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는 못 해도 인정은 해줬으면"…무지갯 가득 서울 퀴어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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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고향에 온 느낌이에요. 오늘만큼은, 여기서만큼은 성정체성을 숨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편안해져요." 1일 성소수자 축제인 2023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서울 을지로2가 일대는 무개갯빛으로 가득 찼다. 이날 첫 폭염경보가 발효됐지만 남녀노소, 내외국인 가릴 것 없이 참가자들은 다 함께 연대하며 즐겼다. 일부는 축제에서 받은 무지개 부채로 햇빛을 가리며 연신 땀을 닦아내기도 했다.
입구 포스터에는 축제 슬로건인 퀴어나라, 피어나라가 크게 적혀있었고, 곳곳엔 성소수자가 존중받는 사회가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입니다, 무지개는 자연현상이다 등 현수막이 보이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무지갯빛 의상과 액세서리를 착용하거나, 웨딩드레스나 메이드복 등 성별에 상관없이 과감한 의상을 입기도 했다. 검은색과 파란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성소수자 김모22 씨는 "매년 지지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퀴어 축제에 오고 있다"며 들뜬 표정을 보였다. 이어 "중학교 때 이 축제에 처음 왔다. 정체성에 혼란이 왔던 시기였는데 성소수자연대부모님들께 프리허그를 받고 펑펑 울었다"며 "오늘 부스를 둘러보니 벌써 물건이 매진된 곳도 많더라. 사람들이 참여하고 관심 가져줬단 증거니까 흐뭇하다"고 했다. 60여 개의 성소수자 연대 부스도 눈에 띄었다. 각국 대사관부터 국가인권위원회, 대학 성소수자 연대 동아리, 한국퀴어영화제,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등 부스마다 긴 줄이 이어지고 인산인해를 이뤘다. 부스 내에선 무지개 색깔의 성소수자 후원 굿즈를 판매하거나 설문조사, 사진 촬영, 상담, 캠페인 등이 진행됐다.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남모씨도 교내 퀴어 동아리 부원들과 함께 부스를 운영했다. 남씨는 "채플을 진행하는 기독교 대학에 다니다 보니 주로 성소수자를 반대하는 분위기였다"며 "우리 존재가 죄악이라면 거꾸로 확 틀어서 부스를 할로윈 파티로 꾸미고 성소수자들을 응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성소수자가 아니지만 연대의 뜻으로 온 참가자들도 있었다. 이날 팔과 쇄골에 무지개 페인팅을 한 커플은 "매년 응원차 참가하고 있다. 무조건 성소수자들을 반대하기보단 함께하고 서로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남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드러내는 날이라고 생각해 평소에 못 입던 옷도 오늘 과감하게 입고 왔다"고 말했다. 경찰과 축제 스태프들은 도로와 축제 장소 곳곳에서 교통을 통제하고 인파를 관리했다. 다행히 지난달 대구퀴어문화축제 때와 같은 무력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퀴어문화축제는 이날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예정돼있다. 그간 서울 퀴어 축제는 서울광장에서 열렸지만 올해는 서울시의 불허로 을지로 2가 일대에서 열렸다. 오후 4시30분부터는 을지로~삼일대로~회계로~명동역~종로~종각역 일대 행진이 진행된다. 주최 측 추산 5만 명 이상이 행진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서울시의회 인근에선 종교·보수단체의 퀴어 축제 반대 시위도 열렸다. allpass@newspim.com 저작권자c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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