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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켜주는 미사일?…1기당 163억, 비싸고 말 많은 SM-3 [이철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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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34회 작성일 24-05-0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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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무기를 드디어 도입하기로 확정됐다. 해상 탄도미사일 요격 미사일인 SM-3 도입 사업 얘기다. SM-3는 말 그대로 해군 이지스 구축함에 발사해 적 탄도미사일을 격추하는 무기다. 대한민국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못잖게 찬성과 반대가 엇갈리는 무기로 꼽힌다. 사드 체계는 주한미군이 운용하니, 한국 보유 예정의 무기론 SM-3가 논란의 중심에 있는 셈이다.

2020년 11월 16일 하와이 동북쪽 바다에서 미국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존 핀함DDG 113이 SM-3 블록 ⅡA를 발사해 모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를 요격하는 시험에 성공했다. MDA

2020년 11월 16일 하와이 동북쪽 바다에서 미국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존 핀함DDG 113이 SM-3 블록 ⅡA를 발사해 모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를 요격하는 시험에 성공했다. MDA


발단은 지난 4월 26일 제161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서 이지스함KDX-Ⅲ Batch-Ⅱ에 탑재할 ‘해상탄도탄요격유도탄’을 국외구매FMS로 확보하는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심의ㆍ의결하면서다. 사업기간은 2025~2030년까지며, 총 사업비는 약 8039억원이다.


쉽게 풀자면 이렇다. KDX-Ⅲ Batch-Ⅱ는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중 2022년 7월 28일 진수한 정조대왕함DDG 995과 후속함 등 3척을 뜻한다. FMS는 미국이 동맹국과 우방국에 무기를 판매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미국의 해당 탄도미사일 요격 미사일은 SM-3와 SM-6가 있는데, SM-6는 2023년 3월 13일 제150회 방추위에서 ‘장거리함대공유도탄SM-6급 사업’ 구매를 결정했으니 남는 건 SM-3밖에 없다.

사업추진기본전략이 도중 바뀌거나 고꾸라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해상탄도탄요격유도탄’은 그럴 가능성이 적다는 게 군 안팎의 예상이다.

방사청은 ‘해상탄도탄요격유도탄 추가 답변내용’을 국방부 기자단에 뿌리면서 여러 군데서 나올 의문점에 대해 선제적으로 답변했다. 그만큼 민감하다는 의미다. 왜 이럴까.


북한의 미사일 고각발사가 부른 SM-3

SM-3의 정식 고유명칭은 RIM-161 스탠다드 미사일Standard Missile 3. 2014년 처음 실전배치됐다.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해안에 있던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2척이 SM-3 4~7발을 발사해 이란이 이스라엘에 쏜 탄도미사일이 대기권에 재진입하기도 전에 요격했다.

2016년 9월 5일 북한은 황해도 황주에서 노동미사일 3발을 쐈다. 조선중앙TV 캡처

2016년 9월 5일 북한은 황해도 황주에서 노동미사일 3발을 쐈다. 조선중앙TV 캡처


SM-3는 미국의 해상 미사일 방어 체계 중 최강이다. 사거리와 요격 고도가 우주 공간까지 뻗어 나간다. 블록 ⅠB의 경우 최대 사거리 700㎞와 최고 요격 고도 400㎞다. 블록 ⅡA의 경우 최대 사거리와 최고 요격 고도는 각각 2500㎞와 1500㎞다. 그래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제한적으로 요격할 수 있으며, 인공위성을 파괴할 수도 있다고 한다. 작전영역도 매우 넓다.

SM-3의 도입 필요성은 2013년 처음 제기됐다. 당시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할 경우 이를 요격할 수단이 없다는 점이 지적됐다. 탄도미사일은 정상 각도30~45도로 쏴야지 가장 멀리 날아간다. 그러나 이보다 높은 고각으로 쏜다면 미사일의 고도가 높아지고 비행거리가 줄어든다. 대신 낙하 속도를 높여 운동 에너지를 키울 수 있다.

처음엔 북한이 고각발사를 할 것이라 꿈도 안 꿨다. 그러나 2014년 3월 26일 북한은 준중거리탄도미사일MBRM인 노동미사일 2발을 고각발사했다. 노동미사일은 1300㎞를 날아가는데, 당시 사거리는 650㎞였다.
북한은 당시 핵탄두를 소형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유사시 탑재량이 넉넉한 노동미사일을 핵투발 수단으로 쏠 수 있다.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패트리엇 미사일은 고각발사한 노동미사일을 요격하기가 어려웠다.

이때문에 SM-3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2017년 정식으로 소요가 결정됐다. 익명을 요구하는 정부 관계자는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송영무 전 장관이 해군 출신이었다. 그가 ‘SM-3를 갖추면 주한미군의 사드체례를 철수해도 된다’고 주장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SM-3 사업은 2020년 방추위 안건에 오르지 못하고, ‘장기검토’로 돌려졌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2019년 다양한 단거리탄도미사일과 여기에 달 수 있는 전술 핵탄두도 개발하기 시작했다. SM-3가 비싼 데 비해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연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변수는 중국이다. 중국은 관영 언론을 동원하며 SM-3를 ‘해상 사드’라고 비난했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사드 체계 배치 이후 나빠진 한ㆍ중 관계를 개선하려고 많은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으며,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SM-3 사업을 일단 접는 것도 그 같은 노력 중 하나였다.

SM-3 진화적 개발 과정. 블록 ⅡA는 일본과 공동으로 개발했고, 블록 ⅡB는 개발이 취소된 상태다. MDA

SM-3 진화적 개발 과정. 블록 ⅡA는 일본과 공동으로 개발했고, 블록 ⅡB는 개발이 취소된 상태다. MDA


방추위의 사업추진기본전략 의결 후 SM-3 논란은 또 불거졌다. 이들 논란은 크게 세 갈래였다. ①SM-3는 일본 미사일이다 ②작전 효율성이 떨어진다 ③미국의 MD미사일 방어에 편입된다는 것이다.


미·일 공동 생산 블록 ⅡA는 도입 안 해

SM-3는 블록 ⅠB와 블록 ⅡA 두 종류가 있다. 블록 ⅠA는 단종됐고, 블록 ⅡB는 2013년 개발이 취소됐다. SM-3는 미국의 방위산업체인 RTX가 생산하는데, 블록 ⅡA는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도 만든다. 1999년 미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미사일 방어 체제를 개발하기로 한 합의의 결과다. 앞서 1998년 8월 31일 북한은 대포동1호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 미사일이 일본 열도 위로 넘어간 게 계기였다. 블록 ⅡA 연구는 2006년 착수됐고, 2018년부터 실전배치됐다.

SM-3 블록 ⅡA 개발 과정에서 미국과 일본의 협력. Quora

SM-3 블록 ⅡA 개발 과정에서 미국과 일본의 협력. Quora


일각에선 블록 ⅠB 생산라인이 폐쇄됐으니, 웃돈을 줘 생산라인을 복구하거나 블록 ⅡB를 사 오는 방법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블록 ⅡB는 일본의 기술과 부품이 들어갔기 때문에 한국이 사용하기가 꺼려지며, 일본도 한국 수출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란 논리다.

하지만 이는 틀렸다. 블록 ⅠB는 아직도 생산 중이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미국 미사일방어청MDA은 2024 회계연도부터 2028 회계연도까지 ⅠB를 각각 27기, 24기, 43기, 43기, 43기의 실전배치를 지난해 요구했다. 블록 ⅡB가 비싸니 블록 ⅠB를 더 많이 들여오는 것이다. 또 블록 ⅠB는 이지스 구축함뿐만 아니라 미국의 하와이, 유럽의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배치한 지상형 이지스 체계인 이지스 어쇼어에도 들어간다.

그리고 한반도를 방어하는 데는 블록 ⅠB로 충분하다. 아니 충분하고도 남는다.


“북한의 사드 체계 무력화 대응하는 데 유리”

MDA의 예산요구안을 분석하면 블록 ⅠB는 1기당 가격이 1200만약 163억원~1500만 달러약 205억 수준이다. 한국이 이 값으로 사 온다는 얘긴 아니지만, SM-3는 상당히 고가다. 그런데 SM-3는 최소 고도 80㎞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다.

2024 회계연도 미국 미사일 방어청MDA 요구안. CRS

2024 회계연도 미국 미사일 방어청MDA 요구안. CRS


반면 북한이 유사시 한국을 타격할 ‘북한판 이스칸데르’ 화성-11가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ATACMS’ 화성-11나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삼총사는 고도 60㎞를 넘지 못한다. 북한이 최근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순항미사일인 화살과 불화살은 낮은 고도로 날아간다. 북한은 이들 미사일에 전술 핵탄두인 화산-31을 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SM-3의 소요를 처음 제기했던 2013년만 하더라도 북한이 한국을 핵공격하려면 전략 핵탄두를 단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고각을 쏴야만 했다. 하지만 2024년 현재 북한은 핵 옵션이 다양하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고각발사를 감행하더라도 사거리 때문에 수도권이 아닌 남부지방에 떨어질 수 있다”며 “주한미군의 사드 체계나 군 당국이 곧 배치할 장거리 방공 체계L-SAM로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7년 국방부의 ‘KAMD 보강을 위한 해상 탄도탄 요격 유도탄의 효용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북한은 고각발사로 사드 체계를 무력화하려고 하는데, SM-3가 고각발사를 방어하는 데 가장 유리하다. 또 정상각으로 발사한 거의 모든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상승 단계부터 요격이 가능하다.

또 다른 군 소식통은 “북한은 SRBM 삼총사, 순항미사일을 고각발사와 함께 동시다발 ‘섞어쏘기’를 계획하고 있을 것”이라며 “SM-3는 이때 긴요한 무기”라고 말했다.


한국에 필요하면 미국 위해 발사할 수도

진보 진영에선 한국의 SM-3는 한국이 아니라 일본 본토 또는 오키나와ㆍ괌ㆍ하와이의 미군 기지, 미국 본토로 날아가는 미사일을 방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중국의 탄도미사일도 막을 수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로켓군 배치도. 한반도와 일본을 노리는 미사일은 북부전구에 배치됐다. 미국 본토 등 다른 지역을 공격할 미사일은 한반도에서 꽤 떨어진 곳에 있다. @PeterWood_PDW

중국 인민해방군 로켓군 배치도. 한반도와 일본을 노리는 미사일은 북부전구에 배치됐다. 미국 본토 등 다른 지역을 공격할 미사일은 한반도에서 꽤 떨어진 곳에 있다. @PeterWood_PDW


앞서 지난해 8월 한ㆍ미ㆍ일 정상은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증강된 탄도미사일 방어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국은 SM-3로 이를 실행하려 한다는 해석이다. 더 나아가 미국의 자국의 MD에 한국과 일본을 끌어들인다는 구도다. 한마디로 한국과 일본이 미국을 지켜주는 셈이다.

이를 위해 한ㆍ미ㆍ일은 연합 미사일 방어 훈련을 열며, 지난해 12월 미사일 경보ㆍ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체계도 가동했다. 이에 대해 방사청은 SM-3가 “북한 미사일을 한반도 상공 중간단계에서 요격한다”고 해명했지만, 충분치 않다는 분위기다.

일단. 한국의 SM-3는 발사 권한이 한국 대통령에게 있다. 미국 대통령이 발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한국 대통령이 유사시 한반도로 보내질 병력과 무기가 모여 있는 해외 미군 기지를 지켜야 한다고 판단하면 미국을 위해 쏠 수 있을 것이다. 이게 한국에 이익을 가져온다면 말이다. 군 소식통은 “한국의 SM-3를 미국의 MD에 편입하려면 해군 이지스 구축함이 합동교전능력CEC을 갖춰야 하는데, 아직 도입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SM-3가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격추할 순 없다. 중국이 미국에 ICBM을 쏘면 북극을 거쳐 미 본토로 간다. SM-3가 사거리가 길더라도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한국 영해에서 요격할 수 없다. 오키나와ㆍ괌ㆍ하와이로 날아가는 탄도미사일을 격추하려면 해군 이지스 구축함이 제주도에서 한참 남쪽으로 내려가 동중국해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또 다른 소식통은 “미국은 괌에도 이지스 어쇼어를 추가로 배치하고 있으며, 인도ㆍ태평양에 탄도미사일방어BMD 체계를 탑재한 이지스 구축함을 늘리고 있다”며 “일본은 해상자위대의 이지스 구축함 8척 모두 SM-3를 구비하며, 이지스 어쇼어의 해상형인 이지스 탑재 호위함도 계획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 모두 한국이 도와주면 마다하지는 않겠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면서 “직접 요격보다는 상승 단계의 북한 탄도미사일 정보를 한국에 더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1기당 최소 163억 값어치 미리 설명했을까

SM-3는 이처럼 말 많은 무기다. 말 많은 무기가 탈 많은 무기로 바뀌지 않으려면 미리 꼼꼼하게 따져보고 단단히 준비해야만 했다.

SM-3로 무장할 예정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DDG 995. 방위사업청

SM-3로 무장할 예정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DDG 995. 방위사업청


중국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지만,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것도 금물이다. 중국에 외교적으로 SM-3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게 좋다. 그렇다고 중국이 수긍하기를 바랄 수는 없겠지만, 한국은 명분은 챙길 수 있다.

그리고 SM-3는 정말 비싸다. 사전에 SM-3가 왜 필요한지, 값어치 하는지 국민과 여론, 국회에 납득시켜야 한다. 그러나 정부와 군 당국이 그랬을까.

이철재 국방선임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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