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vs 홍준표 대결 고착화?…패한 정당의 때이른 대권싸움 > 정치기사 | politics

한동훈, 사퇴 열흘만 침묵 깨…홍준표 배신자 공격에 반박 친윤 홍준표 vs 비윤 한동훈…당권 넘어 대선주자 경쟁 비대위, 관리형→조기 전대 vs 혁신형→늦은 전대 오늘 총회서 결정…전대 룰·시점 따라 한동훈 등판 영향 줄 듯


국민의힘이 22대 총선 참패 수습 방안을 두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홍준표 대구시장의 연이은 도발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열흘 만에 침묵을 깨고 입장을 밝히면서 두 사람 간 경쟁 구도가 굳게 자리 잡는 모양새다.

한 전 위원장과 홍 시장 간 논박의 소재는 총선 패배 원인을 놓고 벌이는 책임 공방이다. 홍 대표가 먼저 "당에 얼씬거리지 말라", "윤석열 정권 폐세자" 등의 거친 언사를 늘어놓더니 급기야 배신자 프레임까지 등장했다. 그러자 한 전 위원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며 정면 반박했다.

2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두 사람 간 논쟁은 당면한 당권 경쟁을 넘어 차기 대선 주자 자리를 겨냥한 대결의 서막의 성격을 띈다. 이에 대해 당 일각에선 아직 총선 참패의 원인 분석도 이뤄지지 않은 마당에 유력 주자들이 권력욕부터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홍준표 "尹 배신" 도발…한동훈 "배신 아닌 용기" 참전

시작은 홍준표 대구시장이었다. 홍 시장은 지난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이후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연일 "깜도 안 되는 한동훈", "셀카 찍다 말아 먹은 정치 아이돌" 등이라며 한 전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그는 지난 20일 본인이 만든 플랫폼 청년의꿈에서는 "한동훈의 잘못으로 역대급 참패를 했고 총선을 대권놀이 전초전으로 한 사람"이라며 "우리에게 지옥을 맛보게 했던 정치검사였고 윤석열 대통령도 배신한 사람. 더 이상 우리 당에 얼씬거리면 안 된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총선 패배 이후 열흘 내내 비판 수위를 높여가며 한 전 위원장을 난타한 셈이다.

결국 20일 저녁 한 전 위원장은 침묵을 깨고 처음으로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저의 패배이지 여러분의 패배가 아니"라며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여러분을, 국민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뿐이다.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고 밝혔다.

이어 "정교하고 박력 있는 리더십이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만날 때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며 "정교해지기 위해 시간을 갖고 공부하고 성찰하겠다. 열흘이 지났다. 실망하시고 기운 빠지실 수 있고, 길이 잘 안 보여 답답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같이 힘내자. 결국 잘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권, 친윤 홍준표 vs 비윤 한동훈 구도 되나

한 전 위원장의 참전으로 한동훈 vs 홍준표의 구도로 차기 당권 경쟁 모드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결국 여당의 당권 경쟁은 친윤 vs 비윤의 구도로 치러질 텐데, 홍 시장이 가장 먼저 한동훈 책임론을 부각시켜서 친윤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또한 총선 이후 당 주요 인사 중 홍 시장과 가장 먼저 만찬을 하면서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여기에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도 배신한 사람이라는 지적에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고 반박하면서 선명한 비윤으로 우뚝 선 모양새다. 또한 한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오찬 초청에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거절하기도 했다. 반윤은 아니지만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하는 합리적 보수의 이미지를 내세우면서 수도권 중도 보수의 지지를 받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특히 한 전 위원장이 총선 패배를 "저의 패배"라고 지목한 점이 주목된다. 비록 총선의 패장이지만, 자기 이름을 걸고 치른 선거이며 여전히 당의 주도권은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한 여당 관계자는 "배신자라고까지 하니까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침묵을 깬 것으로 보인다. 보수에서 배신자 프레임은 치명상이 될 수 있다"며 "수도권에서 지는 당은 희망이 없다고 말한 것처럼 이번 총선에서 외연 확장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 것 같다. 보스에게도 할 말은 하는 합리적 이미지로 노선을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與비대위, 관리형→조기 전대 vs 혁신형→늦은 전대…오늘 총회

아직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등판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는 "정교해지기 위해 시간을 갖고 공부하고 성찰하겠다"며 당장의 정치 복귀엔 선을 그었다. 하지만 차기에 치러질 전당대회 룰과 시점 등에 따라 복귀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민의힘은 22일 제2차 당선자 총회를 통해 차기 비대위를 혁신형으로 갈 것인지, 관리형으로 갈 것인지 결정할 계획이다.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윤재옥 원내대표가 지난 한 주 동안 4선 이상 중진 간담회, 상임고문단 간담회, 낙선자 대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만약 관리형 비대위로 간다면 윤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아 바로 전당대회 준비에 돌입한다. 실무적인 절차에 약 한 달 반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6월 말쯤에는 전당대회가 시작될 수 있다. 다만 전당대회 룰은 기존 당원 100% 규정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혁신형 비대위로 간다면 새로운 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아 비대위를 꾸린 뒤 전당대회 룰과 시점, 지도체제 등을 논의한다. 경우에 따라선 총선 패배 원인 분석 등 백서 작업도 함께 이뤄질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전당대회는 이르면 7~8월이고, 늦으면 연말까지 밀릴 가능성이 있다.

어느 정도 휴식기를 가진 다음 복귀해야 하는 한 전 위원장 입장에서는 전당대회가 늦게 치러지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또 비윤의 위치에서 당대표가 되려면 현행 당원 100% 보다는 일반 여론조사가 30% 이상 섞인 규정이 유리하다.

반면 일각에서는 총선 패배의 원인이 윤 대통령으로 지목될 때 가능한 빨리 복귀하는 것이 적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밀한 원인 분석이 이뤄지기 시작하면 한 전 위원장 책임론이 부각돼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CBS노컷뉴스 서민선 기자 sm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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