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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가결파가 "체포안 부결시켜야" 입장문 준비했던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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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7회 작성일 23-09-26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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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_엄지원의 측면지원

박광온 전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본회의 표결을 하루 앞둔 지난 20일 점심, 더불어민주당의 재선·다선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삼삼오오 모여들었습니다. 민주당 내 각 의견그룹을 대표할 만한 이들이 여럿 집결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대표와 건건이 각을 세워온 비주류만이 아니라 일찌감치 체포동의안 부결에 무게를 실은 이들도 모여 머리를 맞댄 건, ‘체포동의안 가결로 인한 당내 혼란만은 막아야 한다’는 데 뜻이 모였기 때문입니다. “이대로 가면 가결 가능성이 크니, 파국은 막아야 할 거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다선 의원의 설명입니다.

엎치락뒤치락 2차 체포동의안 표심


지난 2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을 놓고 이 대표에게 청구된 1차 구속영장과 달리, 이번에 검찰이 청구한 2차 구속영장에 대한 민주당 내 기류는 몇 달새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했습니다. 1차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끊이지 않는 ‘방탄국회’ 논란에 ‘2차는 가결’이라는 분위기가 커졌습니다. 이 대표가 지난 6월 이미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만큼 ‘가결’ 명분도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비명계 뿐 아니라 당내 ‘중간지대’도 이미 가결에 몸을 싣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지난달 31일 윤석열 정부의 국정쇄신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시작하자 기류는 뒤집혔습니다. ‘목숨을 걸고 단식 중인 당 대표에게 어떻게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게 하느냐’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렸습니다.

하지만 체포동의안 표결을 며칠 앞두고 분위기는 또다시 일부 반전됐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이 대표뿐 아니라 민주당 의원 전원이 의원총회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약속하고도 슬그머니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면 중도층 이탈을 비롯한 여론의 역풍이 거셀 거라고 본 비주류 사이에서 ‘가결론’이 급부상한 겁니다. 당초 ‘부결’이 대세라고 판단했던 원내대표단에도 본회의 표결 이틀 전 즈음에야 이런 기류가 강하게 전해졌다고 합니다. 지난 19일 저녁 원내대표단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의원들 생각을 들어보니 예상보다 가결시키겠단 이들이 꽤 있어 걱정스럽다. 당 지도부는 기껏해야 20표 정도 아니겠냐고 보고 있다”며 당혹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표결 결과를 지도부가 지나치게 낙관한 것이지요.

“파국만은 막아야” 당내 다선들의 공감대


20일 점심 당내 ‘오피니언리더’들이 모인 까닭은 체포동의안 가결이라는 최악의 ‘치킨게임’을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서로를 마주 보며 질주하는 치킨게임에선, 양쪽 모두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경우 모두가 파국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 파국만은 막자는 거였죠. 이 자리에서 비주류는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고, 당을 쇄신·재정비해 정권과 싸우자”고 제안하면서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이 대표가 먼저 나서서 가결해달라고 선언하고, 향후 당의 주도권을 일부 내려놓겠다는 최소한의 지표를 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당내에선 이 대표와 가까운 이들에게서도 이 대표가 ‘가결 선언’으로 리더십을 보여줘야 ‘사즉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 그간 제기돼 왔습니다. 실제로 여러 차례 설득 작업이 있었다고 합니다.

대신 이날 비주류들은 체포동의안 부결의 책임이 이 대표에게 몰리지 않도록, ‘부결의 변’ 초안까지 대신 작성해둘 정도로 구체적으로 ‘부결 이후’를 고민했다고 합니다.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우리는 이번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일 넘는 단식으로 기진해 있는 사람에 대해 영장 청구를 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비인도적인 처사입니다. 우리 당이 의원총회의 결의로 불체포 특권 포기를 약속했기 때문에 이번 부결 투표는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우리는 이번 표결 이후 민주당을 재창당 수준으로 혁신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민주당은 방탄 정당, 팬덤 정당의 오명을 벗고 도덕성, 민주성을 갖춘 국민의 민주당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의 결단을 포함해 근본적 변화를 반드시 이뤄내겠습니다.


비주류 주도로 “부결해야” 입장문까지 써뒀지만


그러나 이런 논의는 20일 오후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부결을 당부하는 입장을 내놓자 무위로 돌아갔습니다. “그 메시지가 나오자, 의원들 사이에서 ‘더 이상 얘기하는 게 의미가 없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커졌다. 막판까지 부결로 기류가 잡히다가 그때부터 기류가 확 반전됐다”는 게 민주당 여러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어느 비주류 의원은 “이제 이 대표와는 함께하기는 어렵겠다는 게 분명해졌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체포동의안 표결이 아니라, 이미 이 대표의 입장문이 올라왔을 때 비주류는 “루비콘 강을 건넌 셈”이지요.

일각에선 21일 체포동의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에 앞서, 박광온 당시 원내대표가 녹색병원에 입원 중인 이 대표를 만났을 때 ‘모종의 거래’를 시도하거나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합니다. 민주당 원내대표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민석 의원은 25일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안가결 투표 자체에 대한 판단보다도 이것을 대표 사퇴라든가 거취와 연결시킨, 정치적 거래와 연결시킨 경우가 있었다는 얘기들이 나온다”며 “박광온 전 원내대표와 이 대표 면담 그런 부분들이 명료하게 다 밝혀진다면 그런 부분들은 그야말로 징계의 대상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박 전 원내대표가 이 대표에게 거취 표명을 비롯한 거래를 시도한 것처럼 읽힙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들 설명을 들어보면, 박 전 원내대표는 이날 이 대표에게 ‘단식 중단’ 요청 외에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부결 당부’ 메시지로 이 대표의 의중이 명확해진 상황이어서 굳이 별도로 메시지를 전할 까닭이 없었던 거지요. 결국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중간지대를 포함한 의원들이 모여 긴박하게 중지를 모았던 것은 사실이나, 어떤 ‘거래안’이나 ‘중재안’도 이 대표에게는 전달되지 않았던 셈입니다.

가결파 색출 나선 최고위…‘책임론’ 자유로울까


가결파들은 “부결하면 부결하는 대로, 가결하면 가결하는 대로 혼란과 갈등이 예상되지만, ‘무도한 정치검찰과 방탄국회의 오명’ 사이에서 선택을 내린 것”이라고 말합니다. 한 비주류 의원은 “방탄국회의 오명 앞에선 모든 투쟁의 정당성이 상실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 내 친명계 최고위원들은 ‘가결파’가 이 대표를 끌어내리려 협박을 하다 안 되니, 가결표를 던진 것이라고 외칩니다. ‘해당행위’는 점잖은 표현이고, ‘쿠데타’라는 말도 나오지요.

하지만 지도부로서, 당내 비주류를 끝내 설득하지 못한 최고위원들 스스로의 책임에 대해선 말을 아낍니다. 갈등은 어느 조직에나 존재하지만, 현명한 조직은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역량을 드러냅니다. 비명계 몫으로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됐다가 지난 23일 사의를 표명한 송갑석 의원의 마지막 공개발언은 지금 민주당에 꼭 필요한 말 같습니다.

“이제 본회의 표결 시간이 20시간도 채 남지 않았지만, 아직까지 실낱같은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어떤 선택도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외통수 길에 몰렸지만, 정치적 상상력과 지혜를 발휘할 수 있는 작은 틈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표결 전날 의원총회에서 제가 했던 발언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의원들이 그 20시간의 마지막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메말라버린 신뢰, 실종된 리더십, 빈약한 정치적 상상력 등 우리 당의 현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나며 걸림돌로 작용했습니다. 저의 실패였고 지도부의 실패였으며 168명 민주당 국회의원 모두의 실패였습니다.

모두가 실패한 자리에 성찰과 책임을 통한 수습과 모색은 처음부터 없었고 분노와 증오의 거친 말들만 난무하고 있습니다. 중략 다시 국민의 시간입니다. 지금 민주당은 미증유의 혼란과 위기를 겪고 있지만, 우리가 그 위기를 지혜롭게 이겨낸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결국 국민이 판단할 것입니다. 68년 민주당 역사가 그러했습니다. 저는 다시 민심의 바다에서, 극단의 정치로부터 소외된 국민의 고단함과 불신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민주당을 다시 세우는 길에 당원 동지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5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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