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여사 문제에 갇혀버린 여권 > 정치기사 | politics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24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을 앞두고 “대통령과 논의할 중요한 현안이 있다”며 독대獨對를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두 사람 독대 불발 배경을 두고 여권에선 한 대표가 언급한 ‘중요한 현안’에 김건희 여사 문제가 포함됐기 때문이란 말이 나온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김 여사 문제로 한 대표와 충돌했던 윤 대통령이 독대에 거부감을 가진 것 아니냐는 얘기다.

한 대표는 만찬 당일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여사 사안이 독대 의제냐’는 물음에 “여러 논의 사안이 있는데 그것도 그중 하나”라고 답했다. 김 여사가 연루된 명품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처리 등을 둘러싼 논란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일부 매체와 야당에선 김 여사의 인사·공천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여당 지지율도 현 정부 출범 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동반 하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대응 방안을 모색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별도 협의가 필요하다”며 독대를 수용하지 않았다. 그러자 한 대표는 전날 만찬이 끝날 무렵 대통령실에 독대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이와 관련, 친한계인 국민의힘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25일 채널A 유튜브에서 “윤 대통령도 명품백 문제에 대해 사과를 했는데, 당사자가 직접 사과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김 여사 문제를 정면 거론했다. 신 부총장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서도 “검찰이 만약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한다면 야당의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힘이 더 실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김 여사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이 부풀려지거나 야당의 정치적 공작 등에서 비롯됐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상임고문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이대로 가면 나라 전체가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면서 “당 내외 여러 의견을 수렴해 윤·한 두 사람이 만나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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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 기자 230@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