사는 진보든 보수든 한쪽으로 통합될 수 있는 역사가 아니다”며 “정치적 의도가 더해지면 역사 왜곡이 쉬워질 수 있는 만큼 균형을 갖고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화 건국전쟁 한 장면. 1945년 해방 이후 이승만 전 대통령과 건국 1세대들의 활동을 다뤘다.

영화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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