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준석 "연금개혁, 젊은 세대 부담 전가 방식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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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활동 시작하는 이 의원 인터뷰
“중·대선거구제 도입 연계해 비례제 폐지” “국민의힘, 보수와 거리 먼 행동하는 한 같이 설 수 없어”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22대 총선에서 거대 양당이 내세운 후보를 꺾은 유일한 당선인이다. 유권자 평균 연령 34.65세로 전국에서 가장 젊은 선거구인 경기 화성을에 도전장을 냈고, 선거 막판까지 줄곧 2위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왔던 여론조사와 결과를 뒤집으며 극적인 승리를 거머쥐었다. 정계 입문 13년, 4차례 도전 끝에 국회에 입성하면서 보수진영의 차기 대권 주자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 의원이 당대표를 맡아 진두지휘한 개혁신당은 이번 총선에서 그를 포함해 모두 3석을 확보했다. 다만 ‘초선’ 국회의원인 이 의원 앞에 높인 과제도 만만치 않다. 첫 의정활동의 성과를 내는 동시에, 당의 간판으로서 다음 지방선거까지 당의 세력을 확장해야 하는 책임도 있다. 이 의원은 지난 28일 국회 개혁신당 대회의실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호 법안’으로 선거개혁 관련 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중·대선거구제 도입과 연계해 비례대표제는 완전히 폐지하는 방향”이라며 “다음 지방선거에서 젊은 정치 지망생, 경력단절 여성 등 소외됐던 정치적 소수자 집단을 대거 공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금개혁 방향과 관련해선 “절대 젊은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치인 이준석’과 ‘국회의원 이준석’은 다른가. “지금까지의 이준석은 개인기로 버텨왔다. 이제 자료제출 요구권 등 실질적 권한이 생겼으니, 메시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우선 대한민국에서 가장 젊은 선거구인 동탄에서 당선됐기 때문에 젊은 세대의 기대를 현실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날카롭고 공격적인 화법도 달라지나. “일반 시민들에게 그렇게 한다면 성격적 결함이겠지만,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정치인, 행정가들에게는 계속 날카롭게 지적해야 한다.” -이준석의 ‘1호 법안’은. “당 차원에서는 선거개혁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 -저서 ‘이준석의 거부할 수 없는 미래’에선 중·대선거구제를 주장했다. “중·대선거구제를 선호한다. 이와 연계해 비례대표제는 폐지하는 게 옳다고 본다. 대한민국의 현 정치는 50대 이상 남성의 비율이 과도하게 높다. 지금의 선거제도, 정치문화는 5060 남성에게 모든 의석을 할당한 것과 마찬가지다. 젊은 정치 지망생이 지금의 선거제를 뚫기에는 생업이 바쁘고, 여성들은 육아와 정치를 병행하기 어려운 정치문화에서 지역 정치보다는 비례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개혁신당의 컨셉은 전국 대학가 주변에 그 대학 출신 인재를 주로 공천하는 거다. 전문성을 지닌 경력단절 여성들도 대거 공천될 수 있게 할 거다. 물론, 공천에 특별 할당은 없다. 그러나 토론이나 정책 중심 평가가 이뤄지면, 정치적 소수자였던 그룹의 참여가 늘어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차기 대권에 대한 생각은. “준비 없이 강한 권력욕으로만 대권을 이끌어가는 것은 불운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권력욕 하나로 버티고 있는 사람들이다. 저도 40줄에 접어들었다.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채워가느냐에 따라 국민의 시선이 달라질 거다. 개인적으로는 국회에 오고 가장 신났던 게, 편하게 국회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국회도서관 최다 독서자가 1차 목표다.” -‘외치’가 부족하다는 자평을 내리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윤 대통령보다 잘할 것 같긴 하다. 그러나 절대적으로 대한민국 지도자가 된다는 건 결국 국익을 위해 해외 실력자들과 겨룰 만한 실력이 필요한 거다. 앞으로 의원외교도 활발히 참여해야 할 것이고, 영어·중국어 등도 외교적 언어까지 쓸 수 있는 상태로 끌어올려야 할 것 같다.” -당대표를 내려놨지만, 여전히 개혁신당은 ‘이준석의 당’ 아니냐는 시선이 많다. “정당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지도부를 선출하는 등 과정을 겪어나가며 발전한다. 개혁신당은 지금보다 몇십배, 몇백배 불어나야 수권정당이 될 수 있다. 그러려면 저부터 공간을 비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윤석열정부의 무리수가 많아지면서 의정활동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저 스스로에게는 도전이다. 개혁신당 창업주로서 당에 위기가 오거나, 혹은 내가 설정한 기준보다 안 좋은 선택이 나올 때 개입하고자 하는 욕구를 억제할 수 있느냐에 대한 부분이다.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본다.” -개혁신당의 이념적 지향을 규정하려는 시도가 많다. “이분법적 틀에 나누려는 거다. 양당 모두 보수성과 진보성을 상실했다. 어떤 보수가 장병의 사망 사건에 윗선을 빼돌리려고 시도하나. 어떤 보수가 갑자기 의대를 덜컥 증원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나. 또, 어떤 진보세력이 도덕성을 포기하고 정치를 하나. 사안마다 개혁신당이 보수냐 진보냐 묻겠지만 국민의힘이 보수의 행태와 거리가 먼 행동을 하는 한 결코 같이 설 수 없다.” -개혁신당 정강에는 ‘사회적 보수’로 규정돼 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보수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보수가 무제한의 방종을 의미하진 않는다. 지금까지의 보수가 과도하게 관료적이고 엘리트주의적인 모습을 보였다면 더 열려 있고 탈권위를 추구하는 게 목표다. 개혁신당은 검열에 대해 어느 당보다 부정적이고, 사회개방에 대해 적극적이다. 기존의 보수와는 차별화되는 지점이고, 국민에게 각인될 시점이 올 것이다.” -보수정당이 총선에서 3연패했다. 보수가 몰락의 길을 걷는 건가. “길을 걷는 게 아니라 이미 몰락했다. 지금 보수의 영웅 서사라는 게 얼마나 허접한지 보라. 총선에 대패하고도 누구도 무언가를 만들어낼 능력이 없으니 다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붙들고 있다. 그런데 그 한동훈이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소신을 단 한 번이라도 이야기한 적 있나. 영웅 서사도 못 된다. 스포트라이트는 받고 싶은데 용기는 없는거다. 이래서야 보수정당의 위기를 해결할 수나 있겠나.”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하면서도 야권 장외집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개혁신당은 일이 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장외집회가 세를 보여주는 의미는 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선 국민의힘 의원들이 어떻게 민심을 따르게 할까가 더 중요하다. 또한, 무슨 시민단체 총연합투쟁집회 같은 걸 하면 ‘저 단체는 왜 껴 있나’ 싶은 단체들까지 참여하게 된다. 보수층이면서 특검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진영대결로 오해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은 공수처 수사를 지켜보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인데. “국민의힘이 언제부터 그렇게 공수처에 권위를 부여했나. 공수처는 수사 능력이 없고 태어나선 안 될 조직이었다는 게 입장 아니었나. 또 과거엔 검찰수사가 끝나지 않았는데, 특검한 사례가 없었나. 국정농단 특검의 수사팀장이 윤 대통령이었다. 왜 하루도 안 가서 반박 가능한 주장을 하는지 모르겠다.” -연금개혁에 대한 입장은. “젊은 세대에 부담 전가하는 방식은 절대 안 된다. 현재 논의되는 계수 조정안은 ‘더 내고 덜 받기’ ‘더 내고 더 받기’ 같은 말장난이다. 근본적인 방식의 변화가 아닌 이상 출산율은 감소 중이기 때문에 결국 다시 계산해야 하고, 국민연금의 신뢰도와 안정성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결국 기존 세대에 부과식으로 적용되는 구연금과 이후 세대에 새롭게 적용하는 적립식 신연금을 구분하는 방향이 옳다고 본다.” -최근 대학 강연에서 윤 대통령에 대해 ‘9수 말고는 이력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항상 하는 이야기다. 윤 대통령의 이력서는 전 국민이 쓸 수 있다. 서울대 법대 졸업, 사법고시 합격, 검사 26년, 그다음이 대통령이다. 문과 학문에서도 사회과학에 해당하는 학과들이 있는데, 윤 대통령은 사회과학마저 접하지 못한 것 같다. 사회과학은 기본적으로 논리적인 가설을 세우고 그걸 검증하는 과정을 기반으로 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대통령의 정치는 항상 ‘조문 해석’의 정치다. 법적인 권리는 무엇이고, 조문에 따르면 어떤 권한이 있고 등 모든 사안을 조문해석의 연장선상에서만 판단한다. 가설, 즉 대안을 세워보려는 사회과학적 접근 자체가 없는 거다. 이런 정치는 정말 처음 봤다.” -대통령이 바뀌어야 할 점을 꼽는다면. “기대하지 않는다. 그래서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총리, 내치를 맡기라 한 거다. YS김영삼 전 대통령도 이회창에게 총리를 맡기면서 차기 대선후보라도 만들어내지 않았나. 이제 윤 대통령도 65세인데 뭘 새로 배워서 하겠나. 사람만이라도 적재적소에 쓰라고 권하고 싶다. 그게 우군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다.” -개혁신당에도 여권의 인사 제안이 온다면. “안 받는다. 적어도 대통령이 쑥대밭을 만들어 놓은 보수진영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지금까지 한 것은 의심병으로 만만한 보수진영 인사를 때려잡은 것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본인의 모순에 의해 무너졌지, 절대 유승민, 김무성 때문에 망한 게 아니다. 그걸 아는 사람이 ‘내부총질’ 같은 단어를 쓰는 거다. 정작 자신을 공격했던 이들에 대해선 겁먹고, ‘윤핵관’이나 초선 연판장 돌려 잡을 수 있는 사람만 잡고 있는 거다.” -윤 대통령과 대화에 나설 생각은 없나.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에 신용거래는 안 한다. ‘바뀌겠다’ 이런 건 안 믿고, 당장 박정훈 대령에 대한 공소 취소를 결정한다면 만나볼 의향은 있다.” -한동훈 전 위원장의 당권 도전 가능성은. “당권에 도전하려면 본인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총선 비대위원장은 당에 생길 수 있는 최고 권한이다. 생사여탈권을 쥐고 군을 지휘하는데 처참하게 패배했는데, 몇 달 만에 다시 그 자리에 복귀하려고 한다면, 근본적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는 양재도서관에서 책 읽은 것밖에 없다. 한 전 위원장에게 ‘난 대단한 사람인데, 대통령이라는 모래주머니를 달고 있어 실패한거다’ 라는 인식이 있고, 그게 맞는다면 지금처럼 해도 된다. 그러나 내가 볼 땐 아니다. 선거 지휘에 있어 절대적인 능력이 부족했다. 그냥 본인이 즐기고 놀았을 뿐이다. 이준석은 모래주머니 안 달고 대선, 지선 이겼나.” 정우진 이강민 기자 uzi@kmib.co.kr [국민일보 관련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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