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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국회 순조롭게 열릴까…법사위원장 쟁탈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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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43회 작성일 24-05-05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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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월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우리나라 국회의원 임기는 4년입니다. 4·10 총선으로 선출된 22대 국회의원 임기는 5월30일에 시작됩니다. 국회의원 임기는 왜 5월30일에 시작될까요?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뤄진 9차 개헌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대통령 직선제였습니다. 몇가지 중요한 경과 규정을 부칙에 두었습니다. 우선 개정 헌법 시행일과 개정 헌법에 의해 선출되는 대통령의 임기 시작일을 1988년 2월25일로 맞췄습니다. 1981년 2월25일 7년 단임으로 선출되어 곧바로 임기를 시작한 전두환 대통령의 임기가 1988년 2월24일에 끝날 예정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개정 헌법에 의해 선출되는 국회의원 임기는 선거 이후 최초의 집회일에 시작되도록 했습니다. 1988년 4월26일에 13대 총선을 치렀습니다. 1988년 5월30일 13대 국회 첫번째 본회의가 열렸습니다. 오전에 김재순 국회의장과 노승환·김재광 부의장을 선출하고 오후에 개회식을 했습니다. 이때부터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임기는 4년마다 5월30일에 시작됩니다. 국회의원 4년 임기는 헌법 규정입니다. 따라서 개헌 등으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국회의원 임기는 앞으로도 계속 5월30일에 시작될 것입니다.

참고로 12대 국회의원 임기는 1987년 개정 헌법 부칙에 의해 1988년 5월29일로 끝났습니다. 12대 국회의원은 1985년 2월12일 총선으로 선출돼 4월11일 임기가 시작됐습니다. 1987년 개헌으로 임기가 1년 정도 줄어든 것입니다.

법사위원장 배분, 그때그때 달라

국회의장과 부의장의 임기는 2년입니다. 1948년 제정된 국회법은 의장과 부의장 임기를 국회의원 임기와 같도록 정했지만, 1951년 개정 국회법에서 2년으로 줄였습니다. 상임위원과 상임위원장 임기는 처음에는 국회의원 임기와 같았지만, 2대 국회 임기 중인 1953년에 1년으로 줄었습니다. 1963년 6대 국회에서 상임위원회 중심 체제를 채택하면서 2년으로 늘었습니다. 그 뒤 2년마다 국회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을 선출해 전반기와 후반기 국회를 구성하는 규칙이 정착됐습니다.

국회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은 어떤 사람들이 했을까요? 제헌 국회부터 자유당이 창당되기 전인 2대 국회 중반까지는 자유 경선으로 선출했습니다. 무소속이 과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뒤 이승만 대통령의 자유당 독재와 박정희 대통령의 민주공화당 독재 때는 여당이 독식했습니다. 국회 부의장 1명만 야당 몫으로 줬습니다. 상임위원장을 야당도 맡기 시작한 것은 1988년 13대 여소야대 국회부터입니다. 16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민주정의당 7, 평화민주당 4, 통일민주당 3, 신민주공화당 2로 배분했습니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여대야소가 된 뒤 민주자유당은 다시 여당 독식을 시도했으나, 평화민주당의 강한 반발로 13 대 4로 배분했습니다.

1998년 15대 국회 후반기는 정권교체로 처음 여야가 바뀐 국회였습니다. 국회의장 자리를 놓고 국민회의-자민련 ‘공동여당’과 한나라당 ‘제1당’의 표 대결이 벌어졌습니다. 자민련의 박준규 의원이 3차 투표 끝에 당선됐습니다. 2000년 16대 전반기에도 같은 논리로 국회의장 표 대결이 벌어졌습니다. 새천년민주당 이만섭 의원이 당선됐습니다.

2002년 16대 후반기에는 ‘자유 경선’으로 한나라당 박관용 의원이 국회의장에 선출됐습니다. 야당 의원이 입법부 수장으로 선출된 첫 사례였습니다. 그 뒤 국회의장은 원내 1당 출신이 맡는 관행이 정착됐습니다.

17대: 김원기 임채정

18대: 김형오 박희태

19대: 강창희 정의화

20대: 정세균 문희상

21대: 박병석 김진표

상임위원장 가운데 가장 치열한 자리는 법제사법위원장입니다. 13대 이후 여당 몫이었지만, 정권교체 직후 15대 후반기에는 ‘원내 다수’라는 논리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차지했습니다. 열린우리당이 과반이었던 17대 국회에서는 한나라당이 ‘다수의 횡포를 막기 위한 최소 장치’를 명분으로 법사위원장을 차지했습니다.

그 이후 법사위원장은 ‘국회의장 출신 정당과 반대쪽 정당’이 맡는 관행이 정착됐습니다. 이에 따라 18대에 유선호·우윤근 의원, 19대에 박영선·이상민 의원, 20대에 권성동·여상규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했습니다.

문제가 생긴 것은 2020년 21대 전반기 국회였습니다. 민주당이 180석 압승을 하면서 국회의장은 물론이고 법사위원장까지 가져오려고 했습니다. 야당이 강하게 반발해 원 구성 협상이 결렬됐습니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장을 ‘독식’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부의장 자리를 비우고 강하게 저항했습니다. 1년 뒤 2021년 7월23일에야 원 구성에 대한 여야 합의가 겨우 이뤄졌습니다. 최대 쟁점이었던 법사위원장은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민주당이, 후반기에는 국민의힘이 맡기로 했습니다. 상임위원장도 11 대 7로 나눴습니다. 민주당이 뒤늦게 법사위원장 자리를 양보한 이유는 상임위원장 독식에 대한 비판 여론이 워낙 높았기 때문입니다. 2021년 4·7 재보궐선거의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패배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재명 “소국회·법맥경화 없도록”

그런데 4년 만에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똑같은 장면이 다시 벌어지고 있습니다. 22대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은 물론이고 여당이 맡아왔던 운영위원장까지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5월3일 민주당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박찬대 의원은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확보해서 국회 운영을 책임 있게 주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대표도 4월29일 최고위원회 머리발언에서 민생 필수 법안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법사위의 자구 심사 권한을 악용한 법맥경화, 이 문제가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구 심사를 한다는 이유로 법안을 사실상 ‘게이트키핑’ 하면서 소국회처럼 행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법맥경화가 더 이상 문제 되지 않도록 제도적, 정치적 해법을 모색하겠다.”

민주당 지도부의 이처럼 강경한 태도가 앞으로 벌어질 원 구성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협상용’인지, 실제로 법사위원장을 차지하려고 밀어붙이는 ‘관철용’인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원 구성 협상을 할 즈음의 여야 관계와 여론의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회 안팎의 분위기는 4년 전과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4·10 총선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던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입니다. 국회의장은 의원들이 본회의에서 선출합니다. 국회의원이 유권자입니다. 민주당 의원 당선자들이 국회의장 후보자를 뽑으면, 22대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그 사람을 국회의장으로 선출할 것입니다. 그게 관행입니다. 지금까지 국회의장 도전 의사를 밝힌 의원 및 당선자는 6선의 조정식·추미애, 5선의 박지원·우원식·정성호 등 모두 5명입니다. 예전 같으면 이들은 지금쯤 민주당 의원 당선자들을 상대로 열심히 득표 활동을 벌일 것입니다. 그런데 의원 당선자들 못지않게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을 신경쓰는 분위기입니다. 왜 그럴까요?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의 영향을 받는 의원이나 당선자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입니다. 31명의 당선자를 배출한 친이재명계 원외 모임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4월29일 총선 평가 간담회를 했습니다. 이 자리에 조정식·추미애·우원식·정성호 네 사람이 참석해 자신이 국회의장을 맡아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국회의장 후보자들이 이런 분위기라면 박찬대 원내대표의 법사위원장·운영위원장 확보 발언도 ‘협상용’이 아니라 ‘관철용’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은 박찬대 원내대표에게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 확보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박찬대 원내대표가 이를 거역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월21일 국회에서 원내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사위 개혁 이번엔?

문제는 국민의힘입니다. 5월9일 누가 원내대표로 선출될지 알 수 없지만,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 자리를 순순히 내줄 리 없습니다. 따라서 4년 전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벌어졌던 원 구성 협상 결렬 및 국회 공전 사태가 이번에도 재연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아니, 단순히 재연되는 것이 아니라 4년 전보다 훨씬 더 심각한 사태가 장기화할 수도 있습니다. 여야 모두 양보할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큰일입니다. 국회가 마비되면 국정이 멈추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옵니다. 국회 파행을 막을 묘수가 없을까요?

김진표 국회의장이 총선 직후인 4월15일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제위원회를 분리해 체계·자구 심사를 전담하도록 하자는 제안입니다. 지금까지 법사위가 체계·자구 심사를 명분으로 법률안을 ‘붙잡고’ 있던 폐해를 없애는 것이 목적입니다. 과거 여야가 원 구성 협상 때마다 여러차례 약속했던 내용을 김진표 의장이 21대 국회 막바지에 국회법 개정안으로 발의한 것입니다. 저는 김진표 의장의 이러한 제안이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법사위원장 확보 쟁탈전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와 5월9일 새로 선출되는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가장 큰 임무는 22대 국회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하는 일입니다. 두 사람이 첫번째 작품으로 김진표 의장의 국회법 개정안을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22대 전반기 원 구성 협상을 원만하게 타결하면 참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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