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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환자단체 "정부, 숫자에 매몰…의료계의 증원 비판은 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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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33회 작성일 24-06-25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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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개혁, 이제부터가 중요] [2] 환자들, 정부에 사태 해결 촉구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방로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박상훈 기자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방로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박상훈 기자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4일 “정부가 갑작스레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2000명이라는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정부의 증원 근거에 대한 의료계의 비판과, 증원 결과로 인한 의대 현장의 우려는 일면 타당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환자 단체는 의사들의 집단 휴진을 비판해 왔지만, 지난 21일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무기한 집단 휴진 중단을 발표하는 등 의사들이 한발 물러서자 이제는 정부를 향해 사태 해결에 나서라고 공개 촉구한 것이다. 환자단체연합회에는 백혈병환우회, 선천성심장병환우회 등 9개 환자 단체가 속해 있다.

안기종54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에서 ‘수급 추계 전문위원회’를 구성하기로 논의한 것에 환영의 뜻을 표한다”고도 했다. 내년도 이후 정원을 재논의하자는 범의료계 주장에 찬성한 것이다. 앞서 정부는 의료계를 포함한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적정 의사 수를 따져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안 대표는 2008년 갑상샘암 수술을 받고 현재까지 추적 관찰 중이다. 그의 아내도 2001년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아래는 안 대표와 일문일답.


-‘의대 증원 강행’ ‘숫자에 매몰’ 등의 표현으로 처음으로 정부를 비판했다.

“정부가 매년 증원 2000명이라는 숫자에 집착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원점 재검토하자는 주장이 계속 나온다.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다. 그 사이 환자들은 4개월 넘게 피해를 봤다. 환자 피해를 멈추려면 과학적 연구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2026학년도 정원부터 재논의해야 한다. 의료계는 2025학년도 정원을 계속 붙들고 있지만 사실상 조정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내년 이후 의대 정원이 줄어도 되나.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기존 입장은 변함 없다. 환자 단체도 협의 과정에서 목소리를 낼 것이다. 다만 사회적 합의를 마쳤다면 우리가 괜찮은지는 무관할 것이다. 환자들은 이번 의료 공백 기간에 의대 정원을 결정하는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현 사태 핵심은 전공의를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수급 추계 위원회 설치는 전공의 7대 요구안에도 포함돼 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본지 인터뷰에서 “의대 증원과 관련해서 의료계 의견을 반영했다면 현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의사 증원 과정에서의 정부 태도를 비판했다. 안 대표는 “정부는 보건·의료 정책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을 때 합의 없이 졸속으로 발표해 왔다”고도 했다.

-의대 증원 과정에서 의정이 충돌했다.

“정부가 환자 관련 정책을 추진할 때도 환자 의견은 무시하고 결정한 게 많았다. 의료사고 처리 특례법 논의 과정에서도 사고 입증을 누가 책임질 것인지 문제를 둘러싸고 의료계와 환자 단체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데 정부가 갑자기 특례법 초안을 발표했다. 의대 2000명 증원도 반대 의견을 뒤로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의료계는 의대 증원 부작용도 우려한다.

“의사뿐 아니라 국민도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 사회적 논의가 부족한 상태에서 2000명을 증원하더니, 이어 ‘강의실 확충하고 교수도 충원하겠다’는 단순한 발표를 했다. 정원이 2000명이나 늘어나는데 시설과 인력을 늘린다고 교육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의료계 우려를 이해한다.”

-일부 교수가 집단 휴진을 했는데.

“환자들은 의대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을 못 할 것을 예상했다. 의사들은 중증 환자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안다. 사람들이 전공의 집단 사직 후 환자와 의사 간 신뢰가 깨졌다고 하는데 말도 안 된다. 병원에 남아 환자를 봐주는 의대 교수들께 감사드린다. 서울대병원이 무기한 휴진을 당연히 철회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27일부터 집단 휴진 예정인 세브란스병원과 다음 달 4일부터 일주일 휴진이 예정된 서울아산병원도 철회할 것이라고 믿는다.”

-다음 달 4일 집단 휴진 반대 집회를 하나.

“그렇다. 아직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이 집단 휴진을 철회하지 않았다. 철회하더라도 의료 공백 정상화는 아직이다. 집단 휴진 재발 방지법 제정도 촉구해야 한다. 집단 휴진 철회만큼 의료 공백 정상화와 재발 방지법 제정도 중요하다.”

-전공의들은 어떻게 하면 돌아올까.

“정부 정책에 반대해서 사직한 건데 범죄 행위라도 한 것처럼 정부가 경고했다. 전공의들이 받은 상처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정부가 필수·지역 의료를 살리기 위한 진정한 의미의 의료 개혁을 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면 전공의들은 돌아올 것이다. 단순히 증원 숫자에만 집착하면 안 된다. 구체적 방안은 의개특위에서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의료계를 비판하지 않았나.

“이제는 의료계가 의개특위에 꼭 참여했으면 해서 이전과 다른 입장문을 발표했다. 수급 추계 위원회는 진정한 의료 개혁의 첫 단계다. 의개특위는 필수·지역 의료 보상 체계를 논의한다. 안 들어오면 의료계만 불리하다. 의료계가 의개특위에 들어와서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줬으면 좋겠다. 이제는 더 이상 의정 갈등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게 환자를 살리면서 의료계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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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민 기자 at_h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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