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초 서는 중사, 행정병 일 하는 장교…사기 꺾인 軍초급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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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간부들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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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1일 찾은 강원도 화천의 GOP일반전초 소초 뒤에 컨테이너형 건물이 설치돼 있다. 정식 명칭은 ‘여군 필수시설’이지만 사실상 숙소로 쓰인다. 전체 GOP의 30~40%에는 이 같은 컨테이너형 시설도 보급되지 않은 실정이다. 오른쪽 사진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최근 올라온 한 육군 중위의 숙소 내부 모습. 벽에 금이 가 있고 곰팡이가 가득하다. /장련성 기자·페이스북 ‘육대전’ 지난달 11일 찾은 강원도 화천 15사단 수색대대 위병소에는 병사가 아닌 부사관이 근무를 서고 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던 모습이다. 부대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병력이 없어 다른 방법이 없다. 전방 다른 부대도 사정은 비슷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감시 카메라 등 장비 도입으로 필요 인원이 줄긴 했지만 그 몇 안 되는 근무 인원도 병사만으로 채울 수 없어 초급간부들이 공백을 채우고 있는 게 요즘 군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초급간부는 임관 7년 차 이하 부사관중·하사·장교대위 이하를 일컫는다. ‘군의 척추’인 이 초급간부들의 사기가 요즘 바닥이다. 인력 부족에 따라 업무량은 크게 늘었고, 처우는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병사 월급 200만원’ 추진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 군을 떠나 경찰이나 민간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육해공군 병사·간부 전체 병력은 2012년 64만명에서 지난해 50만명으로 줄었는데, 인구 급감과 복무 기간 단축으로 2040년엔 30만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병력 구조는 장교15%·부사관25%을 합친 것보다 병사60%가 더 많지만, 2040년이면 병사가 더 적은 역피라미드형이 된다. 평상시엔 부대 유지·관리, 전쟁 시엔 최일선 전투력 발휘의 핵심 역할을 하는 초급간부가 흔들리면 1000억원짜리 스텔스기도, 1조원짜리 이지스함도 무용지물이다. 엘리엇 코언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실패하는 이유는 유능한 부사관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 15사단 수색대 부사관들이 지난달 11일 강원도 화천 사격장에서 다음날 DMZ비무장지대 투입 작전을 하기에 앞서 개인화기 실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지난달 11일 강원도 화천 15사단 수색대대에서 만난 방가영22 하사는 ‘월화수목금금금’보다 못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요일 구분 없이 6일 단위로 반복되는 일과는 이렇다. 첫째 날, 실탄 사격·작전 토의 등 DMZ비무장지대 수색 작전 예행연습을 한다. 둘째 날, 완전 무장을 하고 DMZ 지뢰밭에 들어가 수색로를 확인하고 정찰 작전을 한다. 셋째 날, 전날 작전 결과를 정리·보고하고 개인 화기를 점검한다. 병사들도 챙긴다. 넷째 날, 다음 날 실시할 DMZ 야간 매복 작전 준비를 한다. 사격 훈련을 한다. 다섯째 날, 장시간 DMZ 인근에서 대기하다 DMZ에 들어간다.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밤새 매복한다. 여섯째 날, 정비를 하며 휴식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다음 날 작전 준비하는 ‘첫째 날’로 돌아가기에 마음 편히 쉴 수 없다. 외출을 하더라도 주변에는 영화관 등 즐길 여가 시설이 없다. 방 하사는 민간 기업에서 일하는 또래들과 비교될까 봐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는 일찌감치 끊었다고 한다. 방 하사는 “어릴 적부터 군인을 동경해 군인이 됐고, 지금도 최전선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산다”면서 “다만 병력 충원이나 과학화 장비 도입 등을 통해 짧은 주기로 찾아오는 수색·매복 작전에 대한 업무 부담을 줄일 필요는 있다”고 했다. ![]() 학군사관후보생ROTC 출신인 윤준섭 중위는 15사단 GOP 소초장이다. 임관 11개월 된 그는 30여명의 장병이 장기간 머물며 경계 근무를 서는 소초를 총 책임지고 있다. 그는 "리더십을 갖고 군 생활을 하고 싶어 장교의 길을 택하게 됐다"면서 "솔직히 힘든 점도 있지만, 보람도 느껴 의무 복무를 마치고 장기를 할 지 요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장련성 기자 ![]() /그래픽=이철원 소아과, 산부인과 등 병원은 물론 약국조차 없을 정도로 열악한 생활 여건도 간부 사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결혼 기피 직업군이 되기 십상이고 결혼을 하더라도 안정적인 가정생활 유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전방의 한 장교는 “얼마 전 아이가 독감에 걸려 고열로 엉엉 우는데 집 근처에 작은 의원 하나 없어 약 처방도 받지 못했다”면서 “내 몸이 아픈 건 참겠는데, 아내·아이가 간단한 진료도 받지 못할 때는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15사단 간부들이 사는 화천도 소아과를 가려면 차로 3시간 거리인 춘천까지 가야 한다고 한다. ![]() 3사 출신인 15사단 수색대 김남규 중위는 초급 간부 위기와 관련 "여가 시설 부족, 월급 등이 진짜 원인은 아닐 것"이라면서 "군을 깔보는 사회의 시선, 간부라는 명예마저 땅에 떨어진 것이 참기 어려운 점이다. 힘이 쭉 빠진다"고 했다. /장련성 기자 화천=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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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노석조 기자 stonebird@chosun.com 上>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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