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먹을까 봐 여자친구 카톡 대화방에 암구호 적어둔 병사도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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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김준태 기자 = 군과 민간 수사 당국이 군인들의 암구호 누설 사건을 수사 중인 가운데 암구호가 다양한 이유와 경로로 유출된 사건들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국방부를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2021년∼올해 6월 3급 비밀인 암구호 유출과 관련해 군검찰이 기소하고 군사법원에서 판결이 나온 사건은 총 4건이다.
A 상병은 암구호 유출에 따른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1월 군사법원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운전병으로 근무하던 A 상병은 2022년 10월 선임병으로부터 암구호 질문을 받았으나 제대로 답하지 못해 혼이 나자 여자친구와의 카카오톡 대화방에 암구호를 기록해두면 빨리 확인할 수 있겠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이에 A 상병은 총 18회에 걸쳐 암구호를 여자친구와의 대화방에 적어두는 방법으로 암구호를 누설했다.
재판부는 A 상병의 죄책이 무겁다면서도 누설된 암구호가 제삼자에게 전파된 사정을 찾아보기 어렵고 현실적인 국가안보상 위협이 발생하지는 않았다는 점 등을 참작해 양형했다.
전화 상대방의 신원을 확인하지 않고 암구호를 말한 사례들도 확인됐다.
부대 내 암구호 전파 업무를 담당하던 B 상병은 지난해 8월 자신의 휴대전화로 걸려 온 통화에서 자신을 소대장이라고만 소개한 상대에게 암구호를 알려줬다가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C 하사도 2022년 2월 상황 근무 중 주민신고용 전화로 걸려 온 전화 상대방이 암구호를 묻자 불시 점검으로 여기고는 암구호를 말했다. 그는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군의 한 관계자는 "암구호 유출은 군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중대한 일이라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군방첩사령부와 민간 검찰·경찰은 군 장교가 사채업자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신원 확인을 위해 암구호를 알려준 사실을 파악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수사 과정에서 대상자가 늘어나고 있다.
수사의 시발점이 된 D 대위는 지난 6월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항소하지 않으면서 형이 확정돼 현재 전역 조처됐다.
그는 암호화폐 투자에 실패해 채무에 시달리던 중 사채업자로부터 암구호를 제공하면 대출이 가능하다는 제안을 받고 처음에는 거부했다가 곧 마음을 바꿔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D 대위는 올해 1월 상황실의 암구호 판에 나온 암구호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한 뒤 사진 파일을 사채업자에게 보내주는 식으로 2회에 걸쳐 총 100만 원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군사법원 재판부는 "피고인은 장교로 10여년 간 근무한 사람으로 군사기밀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음에도 군사기밀 내용을 촬영해 전송했다"며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보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D 대위는 범행 후 상관에게 이 사실을 직접 털어놨고, 방첩사는 그를 수사하면서 민간인 사채업자에 대한 혐의를 민간 수사기관에 이첩했으며 해당 사채업자에게 암구호를 알려준 현역 군인들을 더 포착해 추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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