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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출금 이해하기 어렵다? 하던 대로 하겠다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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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36회 작성일 24-05-1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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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2주년 기자회견서 모순된 ‘시그널’ … 김건희·채 상병 특검 기존 입장 되풀이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5월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1년9개월 만이었다. 정치권 원로와 전문가들은 언론에 앞다퉈 나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총선 결과는 정권 입장에선 회초리다. 매를 맞고도 변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정권에 더 큰 시련을 줄 수 있다. ‘마지막 기회’라는 건 그런 의미다. 그런 중요한 의미가 담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의 결론을 한마디로 하자면? ‘어쨌든 나는 하던 대로 하겠다’ 아닐까 싶다.





‘김건희 특검’에 또 전 정권 탓




누가 뭐래도 대통령 태도 변화의 기준으로 볼 만한 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과 채 상병 사건 특검법에 대한 메시지다. 이 두 주제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기존 입장을 뒤집고 파격적인 메시지를 내놨다면 확실한 변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을 거다. 그러나 대통령의 말은 하던 얘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방어 논리에 발전이 없다는 점이 더 놀랍다.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대통령은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드리고 있다”고 했는데, “연초에 케이비에스KBS 대담에서도 말씀드렸지만”이란 대목이 앞에 있다. 즉, “박절하게 대하기 참 어렵다”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게 문제라면 문제고 아쉽다”고 한 게 여전히 유효함을 재확인한 것이다.



‘김건희 특검’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 역시 기존 입장의 되풀이다. 대통령은 특검은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가 의심될 때 하는 것인데 전 정권에서 특수부까지 동원해 치열하게 수사하지 않았느냐며 “정치 공세”라고 했다. 익히 들어온 ‘전 정권 탈탈’전 정권이 탈탈 털었다론이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는 전 정권 당시, 아무리 자신을 ‘식물’에 비유했다 해도 검찰총장의 배우자였다. 게다가 전 정권이 ‘탈탈’ 턴 게 맞는다 하더라도 이 정권에선 검찰이 왜 사건을 종결하지 않고 쥐고만 있는지 설명이 안 된다. 관계자 재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해명한 바와 상충되는 사실관계가 드러났다. 이 정권의 검찰이 성실히 사건을 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채 상병 사건 특검법에 대한 메시지는 이보다 적극적이었다. 대통령은 “안타깝고 참 가슴 아픈 일”이라면서도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먼저 지켜보자고 했다. “국민들이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이 안 된다 하면 그때는 제가 특검 하자고 먼저 주장을 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의 이런 언급이 의미가 있으려면 경찰과 공수처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전적으로 협조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은 이종섭 전 오스트레일리아 대사 임명과 관련해선 “소환하지 않는 사람을 출국 금지하는 경우는 잘 없다” “출국금지를 두 번 연장하면서도 소환하지 않았다는 것은, 나도 오랜 기간 수사 업무를 해왔지만,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고발됐다는 사실만으로 대사 인사를 포기할 수는 없었고 출국 금지된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놓으면서 한 말이다.





공수처 수사 “이해하기 어렵다”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2024년 3월14일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종섭 전 대사의 출국금지 사실이 문화방송MBC을 통해 보도된 것에 대해 와이티엔YTN에 “공언유착”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공수처의 출국금지 조처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건, 출국금지 배경에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는 얘기 아닌가? 그렇다면 3월 보도에 드러난 관계자의 인식은 대통령으로부터 오지 않았나 의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거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이런 인식을 갖는 것, 그리고 그것을 공공연하게 표현하는 것은 공수처 수사에 어떤 영향을 주겠는가? 공수처장 후보자 지명이 끝도 없이 미뤄지다 이른바 ‘영수회담’ 직전에야 이뤄졌음은 어떤 의미인가?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에 ‘전 정권 탈탈’을 얘기하고 채 상병 사건에 대해선 “수사를 지켜보자”고 하면서 정작 공수처의 출국금지 조처에 대해선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는 것은 이 사건의 처리 방향을 가리키는 명백한 ‘시그널’이다. 여당과 수사기관은 이 명백한 신호를 틀림없이 수신했을 거다.



최근 여당을 중심으로 한 여의도 정치는 ‘특검 정국’을 빼고는 해석하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특검 시리즈’ 중 가장 수용도가 높은 게 채 상병 사건 특검이다. 여당 내 인사들도 직간접적 찬성 입장을 밝히는 경우가 종종 있고, 김웅 의원의 경우는 여당이 퇴장하는 가운데 굳이 본회의장에 남아 특검법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졌다. 사건 특성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찐윤’이라는 이철규 의원이 원내대표 선거에 나서려던 것도 채 상병 사건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이탈표 단속’ 등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는 점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예고한 대로 거부권을 행사하면 제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의 재표결이 유력한데, 17명이 이탈하면 거부권을 무력화하는데다 불출마·낙선·낙천 등의 이유로 회의 출석 의지가 다소 떨어지는 의원이 50여 명이나 된다는 것도 여당으로선 불안 요소다. 누군가 의지를 갖고 용산과의 가교를 자처하면서 독려하지 않으면 용산의 구상이 관철되지 않을 텐데, 대통령의 인기가 땅에 떨어진 걸 모르는 사람이 없는 지금, ‘찐윤 원내대표’ 말고 누가 그 역할을 할 수 있겠냐는 논리다.





한동훈·오세훈 등 다른 리더십 ‘꿈틀’




당내 반발로 ‘이철규 원내대표’ 카드는 무위로 돌아갔다. 용산이 원하는 바를 여당이 거부하는 것은 처음 한 번은 어렵지만 두 번, 세 번 거듭되면 쉬워진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관계에 대해 “20년 넘도록 교분을 맺어왔다” “언제든지 식사도 하고 만나겠다”고 했지만, 당 일각에선 한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 출마라도 해야 여당과 용산의 수직적 관계가 해소된다고 보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들이받아줬으면’ 하는 기류가 있는 거다. 여기에 오세훈 서울시장 등 차기 대권을 꿈꾸는 일부 인사는 ‘따뜻한 보수’를 말하기 시작했다. 고집불통의 강경 일변도 이미지인 윤석열 대통령과는 다른 리더십을 슬슬 보여주겠다는 심산일 것이다.



총선 패배로 집권 세력 내 분열은 이미 시작됐다. 그러나 대통령의 힘은 잔여 임기에서 나온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면 분열은 봉합될 수 있었을 것이다. 채 상병의 억울함도 더 쉽게 해소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대통령은 변하지 않는, 모두가 불행해지는 길을 선택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김민하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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