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딸 김주애를 왜 공개 행사에 데리고 다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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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딸 김주애양을 왜 자꾸 공개 정치 행사에 데리고 다니는 걸까? 2022년 11월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 현지지도사진①에 김양을 데리고 나온 걸 시작으로 지금껏 25차례2월9일 기준에 이른다. 한 달에 1.6회 꼴이다. 절대 다수23회가 탄도미사일·정찰위성 발사, 군부대 방문, 열병식·경축공연 등 대형 정치·군사 행사다. 경제 관련은 광천닭공장 방문 등 2회뿐이다. 그만큼 김양의 사진이 노동신문 1면에 크게 실리는 일이 잦다. 노동신문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모든 활동을 영도”헌법 11조하는 조선노동당의 중앙위원회 기관지다. 북쪽에서 가장 권위 있는 매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십대 초반에 불과한 김양을 두고 “유력한 후계자 후보”라는 국가정보원국정원의 공식 평가가 나올 지경이다. 하지만 김양은 2013년생정부 추정으로, 한국에서라면 초등학교 고학년 나잇대의 어린이다. 그런데 칠순을 넘긴 노인이 흔한 북한 권력의 핵심 고위인사들이 김양을 대하는 태도는 기괴하다 싶을 정도로 공손하다. 조선인민군 원수인 박정천 노동당 중앙위 군정지도부장이 무릎을 꿇고 김양의 귀에 대고 뭔가를 말하는 장면사진②이 조선중앙텔레비전에 방송되기도 했다. 노동신문 등이 “존경하는 자제분”이라 높여 부르는 ‘김주애’란 어린이를 둘러싼 북녘의 이 낯선 풍경엔 어떤 정치적 신호가 담겼을까? 김정은 총비서는 중요 공개 활동 현장에 김양을 데리고 다니는 까닭을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김양의 발언이 노동신문 등에 실린 사례도 없다. 하여 김 총비서의 속내나 김양의 정치적 위상은 지금으로선 모두 추정일 수밖에 없다. ‘백두혈통’ 4대 후계 수업? 김양이 ‘후계자’일지 모른다는 추정을 낳은 단서가 여럿 있다. 그 처음은 2022년 11월27일치 노동신문 3면에 실린 “당중앙에 드리는 충성과 신념의 맹세”다. 이날치 노동신문 1면엔 김 총비서가 김양, 그리고 “‘화성포-17’형 발사 성공에 기여한 성원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사진③이 실렸다. ‘충성과 신념의 맹세’문은 “국방과학원 미사일부문 과학자, 기술자, 로동자, 일군들”이 김 총비서한테 바친 글인데 ”앞으로도 변함없이 백두의 혈통만을 따르고 끝까지 충실할 것입니다”라는 문구가 문제적이다. ‘백두의 혈통’엔 당연히 김양이 포함된다. 이 ‘충성 맹세’는 오로지 ‘김정은’만을 향한 것일까? 두고 볼 문제다. 두번째 문제적 장면은 2023년 2월 조선인민군 창건건군절·2월8일 75돌 경축 기념연회2월7일와 열병식2월8일이다. 연회에서 김양을 가운데 두고 김 총비서와 그의 아내 리설주 여사가 양쪽에 앉은 사진, 식탁에 앉아 있는 김 총비서 가족 뒤에 리병철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을 포함한 당·군의 수뇌부가 병풍처럼 정자세로 서 있는 사진사진④ 등이 노동신문에 실렸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 땐 “우리 원수님 백두산군마가 기병대의 선두에 서 있다. 사랑하는 자제분께서 제일로 사랑하시는 충마가 그 뒤를 따라 활기찬 열병의 흐름을 이끌어간다”라는 조선중앙텔레비전의 안내 멘트가 나왔다. 김양의 백마가 인민군 총사령관으로 군통수권자인 김 총비서의 백마를 따라 “열병의 흐름을 이끌어간다”라는 표현은 매우 정치적이다. 더구나 노동신문엔 김양이 주석단에서 김 총비서 바로 옆에 서 있는 사진사진⑤ 과 함께, 조용원 조직 담당 비서 등 노동당 핵심 인사들이 “존경하는” 김양을 “모시고” 귀빈석에 앉았다는 표현이 등장했다. 김양의 정치적 위상이 각별함을 의도적으로 강조한 셈인데, 이는 김양이 후계자일지 모른다는 추정의 중요 근거로 거론된다. 윤석열 정부의 정보 판단은? 윤석열 정부는 김양이 처음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후계자 가능성을 일축했다. 국정원은 애초 국회 정보위원회에 “김양이 후계자가 된다는 판단은 하지 않는 게 좋다”2023년 1월5일거나, “현 단계에서 김주애를 후계자로 판단하는 건 성급하다”2023년 9월4일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늦춰 잡아도 지난해 겨울께부터는 정보 판단을 바꿨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지난해 12월12일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김주애가 후계자로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하더니, 조태용 국정원장은 지난 1월4일 공개된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을 통해 “현재로서는 김주애가 유력한 후계자 후보자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후계자’ 김정일·김정은의 선례는? 하지만 김양을 김 총비서의 후계자로 볼 근거가 없거나 부족하다는 의견도 여전히 강하다. 이런 반론의 가장 강력한 근거는 김 총비서와 김양의 나이다. 통일부 북한정보포털을 보면, 김 총비서는 1984년 1월8일생, 이제 마흔이다. 국정원은 김양이 2013년생이라고 국회에 보고했다2022년 11월22일 정보위. 아직 초등학생 나이다. 권력의 속성에 비춰 후계를 논할 시기가 아니라는 의견이 많은 까닭이다. ‘1984년생 김정은2013년생 김주애’ 조합의 정치적 함의를 3대에 걸친 북한의 ‘권력 세습’의 선례에 견줘 가늠해볼 수도 있다. 북녘의 1대 최고권력자인 김일성 주석은 1912년 4월15일생이다. 김 주석의 아들로 2대 최고권력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42년 2월16일생이다. 김정일은 20대 초반이던 1964년 6월 노동당 조직지도부 지도원으로 당직을 시작했고, 30대 초반이던 1974년 2월 노동당 중앙위 5기8차 전원회의에서 후계자로 확정됐으며, 30대 후반이던 1980년 10월 노동당 6차 대회에서 후계자로 공식 선포됐다. 노동당 6차 대회에서 김일성은 “당과 혁명의 장래운명을 좌우하는 근본문제가 빛나게 해결됐다”라는 말로 ‘권력 세습’을 공표했다. 3대 최고권력자인 김정은은 20대 중반이던 2010년 9월28일 노동당 3차 대표자회에서 노동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오르며 ‘김정일의 후계자’로 모습을 드러냈다. 노동신문 2010년 9월30일치 1면에 아버지 김정일 옆에 앉은 아들 김정은의 사진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그 며칠 뒤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은 에이피AP통신의 영상 계열사인 ‘에이피티엔’APTN과 인터뷰에서 “이제 우리는 청년대장 김정은 동지를 모실 영예를 얻게 됐다”라는 말로, ‘후계자 김정은’의 존재를 외부에 공표했다. 2010년 이전에 김정은이 노동당에서 직책을 갖고 있었는지는 지금껏 공식 확인된 사항이 없다. 김정일·김정은의 선례에 비춰 김양의 후계자 여부를 따지기엔 김양의 나이가 너무 적다. 나이만 문제인 게 아니다. 북한의 최고 권력 승계는 본질적으로 ‘혈통 중심 세습’이다. 하지만 권력 승계와 관련한 북쪽의 공식 담론은 ‘핏줄’보다 ‘능력’을 앞세운다. 이른바 ‘후계자론’이다. 후계자는 “수령에 대한 충실성”이 있어야 하고 “사상이론의 대가”이자 “새 세대의 인물”이어야 한다. 논리상 ‘능력 검증’이 필수다. 김정일이 1960년대 중반부터 노동당에서 경력을 쌓고, 김정은이 2004년 7월11일 군부대가 관할하는 신창양어장을 현지지도 했다는 사후 보도가 나온 까닭이다. 그런데 김양이 ‘능력’을 발휘했다는 북쪽 매체의 보도는 아직 없다. 김주애는 ‘미래세대의 상징’? ‘나이’와 ‘능력 검증’ 문제 말고도 지금으로선 김양을 후계자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의 근거는 더 있다. 김 총비서와 김양의 조선인민군 제1공군사단 비행연대 방문 사진2023년 11월30일과 ‘신년경축대공연’2024년 1월1일 관련 조선중앙텔레비전 화면이 그것이다. 비행연대 방문 당시 김양이 정중앙 맨앞에, 김 총비서가 그 뒤에 상대적으로 작게 포착된 사진이 노동신문에 실렸다사진⑥. 김양이 김 총비서보다 더 중요한 인물처럼 비치는 이 구도는 북쪽 매체가 최고권력자 사진을 다룰 때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금지선을 벗어난 것일 수 있어 문제적이다. 조선중앙텔레비전의 신년경축대공연 방송 화면에는 김 총비서가 김양의 볼에 뽀뽀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사진⑥. 리설주 여사와 김덕훈 내각총리 등이 주변에서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치는 풍경과 함께. 김 총비서가 공개적으로 뜨거운 사랑을 표현하고, 자신보다 김양을 더 비중 있어 뵈게 연출된 사진의 공개를 허용한 데서 ‘후계자 김주애’를 읽어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의 역사에서 후계자가 현재의 최고권력보다 앞에 나서는 일도, 최고권력자가 공적인 자리에서 후계자한테 개인 감정을 드러내는 일도 금기 사항에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김 총비서가 김양을 각별한 사랑과 배려로 띄우는 데에는 최고통치자로서 ‘미래세대’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김주애’라는 상징을 통해 강조하려는 정치전략이 깔려 있을 수 있다고 여러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가 짚었다. 김정은의 김주애 사랑은 무슨 뜻? 청와대와 국정원에서 북한 정보를 다룬 경험이 풍부한 한 전직 정부 핵심 관계자가 김양 문제를 두고 이런 얘기를 했다. “김양이 후계자인지 아닌지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전근대 왕조시대에 다수의 왕자들이 후계수업이라 불릴만한 별도의 교육을 받았듯이 김양도 그런 특별교육을 받고 있다고 잠정 판단할 수는 있지 않겠나? 모든 왕자가 세자가 되는 게 아니듯, 아직은 김양의 미래가 확정됐다고 단정할 이유는 없을 거 같다.” 다만 이 관계자는 “김정은의 김주애 사랑에서 우리가 살펴야할 대목은 당장 절실하지 않은 후계 여부 논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곤 “김정은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아 할 김주애를 두고 우리를 선제공격하는 등의 무모한 전면 전쟁에 나설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보나”라고 되물었다. 외교안보 분야 원로 인사도 “김정은이 2022년 11월18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 현장에 김주애를 데리고 나온 건 북쪽의 핵은 미래세대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는, 달리 말하자면 공격용이 아닌 억제용이라는 신호를 발신하려는 정치전략에 따른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짚었다. 김주애양이 ‘후계자’이든 아니든 김 총비서가 십대 초반의 김양을 중요 정치·군사 행사에 숱하게 데리고 다니는 모습은 많은 이들한테 낯설고 기괴한 행태일 수 있다. 하지만 북녘 최고권력자 부녀의 이 문제적 행보가 풍부한 정치·외교안보적 신호를 발신하기에 못 본 체 외면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사자 ‘바람이’ 떠나고 백호·흑표범 죽었다…부경동물원엔 아직도 이스라엘, 가자 ‘마지막 피난처’ 라파흐 공습...44명 숨져 2022 윤석열, 2024 한동훈이 선거 앞두고 외친 ‘이것’ 김정은은 딸 김주애를 왜 공개행사에 매번 데리고 다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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