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시행파의 자성 "개미의 분노 이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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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 인터뷰] 김남근 민주당 의원 "진정성 보이려면 국감에 문제 기업 대표들 증인 채택해야"
[류승연 기자]
"먼저 오늘 같은 배틀 투쟁에 앞서 개미 투자자들이 자본시장에 가진 분노와 좌절에 대해 민주당이 공감하는 작업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게 민주당에 분노가 몰리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4일 정오께. 막바지로 향해가던 더불어민주당의 금융투자소득세 공개 토론회에서 청중석에 앉아 있던 김남근 의원이 발언 기회를 얻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직접적인 토론 주자로 나서지는 않았지만 그는 금융투자소득세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오히려 금투세 시행에 반대하는 개인 투자자들을 두둔하고 나서면서 민주당의 자성을 촉구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로 인해 소액주주들이 피해 본 사건들을 차례대로 언급하며 말했다.
"민주당이 이런 사건들에 공감했습니까? 정기국회에서 상법 개정을 반드시 해내겠다는 결기를 보였습니까? 이번 국정감사 때 피해 본 소액주주들을 위해 두산이나 삼성물산, SK이노베이션이나 LG화학 대표들을 불러 문책하겠다고 지도부가 이야기했습니까? 저는 안 했다고 생각합니다. 감성적으로 접근이 안 되는데 논리적으로 해결하자는 것도 잘못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의 금융투자소득세 공개 토론회는 막을 내렸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분노는 여전하다. 오히려 토론회 과정에서 금투세 때문에 국내 주식시장이 우하향할 거라는 신념이 있으면 인버스 투자하면 된다라는 발언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화만 키웠다. 공개 논의를 통해 투자자들의 여론을 모아보겠다는 당초 목적은 공염불이 됐다.
민주당이 투자자에게 거센 저항을 받게 된 근본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김남근 의원은 25일 <오마이뉴스> 와 한 통화에서 민주당이 해결책에 집중했어야 한다고 봤다.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한다고 국내 자본시장이 밸류업가치 향상이 되는 게 아니라는 건 명확"한데도 "금융투자소득세 폐지가 자본시장 밸류업이라는 여당 주장에 민주당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긋난 민심을 이제라도 수습할 방법은 없을까. 김 의원은 두산 로보틱스-밥캣간 합병,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합병, LG화학의 물적분할 등 소액주주들에 피해를 준 사례를 언급하며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토론회 이후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라며 "어제 토론회에 참석했던 9명의 현역 의원들 역시 오늘 오전 지도부에 상법 개정안의 연내 추진을 요청하는 요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정감사 때 민주당의 역할이 관건이다. 투자자들에게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서는 논란이 됐던 회사 대표들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정치권이 투자자 마음에 공감 못 했다"
- 어제 토론회 말미에 주어진 청중 질문 시간에 두 가지 쓴소리를 남겼다. 그중 하나가 투자자들이 감정적으로 화가 나 있는데 이를 설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성적인 토론회를 여는 게 잘못된 문제의식이었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했나?
"개인 투자자들이 왜 우리 자본시장에 대해 이렇게 분노하고 좌절하는지에 먼저 공감하고 대응하는 작업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우리 자본시장이 왜 이렇게 침체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같은 기초체력을 가진 해외 기업 대비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가치가 평가절하되는 현상가 되는지, 정치권이 별로 공감하거나 이해하고 있지 않다고 봤다. 그래서 투자자들이 분노를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라 어제 토론회에서도 투자자들에게는 금융투자소득세를 둘러싼 시행-유예팀 각각의 논거나 고민이 전달되지 않았다. 오히려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들이 예민하게 부각될 뿐이었다."
- 실제 인버스 투자 발언이 오히려 투자자들의 화를 키운 모양이다. 투자자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민주당이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던 사건들을 집중 조명했어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LG화학의 물적분할 사건처럼 말이다. 투자자들로서는 기업이 신산업을 한다고 해서 투자를 했고 성공도 했는데 2차 전지 사업이 막상 주가가 올라야 할 시점에는 별도 회사LG에너지솔루션로 분리해 쪼개기 상장을 했고 투자자들이 당초 투자한 회사LG화학의 주가는 확 떨어졌다. 이런 데 투자자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투자에 성공했는데도 결국 주식으로 보상을 못 받았으니 말이다. 두산 밥캣의 두산 로보틱스 합병도 밥캣 주주로선 화가 나는 일이다. 갑자기 불리한 방식으로 합병한다고 하면 주가가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지 않나. 그런데도 금융당국이 조치를 취하거나 이사들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 피해 구제도 없었다.
사실 그것 이외에도 투자자들의 분노를 자아내는 일이 시장에 많다. 회사의 자본금을 늘리겠다며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했는데 신사업에 투자를 하기는커녕 빚 갚는 데 써버린다거나, 전환사채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채를 발행해 주식 가치가 희석됐는데 알고 보니 최대 주주가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해 헐값에 주식을 사들였다거나 하는 사례들 말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 개미 투자자들이 해외로 나가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없으니 주가는 오를 수가 없다."
- 금융투자소득세 찬반 논쟁에 앞서 주식시장의 불공정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먼저 뒷받침 됐어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맞다. 금융투자소득세만 폐지하면 밸류업이 되나? 그게 아니라는 건 명확하다. 특히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인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했다. 일본도 과거 회사법과 증권거래소 감독 규정을 바꾸고,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많은 노력을 한 결과 최근 일본 증시의 밸류업이 나타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추진을 하는 듯하다가, 갑자기 총선이 지나서부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가 자본시장 밸류업이라고 주장했는데 그렇다고 민주당이 뚜렷한 대책을 내놓은 것도 아니었다."
"상법 개정안 당론 채택하고 문제 기업 대표들 국감 때 불러야"
- 구체적으로 어떤 개선책들이 필요할까?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현행법상 이사는 회사의 이익만을 고려하게 돼 있어 이사들이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결정을 내려도 이를 제지하거나 추후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또 지배주주의 영향이 큰 국내 기업 환경 아래, 지배주주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이사가 이사회의 3분의 1 이상 구성되도록 해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에는 집중투표제이사를 뽑을 때 이사 수만큼 주주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방식를 의무화해 독립 이사를 뽑을 때 소액주주의 권한이 더 커지게 해야 한다. 감사위원이 될 이사를 3명까지 분리 선출하고 소액주주들이 현장에 참석하지 않고도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게 하는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도 필요하다."
- 대부분의 내용들이 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앞서 내놓았던 민주당판 밸류업 프로그램, 일명 코리아 부스트업 프로그램에 포함된 내용들이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은 여전히 화가 나있다.
"상법 개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선언을 했다면 달랐을 것이다. 또 그동안 상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관 법률이라는 점도 한계가 있었다.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특별히 상법 개정안을 발의하지 않았고, 다른 상임위원회에서 발의된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번 토론회 이후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상법 개정을 당론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순서가 뒤바뀌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어제 토론회의 최대 성과라고 생각한다."
- 여전히 분노한 투자자들의 화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무엇을 고려하고 있나?
"다가오는 국정감사 때 하게 될 역할이 관건이다. 투자자들에게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서는 두산과 삼성물산, LG화학, 신성통상 등 논란이 됐던 회사 대표들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 그 논의는 오늘25일 오후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있을 예정이다. 또 앞서 이야기한 상법 개정안을 구체화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어제 토론회에 참석했던 9명의 현역 의원들, 상법 개정안을 냈던 의원들이 올해 정기국회 내 상법 개정을 당론으로 추진할 것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당 지도부에 전달하기로 했다. 그것도 어제 토론회가 만든, 중요한 결과다. 금융투자소득세와 관련해 어떤 주장이었든 토론회 참가자들이 합치해 지도부에 상법 개정이 먼저라는 요청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니 말이다."
- 현재로서는 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이라는 선택지를 고르기가 더 부담스러워진 듯하다. 앞으로 민주당이 자본시장과 관련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법이 있는 만큼, 엄밀히 말해 그대로 있으면 내년 1월에 금융투자소득세는 시행된다. 그때 가서 보면, 과연 폐지를 주장하시는 분들 말처럼 자본시장이 폭락하는 등 사태가 벌어질지 볼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조금 더 이성적인 논의를 할 수 있다. 현재 투자자들은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에 따른 폭락을 기정사실처럼 여겨 초조해하고 있다. 만약 시행을 했는데 그런 현상이 나타나면 그때 가서 유예할 수도 있다."
- 마지막으로 지도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본시장이 침체되고도 잘 회복되지 못하고, 다른 나라 주가가 떨어질 때 우리는 더 많이 떨어지는 원인은 기업의 지배구조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사회가 주주를 위해 활동하지 않고 대주주나 자신이 속한 재벌 기업 집단을 위해 활동하다 보니, 주주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다. 피해를 봐도 구제를 받기 힘들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자본시장이 밸류업 되기 어렵다. 가장 핵심적인 기업 지배구조의 불투명 문제, 개미 투자자 보호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는 게 자본시장을 대하는 정치권의 핵심적인 자세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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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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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
ⓒ 남소연 |
"먼저 오늘 같은 배틀 투쟁에 앞서 개미 투자자들이 자본시장에 가진 분노와 좌절에 대해 민주당이 공감하는 작업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게 민주당에 분노가 몰리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4일 정오께. 막바지로 향해가던 더불어민주당의 금융투자소득세 공개 토론회에서 청중석에 앉아 있던 김남근 의원이 발언 기회를 얻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직접적인 토론 주자로 나서지는 않았지만 그는 금융투자소득세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오히려 금투세 시행에 반대하는 개인 투자자들을 두둔하고 나서면서 민주당의 자성을 촉구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로 인해 소액주주들이 피해 본 사건들을 차례대로 언급하며 말했다.
"민주당이 이런 사건들에 공감했습니까? 정기국회에서 상법 개정을 반드시 해내겠다는 결기를 보였습니까? 이번 국정감사 때 피해 본 소액주주들을 위해 두산이나 삼성물산, SK이노베이션이나 LG화학 대표들을 불러 문책하겠다고 지도부가 이야기했습니까? 저는 안 했다고 생각합니다. 감성적으로 접근이 안 되는데 논리적으로 해결하자는 것도 잘못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의 금융투자소득세 공개 토론회는 막을 내렸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분노는 여전하다. 오히려 토론회 과정에서 금투세 때문에 국내 주식시장이 우하향할 거라는 신념이 있으면 인버스 투자하면 된다라는 발언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화만 키웠다. 공개 논의를 통해 투자자들의 여론을 모아보겠다는 당초 목적은 공염불이 됐다.
민주당이 투자자에게 거센 저항을 받게 된 근본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김남근 의원은 25일 <오마이뉴스> 와 한 통화에서 민주당이 해결책에 집중했어야 한다고 봤다.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한다고 국내 자본시장이 밸류업가치 향상이 되는 게 아니라는 건 명확"한데도 "금융투자소득세 폐지가 자본시장 밸류업이라는 여당 주장에 민주당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긋난 민심을 이제라도 수습할 방법은 없을까. 김 의원은 두산 로보틱스-밥캣간 합병,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합병, LG화학의 물적분할 등 소액주주들에 피해를 준 사례를 언급하며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토론회 이후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라며 "어제 토론회에 참석했던 9명의 현역 의원들 역시 오늘 오전 지도부에 상법 개정안의 연내 추진을 요청하는 요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정감사 때 민주당의 역할이 관건이다. 투자자들에게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서는 논란이 됐던 회사 대표들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정치권이 투자자 마음에 공감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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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과 김남근 의원이 지난 7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정책현안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 유성호 |
- 어제 토론회 말미에 주어진 청중 질문 시간에 두 가지 쓴소리를 남겼다. 그중 하나가 투자자들이 감정적으로 화가 나 있는데 이를 설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성적인 토론회를 여는 게 잘못된 문제의식이었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했나?
"개인 투자자들이 왜 우리 자본시장에 대해 이렇게 분노하고 좌절하는지에 먼저 공감하고 대응하는 작업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우리 자본시장이 왜 이렇게 침체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같은 기초체력을 가진 해외 기업 대비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가치가 평가절하되는 현상가 되는지, 정치권이 별로 공감하거나 이해하고 있지 않다고 봤다. 그래서 투자자들이 분노를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라 어제 토론회에서도 투자자들에게는 금융투자소득세를 둘러싼 시행-유예팀 각각의 논거나 고민이 전달되지 않았다. 오히려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들이 예민하게 부각될 뿐이었다."
- 실제 인버스 투자 발언이 오히려 투자자들의 화를 키운 모양이다. 투자자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민주당이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던 사건들을 집중 조명했어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LG화학의 물적분할 사건처럼 말이다. 투자자들로서는 기업이 신산업을 한다고 해서 투자를 했고 성공도 했는데 2차 전지 사업이 막상 주가가 올라야 할 시점에는 별도 회사LG에너지솔루션로 분리해 쪼개기 상장을 했고 투자자들이 당초 투자한 회사LG화학의 주가는 확 떨어졌다. 이런 데 투자자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투자에 성공했는데도 결국 주식으로 보상을 못 받았으니 말이다. 두산 밥캣의 두산 로보틱스 합병도 밥캣 주주로선 화가 나는 일이다. 갑자기 불리한 방식으로 합병한다고 하면 주가가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지 않나. 그런데도 금융당국이 조치를 취하거나 이사들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 피해 구제도 없었다.
사실 그것 이외에도 투자자들의 분노를 자아내는 일이 시장에 많다. 회사의 자본금을 늘리겠다며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했는데 신사업에 투자를 하기는커녕 빚 갚는 데 써버린다거나, 전환사채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채를 발행해 주식 가치가 희석됐는데 알고 보니 최대 주주가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해 헐값에 주식을 사들였다거나 하는 사례들 말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 개미 투자자들이 해외로 나가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없으니 주가는 오를 수가 없다."
- 금융투자소득세 찬반 논쟁에 앞서 주식시장의 불공정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먼저 뒷받침 됐어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맞다. 금융투자소득세만 폐지하면 밸류업이 되나? 그게 아니라는 건 명확하다. 특히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인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했다. 일본도 과거 회사법과 증권거래소 감독 규정을 바꾸고,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많은 노력을 한 결과 최근 일본 증시의 밸류업이 나타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추진을 하는 듯하다가, 갑자기 총선이 지나서부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가 자본시장 밸류업이라고 주장했는데 그렇다고 민주당이 뚜렷한 대책을 내놓은 것도 아니었다."
"상법 개정안 당론 채택하고 문제 기업 대표들 국감 때 불러야"
- 구체적으로 어떤 개선책들이 필요할까?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현행법상 이사는 회사의 이익만을 고려하게 돼 있어 이사들이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결정을 내려도 이를 제지하거나 추후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또 지배주주의 영향이 큰 국내 기업 환경 아래, 지배주주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이사가 이사회의 3분의 1 이상 구성되도록 해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에는 집중투표제이사를 뽑을 때 이사 수만큼 주주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방식를 의무화해 독립 이사를 뽑을 때 소액주주의 권한이 더 커지게 해야 한다. 감사위원이 될 이사를 3명까지 분리 선출하고 소액주주들이 현장에 참석하지 않고도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게 하는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도 필요하다."
- 대부분의 내용들이 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앞서 내놓았던 민주당판 밸류업 프로그램, 일명 코리아 부스트업 프로그램에 포함된 내용들이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은 여전히 화가 나있다.
"상법 개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선언을 했다면 달랐을 것이다. 또 그동안 상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관 법률이라는 점도 한계가 있었다.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특별히 상법 개정안을 발의하지 않았고, 다른 상임위원회에서 발의된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번 토론회 이후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상법 개정을 당론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순서가 뒤바뀌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어제 토론회의 최대 성과라고 생각한다."
- 여전히 분노한 투자자들의 화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무엇을 고려하고 있나?
"다가오는 국정감사 때 하게 될 역할이 관건이다. 투자자들에게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서는 두산과 삼성물산, LG화학, 신성통상 등 논란이 됐던 회사 대표들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 그 논의는 오늘25일 오후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있을 예정이다. 또 앞서 이야기한 상법 개정안을 구체화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어제 토론회에 참석했던 9명의 현역 의원들, 상법 개정안을 냈던 의원들이 올해 정기국회 내 상법 개정을 당론으로 추진할 것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당 지도부에 전달하기로 했다. 그것도 어제 토론회가 만든, 중요한 결과다. 금융투자소득세와 관련해 어떤 주장이었든 토론회 참가자들이 합치해 지도부에 상법 개정이 먼저라는 요청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니 말이다."
- 현재로서는 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이라는 선택지를 고르기가 더 부담스러워진 듯하다. 앞으로 민주당이 자본시장과 관련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법이 있는 만큼, 엄밀히 말해 그대로 있으면 내년 1월에 금융투자소득세는 시행된다. 그때 가서 보면, 과연 폐지를 주장하시는 분들 말처럼 자본시장이 폭락하는 등 사태가 벌어질지 볼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조금 더 이성적인 논의를 할 수 있다. 현재 투자자들은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에 따른 폭락을 기정사실처럼 여겨 초조해하고 있다. 만약 시행을 했는데 그런 현상이 나타나면 그때 가서 유예할 수도 있다."
- 마지막으로 지도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본시장이 침체되고도 잘 회복되지 못하고, 다른 나라 주가가 떨어질 때 우리는 더 많이 떨어지는 원인은 기업의 지배구조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사회가 주주를 위해 활동하지 않고 대주주나 자신이 속한 재벌 기업 집단을 위해 활동하다 보니, 주주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다. 피해를 봐도 구제를 받기 힘들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자본시장이 밸류업 되기 어렵다. 가장 핵심적인 기업 지배구조의 불투명 문제, 개미 투자자 보호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는 게 자본시장을 대하는 정치권의 핵심적인 자세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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