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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재임 중 개헌 필요한 까닭…대선 주기 고정 정치 안정 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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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7회 작성일 24-09-0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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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8월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 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9일 윤석열 대통령 국정 브리핑을 보셨습니까? 여러분은 이번 국정 브리핑을 통해 무엇을 알게 됐습니까? 윤 대통령이 임기 내에 추진할 ‘41 개혁’의 큰 틀이 무엇인지 이해하셨습니까? 유익하셨습니까?



저는 국정 브리핑을 보고 윤 대통령이 과연 남은 임기를 제대로 마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치적만 깨알같이 늘어놓았습니다. 고달픈 민생과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태도가 너무 거칠고 오만했습니다. 독재자였던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 같은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제 편견일까요?




윤 대통령이 임기를 무사히 마치면 다음 대선은 2027년 3월3일에 합니다. 하지만 사퇴나 탄핵 등으로 궐위되면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해야 합니다. 후임자는 윤 대통령의 잔여 임기만 채우는 것이 아닙니다. 임기 5년의 새 대통령입니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도 그랬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정권 인수 기간 없이 선거 바로 다음날 취임식을 하고 대통령 직무를 시작했습니다. 윤 대통령 궐위 시에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87년 체제 헌법의 큰 결함





우리나라는 임기 4년의 국회의원 총선거, 임기 4년의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2년마다 엇갈리게 규칙적으로 치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 날짜가 오락가락하면서 정치 불안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2022년 3월9일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3개월도 안 돼서 6월1일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치렀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선거 일정입니다. 우리 헌법이 안고 있는 큰 결함입니다. 반드시 보완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대통령제 원조 국가인 미국은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해 잔여 임기를 채우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임기 중 사망하는 바람에 대통령직을 승계한 부통령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하자 린든 존슨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대통령 선거 주기가 4년으로 고정됩니다. 선거 주기가 고정되면 정치 안정성 확보에 큰 도움이 된다고 봐야 합니다. 솔직히 좀 부럽습니다.



과거 우리 헌법에도 그와 비슷한 장치가 있었습니다. 1948년 제정된 헌법에는 부통령이 있었습니다.



“대통령이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부통령이 그 권한을 대행하고 대통령, 부통령 모다모두의 옛말 사고로 인하여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가 그 권한을 대행한다.”



“대통령과 부통령은 국회에서 무기명 투표로써 각각 선거한다.”



“대통령과 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한다. 단, 재선에 의하여 1차 중임할 수 있다. 부통령은 대통령 재임 중 재임한다.”



“대통령 또는 부통령이 궐위된 때에는 즉시 그 후임자를 선거한다.”



미국과 달리 부통령은 대통령직을 승계할 수 없었습니다. 대통령이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일시적으로 권한을 대행하는 역할이었습니다. 부통령은 탄핵재판소 재판관과 헌법위원회 위원장을 맡도록 했습니다. 헌법에 따라 국회에서 선출된 초대 부통령은 독립운동가 출신 이시영 부통령이었습니다.



1952년 개정 헌법은 대통령과 부통령을 국민이 선거로 뽑도록 했습니다. 부통령은 양원제 참의원 의장을 맡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이승만 대통령은 참의원 선거를 아예 치르지 않았습니다. 독재자 마음대로였습니다.



1954년 개정 헌법에는 “대통령이 궐위된 때에는 부통령이 대통령이 되고 잔임 기간 중 재임한다”는 조항이 들어갔습니다. 부통령이 비로소 미국처럼 대통령직 승계권자가 된 것입니다.



1960년 4·19 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이 무너졌습니다. 그 뒤 2공화국 의원내각제를 거쳐 3공화국에서 다시 대통령제가 채택됐지만, 부통령제는 부활하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3·15 부정선거는 이기붕 부통령을 당선시키기 위한 부정선거였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부통령제는 나쁜 것”으로 각인됐습니다.



1962년 3공화국 헌법은 4년 중임 대통령 직선제였습니다. 3공 헌법은 “대통령이 궐위된 때에는 즉시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했고, “대통령이 궐위된 경우의 후임자는 전임자의 잔임 기간 중 재임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대통령이 궐위된 경우에 잔임 기간이 2년 미만인 때에는 국회에서 선거한다”고 했습니다.



1972년 유신헌법은 임기 6년의 대통령을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뽑도록 했습니다. 대통령 궐위 조항은 이렇게 되어 있었습니다.



“대통령이 궐위된 때에는 통일주체국민회의는 3월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 다만 잔임 기간이 1년 미만인 때에는 후임자를 선거하지 아니한다. 대통령이 궐위된 경우의 후임자는 전임자의 잔임 기간 중 재임한다.”



3공화국 헌법과 유신헌법은 대통령 궐위 시 후임자가 전임자의 잔여 임기만 재임하도록 했던 것입니다. 그 뒤 1980년 5공화국 헌법은 대통령 간선제를 도입하면서 “대통령이 궐위된 때에는 새로이 대통령 선거인단을 구성하여 3월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규정했습니다.





3·15 부정선거의 악영향





대통령 직선제로 바뀐 1987년 6공화국 헌법은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규정했습니다. ‘부통령의 대통령직 승계’나 ‘대통령 궐위 시 후임자의 전임자 잔여 임기 재임’ 제도는 도입하지 않은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현재 우리 헌법은 대통령 궐위 시 대통령 선거 주기가 바뀌는 치명적 결함을 안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당장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지 못할 경우 벌어지는 정치적 혼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10일 국회 본관 중앙홀에서 제19대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좋은 방도가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재임 중에 먼저 개헌을 하고, 새 헌법에 따라 대선을 치르면 됩니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윤석열 대통령 임기를 1년 정도 단축하고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한 뒤 2026년 4~6월에 대통령 선거와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같이 치르는 것입니다.



이때 대통령 선거 4년 주기가 흔들리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통령직 승계권을 가진 부통령제를 신설하거나, 대통령 궐위 시 선출되는 후임자는 전임자의 잔여 임기만 재임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저는 우리도 미국처럼 양원제를 도입하고 대통령직 승계권을 가진 부통령이 상원 의장을 맡도록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이기붕 부통령’의 악몽에서 벗어날 때도 됐습니다.



지금 당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개헌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현직 대통령이 거부하는 개헌을 밀어붙일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대통령 지지율이 지금보다 더 떨어지고 국정 동력을 상실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먼저 개헌을 제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임기 말에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위기에 몰리자 개헌을 제의했듯이 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개헌을 제의하면 국회에서 여야가 개헌특위를 구성해 개헌안을 만들면 됩니다. 역대 국회의장들이 주도해서 만든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안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제왕적 대통령’의 실패





한가지 조심해야 할 것은 여야 모두 개헌의 내용에 지나치게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헌법은 가치와 철학의 집합체입니다. 지금처럼 정치 양극화가 극심한 상황에서 여야가 가치와 철학을 합의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또 헌법을 잘 만든다고 나라가 잘되는 것도 아닙니다.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선에서 ‘최소 개헌’을 해야 합니다. 대통령 한 사람 잘 뽑아서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헛된 꿈이듯이, 개헌을 잘해서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도 망상입니다.



이런 내용과 절차로 개헌하는 것이 국민은 물론이고 윤석열 대통령과 여야의 차기 대선주자들에게도 이득입니다. 국민은 대통령 선거 주기가 고정되면서 정치 안정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말 추락을 피할 수 있습니다. 7공화국을 열어젖힌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도 있습니다. 여야 대선주자들은 대통령 당선 뒤 일을 잘하면 8년 동안 대통령으로 재임할 기회를 갖게 됩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한겨레 자료사진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022년 대선 때 “제왕적 대통령제를 끝내겠다”며 대통령 임기 4년 중임제 도입, 여야 합의로 대통령 임기 1년 단축, 균형발전과 자치분권 강화, 국무회의 심의 기능과 국무총리 정책조정 기능 활성화,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도입 등을 공약했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개헌의 내용 및 절차와 거의 일치합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우리 헌법의 권력구조는 제왕적 대통령제입니다. 권한과 책임이 대통령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많이 쏠려 있습니다. 누가 대통령이 돼도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제도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실패는 ‘정치인 윤석열’의 실패인 동시에 ‘제왕적 대통령제’의 실패입니다.



오래돼서 망가진 자동차를 앞에 놓고 “그래도 내가 운전대를 잡으면 운전을 잘할 수 있다”고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우리 헌법의 대통령제는 망가진 자동차와 비슷합니다. 이제 운전자뿐만 아니라 자동차를 바꿔야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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