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또 나만 없어…수익 인증글에 상대적 박탈감
페이지 정보
본문
20억 투자·15억 수익 실현 글 화제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스타트업 재직자 A씨33는 비트코인 수익으로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사러 간다는 수익 인증 글을 보며 기시감을 느꼈다. A씨의 과거 직장 동료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자산가치 가격이 급격히 올랐을 때 비트코인으로 큰돈을 벌었다며 퇴사했기 때문이다. 당시 직장동료가 퇴사와 동시에 SNS사회관계망서비스마저 차단하며 연을 끊는 모습을 보고 비참함을 느꼈다는 A씨는 "이번에도 회사에 집중하면 뭐 하나, 코인 공부나 할 걸이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익 인증 글이 올라오기 시작하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A씨처럼 우울감에 빠지는가 하면 지금이라도 비트코인을 사야 하는 것 아니냐며 포모FOMO·뒤처지는 데 대한 공포에 휩싸이는 이들도 있다.
14일 오후 12시 기준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업비트에서 비트코인 1개 가격은 1억413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6000만원 안팎에서 머물던 비트코인의 올해 상승률은 70%대에 육박한다. 가격 급등 이후 온라인에선 수익 인증 글이 쏟아졌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20억원을 투자해 15억원의 차익을 거뒀다는 공무원의 글이 올라와 화제를 모았다. 해당 글쓴이는 제목에 압구정 현대 오늘 바로 사러 갑니다라고 적으며 비트코인으로 얻은 수익으로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사러 간다고 암시했다. 해당 글이 화제가 되면서 노동자산의 가치를 못 느끼겠다고 말하는 직장인들도 늘었다.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B씨는 "기본적으로 투자 금액이 20억원이나 됐으니 돈이 돈을 번 꼴아니냐"며 "박탈감까지 느끼진 않지만 노동의 가치가 예전 같지 않은 것 같단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엔 근로소득으로 집 장만하고, 가정을 꾸리는 게 가능했는데 이젠 노동만으론 불가능한 것 같다"며 "오히려 회사에서 주는 돈을 어떻게 잘 불리느냐가 중심축이 된 느낌"이라고 했다. 실제로 근로소득만으로 계층이동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은 팬데믹 기간 급격한 자산가치 상승을 겪으며 굳어졌다. 지난해 신한라이프 상속증여연구소가 낸 재테크·투자인식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설문 참여자 59.5%는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로 근로소득만으로 자산 증식 및 계층 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을 꼽았다. 한쪽에서 계속되고 있는 비트코인 낙관론은 상승장에서 나만 낙오될지 모른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에도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선 현물 ETF인덱스펀드에 포함된 뒤로 가격 상승을 이어가고 있는 비트코인이 채굴에 따른 보상이 줄어드는 4월 반감기를 맞으면 더 가격이 오를 것이라 내다본다. 블라인드에 포모와서 전 재산 다 털어버림이라는 제목의 글을 쓴 C씨는 약 1억원원이 든 자산내역 사진과 함께 "3년 걸려서 모은건데 코인으로 돈버는 거 보고 현타현실 자각 타임와서 전부 다 비트코인 샀는데 잘한 거지"라고 했다. 포모증후군에 시달리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비트코인 거래량은 국내 주식시장인 코스피를 2배 웃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실감, 불안함이 무조건적인 투기나 각자 잘해야 한다는 각자도생으로 결론나기보단 기저에 깔린 사회문제에 대한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윤태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계층간 이동 기회가 없고, 내 자녀는 나보다 더 가난해 질거라는 생각이 만연한 게 요즘 나오는 각종 설문 결과"라며 "불안함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yknoh@newspim.com 저작권자c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관련링크
- 이전글[단독] 민주, 발목지뢰 막말 정봉주 공천 취소 적극 검토 24.03.14
- 다음글[속보] 尹대통령 "영암∼광주에 2.6조 투입해 초고속도로 추진" 24.03.14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