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쇳조각 박혀도 수십곳 거절…軍 병원만 "당장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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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파행 ‘최후의 보루’ 국군병원
정부는 전공의 집단 사퇴로 인한 ‘의료 공백’ 피해를 줄이기 위해 군 병원들을 민간 응급 환자에게 개방한 상태다. 사진은 지난 4일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군의관이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 /국방부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집단 이탈 이후 국군 병원이 갈 곳 잃은 응급 환자들의 ‘최후의 보루’가 되고 있다. 정부는 ‘의료 파행’ 첫날인 지난달 20일부터 전국 군 병원 15곳 중 12곳 응급실을 민간에 개방했다. 지난 13일 오전까지 군 병원에서 치료받은 민간인은 217명이다. 국군수도병원에서만 103명을 진료했다. 서울대병원 등 상급 종합병원들의 가동률이 절반으로 떨어지고, 환자들이 2차 병원종합병원·전문병원으로 몰리면서 의료 시스템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민간 병원의 체증 일부를 군 병원이 소화하는 것이다. 이날 수도병원 입원실에서 만난 최모62·경기 용인시씨는 지난 2일 오후 가스통 폭발 사고를 당했다. 회사에서 쓰레기를 태우다가 미처 뚫지 못한 가스통이 터져 쇳조각 파편이 최씨의 얼굴 등 온몸에 박혔다고 한다. 두 눈에도 쇳조각이 꽂혀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실명 위기 상태였다. 그는 119 구급차를 타고 인근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상처 소독 등 단순 처치만 받을 수 있었다. 최씨 아내는 “당시 중형 병원으로 실려갔는데 상태가 심각하자 병원 측이 4시간 동안 세브란스병원 등 대형 병원 수십곳에 전원 요청을 했지만 전부 ‘안과 의사가 없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했다. 그는 “실명할까 봐 눈앞이 깜깜하고 손이 벌벌 떨렸다”고 했다. 13일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 외상센터 앞에 경기 용인시에서 민간 환자를 이송해온 119 구급차가 서 있는 모습. /정해민 기자 이날 국군수도병원에는 경기도 한 요양원에서 낙상 사고를 당한 이모90씨도 응급차로 들어왔다. 환자와 동행한 요양원 관계자는 “어르신 눈썹 위 2㎝ 열상을 꿰매러 동네 정형외과에 갔는데 의식이 뚜렷하지 않으니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하더라”며 “인근 분당서울대병원으로 달려갔지만 병원 측은 당연하다는 듯 ‘꿰매는 건 안 되는 거 알고 오셨죠. CT만 찍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어르신 귀에서 피도 났는데 분당서울대병원에선 이비인후과 진료도 어렵다고 해서 구급요원의 제안으로 군 병원으로 온 것”이라고 했다. 미리 대기 중이던 군 의료진이 이씨를 외상 소생실로 옮겨 치료했다. 국군수도병원 관계자는 “군은 장병 진료에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군을 믿고 와주신 민간인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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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정해민 기자 at_ham@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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