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 사전선거 첫날인 5일 오전 경기도 군포의 사전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대파 인증을 하고 있다.독자 제공2024.4.5./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서울·과천·광주=뉴스1 노선웅 강수련 이수민 기자 = 4·10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부 지침을 통해 투표소 내 대파 반입 시 외부에 보관하도록 안내한 것을 두고 네티즌의 대파 발렛 인증부터 야권의 파틀막 주장까지 나오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매짜리 한글 파일이 이미지화된 해당 문서에는 대파를 정치적 표현물로 간주할 수 있으니 만일 투표소 내에 대파를 들고 들어가려고 한다면 외부에 보관할 수 있도록 안내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실제로 이날 광주 한 사전투표소에서 선거관리위원들이 외부에 위치한 투표안내원들에게 해당 사안을 안내하기도 했다.
한 선관위 직원은 "내부적으로 예상 민원이나 항의 사항을 예측해 안내문을 배포한 것"이라며 "정치적 의도가 있을 수 있는 물품의 사례로 대파를 제시했고 다른 이슈에 대한 공지는 없었다"고 전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아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 같다"고 말한 뒤 논란이 불거졌다.
선관위는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투표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제한하려는 취지였으며, 투표소에도 이런 내용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전날4일 정부에 항의하는 표시로 대파를 투표소에 가져가는 것이 가능한지 질의가 있었다"며 "투표하려는 선거인에게 영향을 주거나 공정하고 평온한 투표 진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불가하다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제22대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5일 오전 나주 혁신도시 빛가람동 투표소에 대파가 놓여있다.2024.4.5./뉴스1 ⓒ News1 서충섭 기자
이에 네티즌들은 각종 SNS상에 대파를 들고 사전투표소를 갔다가 제지당한 일화를 소개하며 투표소 입구에 대파를 두고 간, 일명 대파 발렛 사진 등을 올리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아가 야권에서도 이 같은 선관위 조치와 관련해 비판적인 입장을 쏟아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뉴스1 보도 직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기사를 공유한 뒤 "기가 찬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 대표는 이날 충북 청주에서 현장 유세 중 "오늘 참 해괴한 얘길 들었는데 대파를 가지고 선거 투표소 들어가면 안 된다고 그랬다고 한다. 대파가 정치적인 상징성이 있다고 한다"며 "요새 선관위가 할 일은 안 하고 안 할 일은 참 많이 한다"고 꼬집었다.
조국혁신당과 녹색정의당 등 다른 야권 정당들도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즉각 반발했다.
이지수 대변인은 "대파는 들고 못 들어가면 요즘 문제가 되는 사과나 양배추는 들고 들어가면 되나. 혹시 디올백은 괜찮나"라며 "대파 가격을 갖고 정부와 여당이 국민 눈을 속이려고 해도 좋지만, 선관위까지 ‘파틀막’을 해서야 되겠나"라고 꼬집었다.
김민정 녹색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장 보러 나간 김에 투표장에 들릴 국민 여러분, 장바구니에서 대파는 빼셔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대파 같은 정치적 표현물을 손에 든 불령선인으로 낙인찍혀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모를 일"이라며 "정권을 향한 국민의 풍자와 해학을 입틀막 하려는 노골적인 의도 앞에, 표현의 자유를 옥죄려는 당당한 시도 앞에 절망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의힘에선 말을 아끼고 있다.
홍석준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 부실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그건 제가 말씀드릴 상황이 아니다"라며 "선관위에서 판단한 사항에 대해서 저희들이 가타부타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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