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반대에도, 박정희 조례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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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청객 항의하자 전원 퇴장시키기도... 시민단체 "시의회 존립 근거 무너뜨린 날"
[조정훈 backmin15@hanmail.net]
홍준표 대구시장이 일방적으로 추진해 비판을 받은 박정희 전 대통령 지원 조례안과 동상 건립을 위한 예산 14억5000만 원이 포함된 추가경정예산안이 2일 오전 대구시의회를 통과했다. 대구시의회는 이날 제308차 임시회 제3차 본회의를 열어 박정희 지원 조례안을 찬성 30표, 반대 1표, 기권 1표로 통과시켰다. 조례안 통과에 앞서 방청석에 있던 방청객들은 부결을 촉구하며 강하게 항의했다. 임인환 기획행정위원장의 심사보고가 끝나자 방청석에서는 의원석을 향해 거센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방청객은 방청석을 뛰어넘어 의원석으로 들어가 항의하다 청경들에게 끌려나갔고 일부 방청객들도 조례안을 부결시키라며 고함을 치다가 끌려나갔다. 결국 이만규 의장은 "지방자치법 제 97조에 따라 방청객의 퇴장을 명한다"며 방청객들을 모두 본회의장 밖으로 퇴장시킨 후 조례안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었다. 육정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토론에 나서 "대구시의 재정난에도 박정희 동상을 세우는 데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맞지 않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논란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는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에서조차도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며 "일방적으로 추진한 동상 건립에 시민 혈세를 쓸 만큼 가치가 있느냐, 민간위원회를 만들어 다시 추진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육정미 의원은 홍준표 시장을 향해 "박정희 전 대통령과 대구시민을 희생양 삼아서 결국 시장께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냐"며 "이런 식으로 강행했다가 박정희 동상은 훗날 홍 시장의 독선의 상징물로 기억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후 진행된 투표에서 육정미 의원 한 명만 반대하고 이성오 의원은 기권으로 처리되면서 30명이 찬성해 조례안은 통과됐다. 조례안이 통과된 후 이성오 의원은 찬성을 눌렀는데 기권으로 표시됐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결국 육정미 의원 1명만 반대한 것이다.
인혁당재건위 사건 피해 유족 등 규탄 기자회견 조례안이 통과된 시각 대구시의회 앞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 사법살인을 당했던 인혁당재건위 사건 피해 유가족들이 주축이 된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와 대구시의회를 규탄했다. 이들은 "인혁당재건위 사건 관련자로 몰린 아버지의 감금과 죽음으로 빨갱이의 자식이라는 누명과 손가락질을 받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면서 "지금도 그 시절의 악몽과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스럽게도 대법원의 재심 판결로 박정희 정권의 무도한 고문 수사로 조작된 간첩단 사건임이 밝혀졌다"며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동상을 건립한다니 웬 마른 하늘에 청천벽력이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49년 전 서대문 형무소 앞 가족들의 비통한 절규가 아직도 눈앞에 생생한데 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사태는 대체 무엇이냐"며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고 말문이 막히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길 없어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했다. 방청석에 있다가 끌려나온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현수막을 펼치고 우리의 주장을 말하고자 했지만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하고 끌려나왔다"며 "지방자치의 역사에서 오늘은 대구시장과 대구시의회가 존립 근거를 스스로 무너뜨린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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