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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균 칼럼] 총선 결과에 늘 놀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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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57회 작성일 24-04-04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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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p 차 정확도 대선과 달리 역대 총선은 예측 벗어나
접전 지역 수십 곳 승패 혼미… 남은 1주 새 운명 갈릴 수도
보수층 체념·결집 여부 따라 정권의 남은 3년 형편 좌우

4·10 총선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는 지지층 결집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기호 1번’을 강조했고왼쪽 사진, 국민의힘은 손가락으로 V모양을 만들어 ‘기호 2번’ 지지를 호소했다./뉴스1·뉴시스

4·10 총선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는 지지층 결집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기호 1번’을 강조했고왼쪽 사진, 국민의힘은 손가락으로 V모양을 만들어 ‘기호 2번’ 지지를 호소했다./뉴스1·뉴시스

1997년 정치부에 몸담은 이후 대선과 총선을 각각 여섯 번째 지켜봤다. 대선은 예상했던 범위 내에서 결과가 나왔다. 2007년 이명박 후보 당선과 2017년 문재인 후보 당선은 워낙 큰 표차가 나서 누구나 승부를 점칠 수 있었다. 1997년 대선 예측이 제일 어려웠는데 미세하나마 김대중 후보 우세를 점쳤고, 2002년 대선은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로 흐름이 결정됐다가 마지막 날 파기 선언으로 혼선이 있었지만 결국 노 후보 승리로 매듭지어졌다. 2012년 대선은 막판 혼전이었는데 선거 당일 박근혜 후보 강세 지역 투표율이 높은 것에 초점을 맞췄더니 결과도 일치했다. 2022년 대선은 윤석열 후보가 조금 여유 있게 승리할 것으로 봤는데 초박빙 신승이었다.

반면 총선은 한 번도 제대로 과녁을 맞혔다는 기억이 없다. 의석수 격차가 예측치보다 훨씬 벌어지거나 좁혀지는 것은 다반사였고 1, 2당 순서를 헛짚기까지 했다. 2000년 총선은 햇볕정책 여당이 사흘 전에 깜짝 발표된 남북 정상회담 덕을 볼 것으로 예상됐으나 한나라당 133석, 민주 115석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광풍 속에 치러진 2004년 총선은 야당 궤멸 분위기였지만 박근혜 대표가 지휘한 한나라당이 121석으로 의외로 선전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 치러진 2008년 총선은 여당 비주류인 친박계 후보가 당 내외에서 54명이나 당선되는 이변을 낳았다.

이명박 정부 5년 차 2012 총선은 정권 심판 분위기 속 야당 과반 의석이 점쳐졌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새누리당이 반대로 152석 과반이었다. 2016년 총선은 야당이 문재인 민주당, 안철수 국민의 당으로 분열하면서 여당인 새누리당이 180석을 자신했는데 민주당이 123석으로 새누리당 122석에 앞섰다. 코로나 사태 속에 치러진 2020년 총선은 민주당 우세가 점쳐졌지만 비례정당까지 합해 180석까지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다. 특히 보수 계열 미래통합당이 103석까지 쪼그라든 것은 전례 없는 충격이었다.


대선보다 총선 예측에 고전하는 건 여론조사도 마찬가지다. 1997년 대선 때 갤럽은 1%p차 김대중 승리를 예측했는데 실제 결과는 1.6%차였고, 2002년 대선 때 미디어리서치는 노무현 후보 2.3%p 승리를 점쳤는데 실제 결과도 2.33%p차였다. 지난 대선 역시 출구 조사 0.6%p 윤석열 후보 승리였고 실제 결과는 0.73%p차였다. 이처럼 대선 때는 ‘족집게’ 내지 ‘과학이자 예술’이라는 평까지 듣는 출구 조사가 역대 총선에선 한 번도 제대로 맞혔다는 평을 듣지 못했다. 전국을 한 선거구로 하는 대선은 수만 개의 표본이 합산되며 오차를 상쇄하는 반면, 한 표만 이겨도 승리하는 소선거구제를 200개가 넘는 선거구에서 치르는 총선은 사소한 오차로도 수십 석이 왔다 갔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은 공식 선거운동이 돌입되는 시점에서 이미 야당 강세가 뚜렷할 정도로 우열이 갈리고 있다. 접전 지역으로 예상됐던 선거구에서 발표되는 여론조사마다 민주당 후보가 국민의 힘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현재까지 쏟아져 나온 선거구별 조사를 종합하면 민주당이 200석까지 넘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당 측도 이런 비관적인 전망을 인정하고 있다. 대통령 국정에 대한 비판이 지지보다 20%p가량 웃도는 정권 심판 여론이 정당 지지를 나타내지 않는 중도층 표심을 야당 후보 쪽으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선거 열세에 몰린 쪽에서 마지막 기대는 곳은 늘 숨어있는 ‘샤이 지지층’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보수 지지층이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는 징후가 있는 게 사실이다.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보수와 진보라고 밝힌 비율이 실제 유권자 이념 성향 분포와 격차를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응답을 거부한 보수 유권자가 실제 투표에 참여한다면 예측치보다 여당이 선전할 수 있지만, 여론조사와 마찬가지로 투표 자체도 기권한다면 여당 완패가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이번 총선 결과도 또 한 차례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경우의 수는 두 가지다. 막판 위기감을 느낀 보수층이 최대한 결집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될 수도 있지만, 대통령의 불통不通에 성난 유권자가 총궐기해서 여당 100석이 무너지는 비상사태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해도 재의결로 강제할 수 있고, 입법을 통해 의대 증원 2000명 방침을 무력화할 수도 있다. 그 운명의 갈림길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김창균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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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균 논설주간 ck-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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