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편성권은 정부에 있는데…과반 의석 앞세워 헌법 흔드는 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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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25만원’ 특별법 추진 논란
박찬대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가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화하며 웃고 있다. 지난 3일 선출된 박 원내대표는 이날 황 원내대표를 비롯해 녹색정의당 장혜영, 새로운미래 김종민, 개혁신당 양향자, 기본소득당 용혜인 등 야당 원내대표들을 예방했다./연합뉴스 법률은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원칙을 규정해야 한다. 국가가 특정한 대상에 대해 언제, 무엇을, 어떤 식으로 해준다는 내용을 규정한 처분적 법률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 특정한 대상에 대해서만 조치를 취하는 법률은 차별을 발생시켜 국민들의 평등권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인에 대한 모든 형사재판을 중지한다’거나 ‘특정 정당 당원에게 1인당 10만원씩 지급한다’ 같은 내용의 처분적 법률이 허용되지 않는 까닭이다. 처분적 법률은 ‘전두환 은닉 재산 추징법’ 등 공익을 위해 불가피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만 예외적으로 인정된다. 그래픽=양진경 민주당이 추진하려는 특별조치법은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문재인 정부가 긴급 재난 지원금을 국민에게 지급할 때는, 정부가 먼저 소득 하위 70% 가구에 1인당 25만~40만원을 지급한다는 계획을 세워 7조6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국회가 이를 의결했다. 당시 정부·여당이 이런 절차를 거친 것은, 예산편성권이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심사해 삭감할 수는 있어도, 정부 동의 없이 새로운 예산 항목을 만들어내거나 예산 금액을 늘릴 수 없다. 민주당의 이번 특별조치법 추진을 두고 “야당이 정부 권한까지 행사하겠다는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 때 민생 지원금 지급을 공약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그러자 민주당이 특별조치법을 통해 정부의 헌법상 권한을 무력화하고 민생 지원금 지급을 강제하려 한다는 것이다. 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는 “정부 예산이 대규모로 들어가는 조치를 입법부가 법률로 강제하려는 것은 입법부가 행정부보다 상위의 국가 권력이 돼 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입법권으로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처분적 법률이 무조건 위헌은 아니지만, 정부의 핵심적 정책을 침해하면 삼권분립에 어긋난다고 볼 소지가 있다”고 했다. 한 정치학자는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고 국회가 이를 심의한다는 기본 원칙을 근본적으로 허무는 것”이라며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권한을 없애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고문현 숭실대 교수는 “처분적 법률은 일반적 법률로 구제하지 못한 특정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라며 “포퓰리즘 정책을 위해 처분적 법률을 만드는 것은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처분적 법률 정부나 법원의 행정·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동적으로 국민에게 권리나 의무를 발생시키는 법률. 형법·민법·상법 등 일반적 법률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원칙을 규정하는 것과 달리, 처분적 법률은 특정한 대상에 대해 구체적이거나 개별적인 조치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처분적 법률은 원칙적으로는 인정되지 않고, 불가피한 공익적 이유가 있을 때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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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김경필 기자 pil@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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