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리스크라 쓰고 윤석열 리스크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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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예상한 그대로다. 총선을 앞두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여당의 간판으로 등장할 당시, 모두가 전망했다. 향후 한 위원장의 최대 난제는 ‘김건희 리스크’일 것이라고. 결국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을 둘러싸고 ‘윤-한 갈등’이 촉발됐고,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을 한 김경율 비대위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여권은 김건희 리스크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반응도 많은 이들의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후배’조차 절대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 누구도 ‘에프엘FL, First Lady’의 이름을 거론해선 안 된다. 이 정부의 성역은 그렇게 완성됐다. 윤 대통령이 7일 한국방송KBS과의 새해 대담에서 김 여사 논란에 직접 의견을 낼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말 관련 보도가 나온 지 두 달여 만이다. 대통령실은 녹화 당일인 4일 “현장에서 직접 그간의 생각을 즉답했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여권에선 이 대담을 통해 국민 의혹을 해소하는 동시에 재발 방지 약속이 언급되길 기대하는 눈치다. 최소한 제2부속실 설치나 특별감찰관 도입에 전향적인 입장은 나올 것이란 기대다. 그러나 과연 이번 대담으로 민심을 돌릴 수 있을까. 뉴욕타임스는 지난 1일현지시각 한국인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한국에는 ‘대통령실에 VIP가 두 명 있는데, 1호 VIP는 김 여사’라는 농담이 있다”고 보도했다.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을 통해 확인한 것은 그것이 농담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명품가방 보도를 처음 접할 당시 많은 국민은 눈을 의심했다. 아무리 ‘몰카 공작’이라 해도 망설임 없이 쇼핑백을 받는 김 여사의 처신에 아연실색했다. 하지만 그 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반응은 국민을 더욱 놀라게 했다. ‘정치인 한동훈’이 이 논란을 두고 한 발언이란 “국민들이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는 정도다. 그것도 ‘함정 몰카’를 전제로 했다. 솔직히, 이걸 두고 용산에 날을 세웠다고 해석하기도 민망하다. 김경율 비대위원은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을 사과했다. 그런데도 한 위원장은 대통령실과 친윤석열계한테서 “대통령의 배신감이 크다”는 공개적 비토와 함께 사퇴 압박을 받았다. 김 비대위원의 불출마로 윤 대통령의 ‘뒤끝’은 다시 한번 확인됐다. 김 여사 문제 앞에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대통령의 돌변은 처음이 아니다. 리투아니아 순방 당시 ‘명품 쇼핑’ 논란 때도,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부인의 사적 순방 동행 논란 때도, 김 여사 팬클럽에 대통령 집무실 사진이 유출됐을 때도 대통령실은 이렇다 할 해명을 하지 못했다. 아니 해명할 수 없었다는 말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때마다 대통령실은 “법적 문제가 없다”는 말로 국민의 의구심만 키웠다.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의 본질은 김 여사의 처신이 아니다. 이 사안을 대하는 윤 대통령의 생각과 태도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기자회견을 피했다. 많은 이들이 김 여사 문제에 대한 난감한 질문을 피하려는 꼼수라고 지적하는데도 ‘승부사 윤석열’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이번 대담을 성사시키는 것조차 윤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사전 조율된 대담에서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문제에 어떤 답변을 하든, 냉담한 민심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상식적인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치권에선 결과와 무관하게 총선 이후 윤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대통령 임기가 3년이나 남았다 해도 여권의 구심력은 ‘미래 권력’을 중심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는 데다, 보수 진영 내부에서조차 김건희 리스크를 안고 갈 수는 없다는 공감대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이번 명품가방 수수 논란을 통해 김건희 리스크가 실은 ‘윤석열 리스크’라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라는 게 좀더 진실에 가깝지 않을까.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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