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질병 이력만 노출됐다…아버지 울린 잔인한 청문회 [현장에서]
페이지 정보
본문
“아들이 아파서 군대에 못 간다는데 세상 어느 부모가 좋아하겠습니까.”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8일 국회 본관의 대기실에서 흐느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들이 건강했다면 당연히 군대에 갔을 것이다. 나도 보내고 싶었다”라면서다. 12일 공개된 당시 청문회 속기록을 보면 유 후보자가 왜 눈물을 흘렸는지 유추해 볼 수 있는 장면이 가득하다. 마음의 병을 앓았던 자녀를 후벼 파는, 가히 잔인한 청문회였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후보자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며 눈을 질끈 감고 있다. 뉴스1 이에 유 후보자는 “아들이 질병으로 입원하며 체류 기간 연장 등을 제때 하지 못한 것”이란 이유를 댔다. 청문회 당일 오전엔 제출 의무가 없는 300쪽가량의 진료기록부도 제출했다. 유씨의 내밀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비공개 질의 요청을 했고, 여야는 받아들였다. 진료기록부엔 유씨가 미국 체류 당시 이상 증세를 보여 15일간 강제입원 된 상황이 상세히 담겨있었다고 한다. 청문회에서 유 후보자 주장을 종합하면 2013년 2월 미국에서 홀로 생활하던 장남 유씨는 이상 증세를 보였다. 이에 주민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고 이어 법원 판단을 거쳐 15일간 강제입원 됐다. 당시 미국인 의사가 유씨에 대한 질병 판정을 내렸고, 이에 급히 미국에 날아간 유 후보자가 장남을 한국에 데려와 치료를 받게 했다. 해당 질병으로 같은 해 6월 유씨는 군 면제를 받았다. 민주당도 질병으로 인한 유씨의 군 면제에 대해선 이견을 달지 않았다. 하지만 진료기록부를 분석한 민주당 위원들은 기록부 말미에 짧게 담긴 ‘부정기적으로 마리화나를 흡입하고 있다’는 문구를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전후 맥락을 자른 채 ‘유 후보자 설명과 달리 유씨는 질병이 아닌 마리화나 흡입으로 체포돼 강제 입원이 된 것’이란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유 후보자 측은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에선 마리화나 흡입이 불법이었던 만큼, 마리화나가 원인이었다면 입원이 아닌 구금됐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최민희 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전달하고 있다. 뉴스1 결국 의혹 검증보다 공세에 치중한 탓에 ‘비공개’ 하기로 했던 유씨의 질병 이력과 마리화나 흡입 의혹만 노출되고 말았다. 반면에 자신들이 의심하던 유씨의 병적 판정, 병력을 알아볼 기회를 민주당은 스스로 걷어찼다. 유씨 주치의는 12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유씨를 진료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강제입원의 원인이 마리화나라면 그 전후의 유씨 병세가 설명이 안 된다”며 “자극적 소재를 이용해 유씨를 궁지로 모는 듯한 모습이라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청문회가 끝날 무렵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아드님께서 부디 이 방송을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며 “치료가 잘돼서 아드님이 정상적으로 사회생활하시는 데 문제가 없었으면 하는 그런 바람을 갖는다”고 말했다. 청문회를 지켜본 기자의 생각도 꼭 같았다. 이런 식의 청문회라면 누가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 누가 나라를 위해 공직을 맡으려 하겠는가.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이 시각 많이 본 뉴스 ▶ 전청조 자백 받아냈다…그 여검사의 과자 6봉지 ▶ 베드신 몸매 보정 거부한 여배우, 뱃살도 드러냈다 ▶ 죽을 때까지 정자 써먹는다…여왕벌 리더십 비밀 ▶ 하늘에 뜬 구름, 대지진 전조? 日 난리난 괴담 진실 ▶ 가장 잘생긴 소림사 21세 스님…돌연 사망 무슨 일 ▶ 박혜정 "화 많이 났다"…경기 중 코치진 흘겨본 이유 ▶ 후진하다 10m 아래 쿵…70대 몰던 차, 난간 뚫고 추락 ▶ 조국 딸 조민 비공개 결혼식…하객 누가 왔나보니 ▶ 과즙세연 "방시혁, 친언니 지인…우연한 만남 아냐" ▶ [단독] 16세 귀화…한국인 전지희 키운 탁구스승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기정 kim.kijeong@joongang.co.kr |
관련링크
- 이전글MB "체코 원전, 엄청난 쾌거"…尹 "바라카 수주가 발판" 24.08.13
- 다음글정봉주 "당 분열시키는 명팔이 뿌리뽑겠다" 친명 혁신회의 저격 24.08.13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