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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대표 안 만난 윤 대통령…신기록은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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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8회 작성일 23-05-14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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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480

‘1년간 야당 외면’ 첫 직선 대통령

대통령과 싸울수록 이득인 야당과

대등한 지위에서 협상·토론 안해

상하 관계 익숙한 검사 체질 여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3주년 4·19 혁명 기념식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년을 지나며 1987년 대통령직선제 개헌 이후 대통령으로서 두 가지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첫째, 1년 동안 야당 대표나 원내대표와 회담하지 않은 최초의 대통령이 됐습니다. 둘째, 1년 동안 국정 성과를 내지 못한 책임을 전임 대통령과 야당 탓으로 떠넘기는 최초의 대통령이 됐습니다.

두 가지 신기록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야당과 만나지 않는 것은 단순히 대통령과 야당이 소통하지 않는다는 정도의 상징적 의미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대통령제는 국민의 직접선거로 선출된 대통령과 의회라는 두개의 기관이 서로 협력하고 견제하며 국정을 이끌어가도록 설계된 권력구조입니다. 대통령과 의회의 협력과 견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여소야대에서 의회의 주도권은 야당에 있습니다. 대통령과 야당이 협력과 견제, 협상과 타협으로 국정을 이끌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대통령들이 여소야대에서 야당 지도부와 야당 의원들을 끊임없이 만나서 대화하고 설득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대통령제의 가장 기본 원리인 의회와의 협력, 여소야대에서 야당과의 협력을 외면한 채 전임 대통령 탓, 야당 탓만 하고 있습니다. 무슨 배짱인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윤 대통령이 야당과의 대화를 계속 거부하면 국정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당장 의료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부터 큰 문제입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로 법을 무산시킬 수는 있겠지만,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하려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국회에서 넘어올 노란봉투법, 방송법, 안전운임제는 또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민주당은 법안 내용은 얼마든지 절충하고 타협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보다는 부분적인 성과라도 민주당의 치적으로 남기는 것이 정치적으로 훨씬 더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이 야당을 이토록 철저히 외면하는 이유는 뭘까요?

속마음을 너무 쉽게 드러내는


처음부터 만날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다음날 당선 인사에서 “국민을 위한 정치, 민생을 살리고, 국익을 우선하는 정치는 대통령과 여당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 취임 직후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의회주의는 국정 운영의 중심이 의회라는 것”이라며 “법률안, 예산안뿐 아니라 국정의 주요 사안에 관해 의회 지도자와 의원 여러분과 긴밀하게 논의하겠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그래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는 다짐까지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야당과의 협치’나 ‘의원 여러분과 긴밀하게 논의’라는 말을 하면서도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후흑’厚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얼굴이 두껍고 속이 시커멓다’는 의미입니다.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보다는 나라를 이끄는 정치 지도자들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쓰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정치 지도자들은 깊은 속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않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후흑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사람인 것 같습니다. 연초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야당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잘 지내야 하는데 서로 간에 생각이 너무 다르다. 대화가 참 어렵다. 지난번에 제가 국회 시정연설을 할 때 들어오지도 않았다. 경찰국 같은 예산안을 받아주면 야당에서 원하는 지역상품권 예산을 많이 늘려주겠다고 했는데도 끝까지 문제 삼았다. 일단 여당과 야당이 자주 대화를 하도록 하고 국회의장단과의 소통을 통해 국회 문제를 풀어나가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0월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의 당사 압수수색에 항의해 보이콧한 가운데 2023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회 시정연설 때 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아서 마음이 상한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아마도 싫어하는 사람과 웃는 표정으로 악수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입니다. 성격이 너무나 솔직하고 담백하기 때문입니다.

여당 의원들과 자주 만나는 이유


이러한 성격이 검사로서는 강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는 치명적 약점입니다. 정치인은 어떤 측면에서는 감정 노동자에 가깝습니다. 정치인은 생각이 전혀 다른 사람들과도 웃는 얼굴로 대화하고 협상해야 하는 극한 직업입니다.

여러분은 대통령과 야당의 사이가 나쁘면 누구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과 야당의 대화가 이뤄지려면 어느 쪽이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갑을 관계라면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이 갑이고 야당이 을인 것 같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대체로 야당이 갑이고 대통령이 을입니다. 대화가 이뤄지려면 대통령이 “제발 좀 만나 달라”고 야당에 매달려야 합니다. 역대 대통령과 야당의 관계가 다 그랬습니다.

왜 그럴까요? 야당 지도부나 야당 의원은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싸울수록 정치적으로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과 만나면 야당 내부에서 자칫 ‘사쿠라’정권과 내통하는 첩자로 몰릴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관계는 역대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관계와는 전혀 다른 것 같습니다. 이 대표가 제발 좀 만나 달라고 매달리고, 윤 대통령은 외면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 선출을 계기로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의 만남이 성사될 수도 있었습니다. 대화 제의가 오고 가다가 결렬됐습니다.

이 와중에 대통령실 사람들의 분위기는 대체로 ‘싫으면 관두라’는 식이었습니다. ‘과거 윤호중 원내대표, 박홍근 원내대표 때도 회동을 제안했는데 민주당이 거절했다’는 뒷말도 흘러나왔습니다. ‘우리는 아쉬울 것 없다’는 태도였습니다. 이러니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회동이 성사될 리가 있겠습니까?

윤 대통령은 평생 검사를 한 사람입니다. 검사는 다른 사람과 대등한 지위에서 토론하고 협상하고 타협하지 않습니다. 검사들의 세계에는 지시와 복종의 관계, 상하 관계만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과의 대화를 극구 회피하는 이유는 검사 체질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사람들과는 식사도 하고 술도 마시고 편하게 대화를 나눈다고 합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국민의힘 사람들은 자신의 부하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는 검사 시절 좋은 상관이었다고 합니다.

시급히 필요한 ‘비정상의 정상화’


어쨌든 윤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는 하루빨리 만나야 합니다. 대화하고 타협하고 절충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정이 제대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두 가지 방식이 가능합니다.

첫째, 윤 대통령이 생각을 바꿔 이 대표를 만나는 것입니다. 최민우 <중앙일보> 정치부장이 5월9일치 신문에 ‘대통령, 이제는 이재명을 만날 때다’라는 칼럼을 썼습니다. 저는 이 칼럼에 동의합니다.

둘째, 윤 대통령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민주당에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들의 회동을 정중하게 다시 제안하고, 민주당은 대승적으로 수용하는 것입니다. <경향신문> 이 5월6일치 신문 사설에서 이런 방안을 제의했습니다. 저는 이 방안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른바 보수 논객 중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과 대화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야당 대표 및 원내대표들과 여러 차례 만났습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2017년 여야 대표 회담에 두 차례 불참했지만, 2018년에는 참석했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는 문재인-홍준표 단독 회담까지 했습니다.

황교안 대표도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담에 참석했습니다. 코로나가 터지자 문 대통령은 국회 사랑재로 찾아가 여야 대표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역대 다른 대통령들은 차치하고 이처럼 문 대통령의 경우만 살펴보아도 윤 대통령의 야당 외면은 매우 비정상적인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재임 기간에 제1야당 한나라당 대표는 이회창 총재였습니다. 이 총재는 여당 총재였던 김 대통령과 일곱 차례 ‘총재회담’을 했습니다. 세번은 이 총재가 제의했고, 네번은 김 대통령이 제의했습니다.

이 총재는 총재회담 직후 매번 뒤통수를 맞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권철현 대변인은 ‘칠회칠배’七會七背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이 총재는 2017년에 출판한 회고록에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대통령과 야당 총재와의 만남과 대화는 자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야가 싸울 때 싸우더라도 대통령과의 회합은 정국을 푸는 가장 확실한 해법이고, 서로 소통하면서 나랏일을 걱정하고 상의하는 모습 자체가 국민을 안심시킨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야당 대표와의 대화에 인색했던 것 같다. 대통령은 야당 대표와의 회담을 통해 막힌 정국을 풀고 야당 대표의 입지도 세워줌으로써 정국을 안정시키는 푸근하고 넉넉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는데 그렇지 못했다.”

윤 대통령이 잘 새겨서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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